분식회계 의혹으로 시작된 검찰 수사가 그룹 차원의 증거인멸 정황을 단서로 삼아 이재용 부회장의 턱밑까지 다가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10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송경호 부장검사)는 오는 11일 정 사장에게 조사를 받으러 나오라고 통보했다.
정 사장은 1990년대 미국 하버드대 유학 시절 이재용 부회장과 인연을 맺은 최측근으로 통한다.
그는 삼성그룹 콘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미전실) 핵심인 인사지원팀장을 지냈고, 2017년 2월 미전실이 해체된 이후에는 사업지원TF를 맡아 삼성전자로 복귀했다.
사업지원TF는 미전실의 후신으로 여겨진다.
검찰은 삼성바이오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회계 자료·내부 보고서에 대한 증거인멸을 지시하고, 상황을 보고받은 정점에 정 사장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검찰 수사 과정에서 정 사장의 부하 직원인 삼성전자 재경팀 이모 부사장, 사업지원TF 김모 부사장 등 임직원 8명이 증거인멸 혐의로 구속된 상태다.
구속된 이 부사장은 지난해 5월 5일 삼성전자 서초 사옥에서 김태한 삼성바이오 대표 등과 대책 회의를 열어 증거인멸 방침을 정한 뒤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이 모임이 조직된 시점은 지난해 5월 1일 금융감독원이 삼성바이오에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한 행정 제재, 검찰 고발 등 예정 조치 내용을 통보함에 따라 검찰 수사가 가시화된 때였다.
검찰은 삼성전자 사업지업TF가 증거인멸을 주도해 삼성바이오와 자회사 삼성에피스 직원들이 노트북과 휴대전화에서 'JY(이재용 부회장)', '합병', '미전실' 등 민감한 단어를 검색해 관련 자료를 삭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사업지원TF는 회사 공용서버와 직원 업무용 컴퓨터·노트북을 인천 송도의 삼성바이오 공장 마룻바닥 아래에 숨긴 데도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정 사장을 상대로 증거인멸을 지시하고 보고받은 과정을 추궁하는 동시에 분식회계가 이 부회장의 승계 구도를 위한 것인지도 집중적으로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정 사장이 오는 11일 검찰의 소환통보에 응해 조사를 받는다면,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소환 조사도 머지않아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