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 Images Bank
Getty Images Bank
동전을 던져서 앞면인지 뒷면인지에 따라 상금이 달라지는 게임이 있다. 앞면과 뒷면의 상금 조건은 총 11가지로 ‘앞면과 뒷면 모두 각각 5달러’ 또는 ‘앞면은 10.5달러, 뒷면은 2달러’ 등이다. 참가자는 이 가운데 하나를 선택한 뒤 동전을 던져 상금을 받는다. 상금 조건이 너무 많고 복잡하다고 느낀 사람들은 어느 면이 나오든 5달러를 받는 조건을 선택했다. 이런 사람들이 전체 참가자의 63%에 달했다. 다른 사람들을 대상으로 위의 11가지 상금 조건 중 단 3개만을 제시하자 놀라운 반전이 일어났다. 어느 면이 나오든 5달러를 받는 조건을 선택한 사람은 16%에 불과했고, 70%가 ‘앞면 13.5달러, 뒷면 0달러’의 조건을 선택했다.

이런 결과는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의 수가 많을수록 단순하고 이해하기 쉬운 대안(앞면과 뒷면 모두 각각 5달러)을 선호한다는 의미다. 이는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 너무 많으면 사람들이 혼란을 겪고 합리적 선택을 하지 못한다는 ‘선택과부하’와 관련이 깊다.
금융상품 '결정장애'?…나만의 '투자 체크리스트'부터 만들어야
미국 샌프란시스코 부근 대형 식료품점에서 이뤄진 실험연구도 선택 대안이 많다고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연구자들은 식료품점 내부에 6가지 종류의 잼과 24가지 잼을 맛볼 수 있는 시식코너를 마련했다. 연구 결과, 더 많은 잼이 있는 시식코너에 더 많은 사람이 몰렸다. 그러나 실제로 잼을 구매한 사람은 6가지 잼이 있던 시식코너를 거쳐간 사람들에서 더 많았다. 선택 대안의 수가 많으면 처음에는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으로 평가받지만 너무 많은 선택 대안이 오히려 그들의 구매 의욕을 감소시킨 것으로 풀이됐다.

선택과부하 상황에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보여주는 연구도 있다. 이 연구는 마케팅리서치 회사가 프로젝트 매니저를 선발하는 것을 가정했다. 지원자들이 제출한 입사지원서에는 학력, 나이, 프로젝트 매니저 경력, 마케팅리서치 관련 지식 정도, 커뮤니케이션 스킬, 리더십 역량, 스트레스 대응 능력 등 총 12가지 항목의 정보가 들어 있다. 지원자들은 전반적으로 엇비슷한 수준이고 특출한 사람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만큼 선택이 어렵다는 얘기다.

금융상품 '결정장애'?…나만의 '투자 체크리스트'부터 만들어야
이런 상황에서 어렵더라도 합리적으로 선택해보려는 사람들은 의사결정과정을 단순화한다. 흔히 사용하는 방법 중 하나가 특정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대안을 먼저 ‘제거’하는 것이다. 위의 예에서라면 ‘프로젝트 매니저 경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최소 3년’을 기준으로 정해 그 기준에 미달하는 지원자들부터 제거하는 식이다. 이 기준을 통과한 사람들만을 대상으로 두 번째 기준을 적용하고 이 과정을 최후의 1인이 남을 때까지 계속한다.

위의 상황을 실험한 연구 결과, 지원자 수가 3명일 때는 제거 전략을 사용한 응답자가 21%에 그쳤다. 그러나 6명일 때는 31%, 9명이 되면 77%로 급증했다. 지원자 수가 많아지면서 선택 과정의 복잡성이 증가하자 의사결정과정을 단순화하려는 경향이 강해진 것이다.

금융투자상품의 종류가 너무 많아서 고르기 힘들다고 하소연하는 사람이 많다. 개인형퇴직연금(IRP)만 해도 선택할 수 있는 펀드의 수가 엄청나다. 언뜻 봐선 어떤 것이 자신에게 맞는 펀드인지 구분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남이 골라주는 대로 따르거나, 아무거나 대충 선택한 뒤 방치하기 일쑤다.

그렇다면 금융소비자는 선택과부하 상황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예를 들어 IRP 투자를 위한 펀드를 선택해야 한다면 먼저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펀드들의 리스트부터 만들어야 한다. 사실 이 작업도 처음하려면 쉽지 않다. 자신이 가입한 금융회사에서 IRP 투자용으로 제시한 펀드 목록부터 찾아야 한다. 펀드의 수가 많을 것이므로 해당 금융회사 창구 직원 등에게 10여 개 정도의 펀드를 추천해달라고 부탁할 수도 있다. 이렇게 펀드 목록이 확보됐다면 프로젝트 매니저 선발 사례의 ‘제거’ 전략을 사용하기 위해 펀드들을 비교할 수 있는 스스로의 판단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최근 3년간 연평균 수익률이라든가, 펀드 설정액 등을 기준으로 삼아 연평균 수익률 5% 이상, 펀드 설정액 5000억원 이상 등을 적용해 선택 가능한 펀드의 수를 줄여보자. 국내 및 해외 펀드 비중을 각각 50%로 맞추기 위해 최종적으로 2개 펀드를 선택할 수 있다.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