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DJ평화센터 관계자들 임종 지켜…홍업씨 "염려말고 아버님 만나세요"
권양숙 여사, 임종 전 李여사 찾아…"사랑하고 존경합니다"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인 이희호 여사는 10일 병상에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편안한 모습으로 임종을 맞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대통령의 '영원한 동지'로서 민주화운동의 최전선에서 온갖 고난을 겪으면서도 강인한 의지를 굽히지 않은 고인은 소천(召天)하는 순간까지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장례집행위원장을 맡은 김성재 김대중평화센터 상임이사는 11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돌아가실 때 의식이 깨어있었다"며 "한 번도 의식을 잃어본 적이 없지만, 기력이 쇠해서 눈은 감고 계셨다"고 전했다.

김 상임이사는 "우리가 함께 모여 성경을 읽어드리고 찬송도 드리고 기도를 했다"며 "그때 여사님이 눈을 뜨고 입을 달싹달싹하면서 찬송을 따라 해 유족들이 슬픔 속에서도 매우 감사해했다"고 말했다.

그는 "편안히 소천하셨고, 이내 얼굴도 밝아지셨다"고 덧붙였다.

이 여사가 임종하는 순간에는 유족들을 비롯해 김대중평화센터 윤철구 사무총장과 박한수 대변인, 민주평화당 최경환 의원, 더불어민주당 이훈 의원,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등이 함께 병실을 지킨 것으로 전해졌다.

김대중평화센터 관계자는 "어제 오후 9시께부터 이 여사 곁에 모여 임종을 준비했다"며 "여사님이 생전 좋아했던 찬송가 '나의 갈 길 다하도록'을 부르고 성경을 읽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다같이 찬송가를 부를 때와 2남 홍업씨가 성경 시편 23편 구절을 낭송했을 때 여사님이 입술을 움직여 따라하는 모습에 다들 놀랐다"고 전했다.

박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을 통해 "임종 전 오후 10시 32분 홍업씨가 '아무 염려 마시고 예수님 꼭 잡으세요. 아버님 만나시고 제가 잘 할게요. 사랑하고 감사합니다'라고 마지막 말을 건넸다"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오후 11시께 큰 며느리 윤혜라씨가 '고마웠고 감사했다. 편안하시라'고 인사했고, 이후 가족들끼리만의 시간을 가졌다"며 "이후 급격히 상태가 안좋아지다 오후 11시 37분 소천했다"고 전했다.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 글에서 "여사님께서 가족들의 찬송가를 따라 부르려고 입을 움직이시면서 편안하게 하늘나라로 가셨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오후 11시 37분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소천하셨고, 병원 영안실에 안치했다"고 말했다.

임종에 앞선 전날 오후 5시께에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가 이 여사를 찾았다.

박 대변인은 "권 여사가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저희가 오래 기억하겠습니다. 제가 외로울까봐 봉하에 자주 오셨는데 최근 뵙지 못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권 여사가 이어 '여사님, 좋으시겠습니다. 대통령님 곁에 가실 수 있어서' 라고 하니 갑자기 여사님이 계속 감고 있던 눈을 떴다"며 "이때 가족들도 다들 '평안하세요. 사랑하고 존경합니다'라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이희호 여사, 의식 잃지않고 찬송 따라부르며 편안히 소천"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