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서거 때 조문단 보낸 北…이희호 여사 조문단 파견 가능성
지난 10일 별세한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가 별세하면서 북한이 조문단을 보내올 지 관심이 집중된다. 북한의 조문단 파견은 단절된 남북대화를 이어가는 계기가 됐다. 북한이 조문단을 파견할 경우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경색된 남북관계에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북한은 그동안 남북관계 개선에 기여한 주요 남측 인사의 장례에 조문단을 파견해왔다. 2009년 8월 18일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거하자 바로 다음 날 김정일 국방위원장 명의의 조전을 보내고 특사 조의방문단 파견을 밝혔다.

사흘 뒤 김기남 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와 김양건 통일전선부장 등 6명으로 구성된 특사 조의방문단이 서울에 도착했고, 조의를 표하고 이틀째 통일부 장관을 만나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사실상 첫 번째 남북 고위급 회담을 했다.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예방하고 김정일 위원장의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했다. 조문단으로 왔지만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특사 임무도 수행한 셈이다.

북한이 이번에도 고위급 인사를 파견할 경우 경색된 남북관계의 돌파구를 모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정부는 북한과 대화 기회를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조문단이 방남하면 어떤 방식으로든 면담이 추진될 가능성은 높다. 과거처럼 대남사업을 담당하는 통전부장이 방남할 경우 김연철 통일부 장관과 만날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조문이 베일에 가려진 장금철 신임 통전부장의 데뷔 무대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여사는 김정은 위원장이 집권 이후 만난 첫 남한 인사다. 이 여사는 2011년 12월 25일 김정일 위원장을 조문하기 위해 북한을 방문해 김정은 위원장을 만났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 여사를 극진히 예우한 바 있다. 이 여사는 2015년 8월에도 김정은 위원장의 초대로 북한을 다녀왔다.

다만 북한이 남한에 한미공조가 아닌 북남공조를 하라고 연일 압박하는 상황에서 조문단 파견은 부담스럽다는 관측도 있다. 조문단 파견 자체가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로 해석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북한은 2009년 5월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때는 김정일 위원장 명의의 조전만 보냈다. 북한은 조전을 보낸 뒤 4시간 만에 제2차 핵실험을 했는데 오래 준비한 핵실험 직전에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하면서 조문단을 보낼 상황이 아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2001년 3월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이 별세했을 때는 북한은 송호경 당시 아태 부위원장 겸 통전부 부부장을 단장으로 조문단을 파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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