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생산 엔진엔 문제없다" 주장하다 당국 조사 임박해 리콜
에어백·캐니스터 등 7건 결함 은폐 수사
검찰, 현대차 전 부회장 재소환…'엔진결함 은폐' 윗선 수사
현대차의 엔진결함 은폐·늑장 리콜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리콜 당시 현대차 품질을 총괄한 부회장급 임원을 재소환했다.

지난 2월 현대차를 압수수색하며 본격적으로 수사를 시작한 검찰은 리콜 결정에 관여한 윗선 수사에 주력하고 있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형진휘 부장검사)는 이날 오전 신종운(67) 전 현대·기아차 품질총괄 부회장을 불러 조사 중이다.

신 전 부회장 소환은 지난 5일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현대차에서 37년간 근무한 신 전 부회장은 2015년 12월 현업에서 물러나기 전까지 10년 이상 현대·기아차 품질 부문을 책임졌다.

품질총괄본부장(부사장), 사장, 부회장을 잇달아 맡았다.

특히 미국 시장조사업체 JD파워 등이 발표하는 품질지수를 단기간에 높이며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품질경영'을 뒷받침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현대차는 세타2 엔진 결함을 알고 있으면서도 당국의 조사가 있을 때까지 숨기면서 리콜 등 적절한 사후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의혹을 받는다.

신 전 부회장은 현대차가 소음, 진동, 주행 중 시동 꺼짐, 화재 등의 문제로 2015년 9월 미국에서 세타2 엔진 탑재 차량 47만대를 처음 리콜할 당시 의사 결정권자였다.

이후 2017년 3월 미국 내 119만대 추가 리콜과 같은 해 4월 국내 17만대 리콜이 이어졌다.

현대차는 세타2 엔진 결함은 미국 앨라배마 공장의 청정도 문제로 부품 내부에 이물질이 들어가 발생한 것이며, 설계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고 주장해왔다.

미국 리콜 이후 국내 소비자들이 세타2 엔진 결함을 주장하자 현대차는 국내 공장에서 생산한 엔진에는 문제가 없다고 하다가 국토교통부 조사 결과가 임박해서야 자발적 리콜을 결정했다.
검찰, 현대차 전 부회장 재소환…'엔진결함 은폐' 윗선 수사
검찰 조사에서 현대차는 엔진결함으로 소음·진동 문제가 나타났으나, 여기서 더 나아가 엔진 파손까지 일어날 줄은 몰랐다는 취지의 주장을 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검찰은 현대차가 엔진 설계에 구조적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이 담긴 내부 문건을 다수 확보한 상태다.

문건에서 현대차는 엔진결함을 '베어링 구조 강건성 취약' 등으로 진단하고 있으며, 엔진 설계·소재(메탈) 변화를 통한 결함 개선도 모색했다.

한 자동차 전문가는 "현대차는 부품 가격이 몇천원만 올라가도 연간 생산비용이 수십억씩 올라가기 때문에 가격을 올릴 때 철저히 내부 인증 절차를 거친다"며 "세타2 엔진 설계에 아무 문제가 없다면 부품 가격 상승을 감수하면서 소재·설계를 바꿀 이유가 없었는데, 현대차는 그렇게 했다"고 말했다.

세타2 리콜과 관련한 전결 권한은 신 전 부회장에게 있었지만, 현대차에서 리콜 건은 관행적으로 정몽구 회장에게까지 보고되는 것으로 알려져 검찰의 윗선 수사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관심을 끈다.

검찰은 세타2 엔진과 함께 싼타페 조수석 에어백 미작동, 제네시스·에쿠스 캐니스터 결함, 아반떼·i30 진공파이프 손상 등 7건의 부품 결함 은폐 의혹을 살펴보고 있다.

자동차관리법은 제작사가 결함을 알게 되면 지체 없이 그 사실을 공개한 뒤 시정하고, 이를 어기면 10년 이하 징역이나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