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산지 바꿔치기 기승
1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베트남 세관총국은 전날 홈페이지에 성명을 내고 미국 수출을 위해 베트남으로 들여온 뒤 불법적으로 베트남산 상표를 단 중국산 제품에 높은 벌금을 부과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세관총국은 최근 미국의 고율 관세를 피하려는 중국 기업들의 가짜 원산지 증명서와 불법 운송장 등을 수십 건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적발된 품목은 중국산 알루미늄과 강철, 농산물, 섬유, 꿀, 목재 등 10여 종으로 모두 미국의 고율 관세 대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기업들이 제품을 베트남으로 보낸 뒤 베트남에서 재포장하는 과정에서 원산지를 바꿔치기한 것으로 파악된다. 베트남 원산지 증명서를 발급받아 미국 등으로 수출했다는 얘기다.
미국 세관당국은 최근 중국산 합판이 베트남산으로 둔갑해 미국으로 수출된 사례를 베트남에 통보하기도 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격화하면서 중국 기업이 고율 관세를 우회해 미국에 수출하려는 시도가 늘어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우회 경로로 가장 많이 택하는 국가로 베트남이 꼽혔다. 베트남은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어 추가 운송비 등 우회 비용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 통계국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중국의 대미 수출량은 전년 동기 대비 13.9% 줄었다. 반면 1분기 베트남의 대미 수출량은 40.2%나 증가했다. 수출 증가에는 이 같은 불법 행위가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베트남 세관총국은 원산지 허위 기재 단속을 강화하고 관련 기업을 처벌할 계획이다. 도반신 베트남 의회 경제위원회 의원은 블룸버그통신에 “베트남산으로 위장한 중국산 제품이 미국에 수출되는 것을 용인했다는 이유로 미국이 베트남에 제재를 가할까 염려된다”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