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술 없이 기존 제품만 전시…中관람객 "화웨이 강력 지지"
美 제재에도 '낙관·자신' 외쳤지만 구체적인 활로 제시 못해
中 AI기업 안면인식 활용한 군중 모니터링 시스템 시현 눈길
"새로운 게 없네"…CES 아시아 화웨이 전시장 가보니
"화웨이가 뭘 보여줄지 기대를 하고 왔는데 별로 볼 게 없네요."

11일 중국 상하이에서 개막한 'CES 아시아 2019'의 화웨이 전시장에서 만난 한 외국 기업 관계자는 이렇게 말하며 다른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올해 CES 아시아에서는 미국의 압박 속에서 고사 위기에 처한 화웨이가 구체적인 활로를 제시할 수 있을지가 최대 관전 포인트로 떠올랐다.

화웨이를 대표해 이날 오전 기조연설에 나선 샤오양(邵洋) 최고전략책임자(CSO)는 "우리는 낙관하고 자신한다.

더욱 아름답게 세계를 연결하기 위해 계속 노력을 할 것"이라며 강한 위기 극복 의지를 피력하기도 했다.

하지만 화웨이는 막상 전시장을 통해서는 새 돌파구 마련 가능성을 보여주지는 못한 듯했다.

중국을 대표하는 기술 기업의 위상을 반영한 듯 화웨이 전시장은 행사가 열리는 신국제엑스포센터(SNIEC)의 가장 앞부분에 크게 마련되어 있었다.

화웨이는 이날 새 제품이나 기술을 선보이지는 않았다.

대신 기존에 판매 중인 제품들로 전시장을 채워 놓았다.

플래그십 모델인 P30 시리즈, 노바4 시리즈, 메이트20 시리즈 등 시판 중인 스마트폰들이 전시장 대부분 공간을 채웠고, 노트북인 메이트북과 블루투스 스피커·이어폰 등 액세서리 제품들도 나왔다.
"새로운 게 없네"…CES 아시아 화웨이 전시장 가보니
전체적으로 화웨이의 전시장은 중국 내 화웨이 플래그십 매장과 큰 차이가 없는 모습이었다.

전시장 한쪽에서는 화웨이가 미래 핵심 사업으로 추진하겠다는 스마트 홈 네트워크 플랫폼인 하이링크(HiLink)를 설명하는 공간도 마련됐다.

이날 샤오 CSO는 화웨이가 5세대(5G) 이동통신과 인공지능(AI) 기술을 기반으로 향후 사물인터넷(IoT) 분야의 중심 기업으로 부상하겠다는 구상을 공개했다.

5G 통신과 AI 기술의 발전 속에서 인터넷 생태계가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모든 기기가 통합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 것으로 예견하고 화웨이가 그 중심에 서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의 제재에 따른 어려움을 논외로 한다 해도 화웨이의 이런 구상을 실현하는 것이 순탄치는 않아 보인다.

당장 중국 안에서는 가성비를 앞세워 최근 수년간 급속히 성장한 샤오미(小米) 역시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공기청정기, 에어컨, 로봇 청소기 등 다양한 가전을 묶는 사물인터넷 시장의 강자로 부상하고 있다.

또 이런 구상은 화웨이가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중국에서는 시도해 봄 직하지만 중국 밖의 해외 시장에서는 실현 가능성이 크지 않다.

CES 아시아의 주인공 격인 화웨이가 업계의 눈길을 끌 만한 새 기술을 내놓지 못한 것은 최근 미국의 제재로 공급망 마비 위기에 처한 화웨이의 절박한 사정을 반영하는 듯했다.

화웨이는 앞선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5G 네트워크 구축 분야를 선도했지만 미국 정부의 제재로 미국은 물론 세계 여러 기업으로부터 반도체 칩과 운영 프로그램 등을 조달하기 어려워지면서 '독자 생존'의 시험대에 오른 상황이다.

샤오 CSO는 이날 기조연설에서 강한 생존 자신감을 피력하기는 했지만 화웨이가 어떻게 부품 공급망 마비 등 당면한 어려움을 극복할 것인지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 속에서도 화웨이 전시장에는 특히 많은 중국 관람객들이 찾아왔다.

화웨이 전시장에서 만난 쑨(孫)씨는 "중국인으로서 화웨이를 강력하게 지지한다"며 "화웨이는 연구개발 능력이 강한 회사이고 부품 공급 중단 같은 현재의 어려움을 당연히 잘 극복해 낼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전람회에서는 중국에서 특히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안면인식과 결합한 AI 시스템이 눈길을 끌었다.
"새로운 게 없네"…CES 아시아 화웨이 전시장 가보니
AI 컴퓨팅 기업 호라이즌 로보틱스는 안면인식 기술로 군중을 식별하는 대형 스크린을 전시회장에 선보여 많은 관람객을 끌어모았다.

이 회사의 군중 '모니터링' 시스템은 화면 속 관람객들에 일련번호를 부여하고 전체적인 형체,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추적한다.

화면 속 사람이 남성인지, 여성인지와 대략적인 추정 나이까지 판단해 화면에 비췄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이 같은 기업들의 기술을 활용해 CCTV 카메라로 무단횡단 같은 경범죄부터 반정부 활동에 이르기까지 시민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