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충돌 사고로 침몰한 유람선 허블레아니호가 사고 발생 13일 만인 11일 인양됐다. 이날 선체를 인양하는 과정에서 한국인 시신 3구를 수습했다. 이번 사고에 따른 한국인 사망자는 22명으로 늘어났고, 실종자는 4명 남게 됐다. 정부는 시신·유품 유실 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희생자 시신 잇따라 발견

헝가리 대테러센터(TEK) 등 구조당국은 이날 오전 6시47분(이하 현지시각) 허블레아니호 인양 작업에 착수해 작업을 시작한 지 26분 만에 선체 일부를 물 밖으로 꺼내는 데 성공했다. 구조당국은 허블레아니호를 들어 올릴 대형 크레인 ‘클라크 아담’ 호를 사고 지점까지 전날 이동시켰고 인양용 와이어로 선체를 감싼 채 서서히 들어올렸다.

뱃머리엔 사용하지 못한 구명튜브, 구명조끼 등이 달려 침몰 당시 급박한 상황을 드러냈다. 허블레아니호 꼬리부분 갑판은 침몰 당시 강한 충격으로 울타리가 선체 안으로 꺾여 넘어간 상태였다.

실종자 수색은 조타실과 갑판, 객실 순으로 진행됐다. 구조당국은 인양작업을 시작한 지 1시간30여분 만에 실종자 유해를 발견했다. 조타실의 물이 빠지자 잠수요원 2명을 진입시켜 수색에 나섰고 오전 7시45분쯤 헝가리인 선장으로 추정되는 시신 1구를 수습했다. 약 20분 후 선체 뒤쪽 갑판에서 객실로 이어지는 입구 계단과 그 근처에서 한국인 시신 3구를 추가로 수습했다. 정부합동신속대응팀에 따르면 네 번째 시신은 최연소 실종자인 6세 김모양인 것으로 알려졌다. 어머니, 외할머니 등과 함께 3대가 떠난 가족여행 중 참변을 당한 것이다. 헝가리 현지 언론은 김양의 엄마가 이날 함께 수습됐다고 보도했지만 정부는 지난 5일 먼저 수습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인양 작업이 시작된 지 7시간 만에 허블레아니호는 이동용 바지선 위로 올라왔다. 헝가리 경찰은 선체를 부다페스트에서 40㎞ 남쪽인 체펠섬으로 옮겨 정밀 감식작업을 벌이기로 했다.

허블레아니호에는 사고 당시 33명의 한국인과 헝가리인 선장, 승무원 등 모두 35명이 타고 있었다. 이 중 한국인 탑승객 7명은 사고 당시 구조됐지만 7명은 현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날 선체 인양 과정에서 총 4구의 유해가 수습되면서 지금까지 사망자는 총 24명(한국인 22명)으로 늘었고 4명(모두 한국인)은 아직 실종 상태다.

부실 수사 의혹도 제기

‘헝가리 유람선 사고’의 가해 선박인 바이킹 시긴호가 충돌 흔적을 지운 사실이 알려지면서 부실 수사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헝가리 경찰은 증거 자료를 확보했다는 이유로 사고 이틀이 지난 지난달 31일 바이킹 시긴호의 운항을 허용했다. 이후 바이킹 시긴호는 영업을 계속하면서 선수 부위의 충돌 흔적을 도색한 뒤 재운항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독일과 슬로바키아에서 운항했다. 현지 언론은 헝가리 정부와 바이킹 시긴호 선사 바이킹크루즈의 유착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헝가리 법원은 과실 운항 혐의로 구속된 바이킹 시긴호 선장 유리 C의 조건부 보석을 결정했다. 현지 검찰이 법원의 보석 결정에 항고했지만 구속 필요성을 확실하게 소명하지 못한다면 풀려나 도주할 우려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리 선장은 사고와 관련해 진술을 거부하고 있고, 휴대폰 기록도 일부 지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날 피해자에 대한 후속 대책과 관련해 “관계 부처는 장례와 심리상담 등을 충분히 지원해 드려야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희생자 가족들의 의견을 존중해 운구 절차를 비공개로 진행하되 최대한 행정 편의를 제공할 방침이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