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류생산업체인 A사는 최근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에 신성장기반자금(혁신성장유망자금) 10억원을 신청했다. 자체 상표로 홈쇼핑 및 인터넷 판매에 나서기 위해 설비 투자자금이 필요했다. 하지만 신청이 마감돼 자금을 받을 수 없게 됐다. 이 회사 대표는 “지난달 연간 예산을 다 집행했다고 들었다”며 “정책 자금이 더 필요하다는 게 주변 중소기업의 공통된 목소리”라고 말했다.

11일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으로 3조9400억원이 넘는 정책자금 수요가 몰려 자금 신청률이 연 예산(3조5700억원)의 110.5%에 달했다. 올해 처음 도입한 ‘제1차 스케일업금융사업(1000억원)’ 신청액(1조4000억원)까지 포함하면 정책자금 수요는 5조원을 웃돈다.

예산이 3000억원인 일자리창출촉진자금의 신청액은 3864억원에 달했다. 긴급경영안정자금과 신성장기반자금도 신청액이 예산을 초과한 지 오래다. 이에 따라 지난해 5월과 비교해 정책자금 신청률은 40.7%포인트 증가했고 집행은 3.7%포인트 늘어났다고 중진공은 설명했다. 일선 지역본부에서는 자금 소진을 이유로 신청을 조기 마감하고 있다.

중진공은 추경을 통해 창업기업자금(1000억원), 신성장기반자금(3000억원), 긴급경영안정자금(1080억원) 등 5080억원 증액을 요청한 상태다. 이 중 신성장기반자금은 시설투자를 계획하고 있으나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을 지원한다. 긴급경영안정자금은 위기지역인 포항 군산 등 중소기업의 고용 유지를 위해 사용된다.

중소기업 한 사장은 “임차공장 매입을 위한 정책자금을 받을 수 없었다”며 “국회에서 심의 중인 추경이 조속히 통과돼야 중소기업들이 어려운 상황을 타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