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자유한국당 원내대책회의는 초반부터 날 선 분위기로 시작됐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은 스스로의 언행부터 돌아봤으면 한다”는 말로 포문을 열었다. 전날 문 대통령이 한국당 의원들의 막말 논란을 겨냥해 “좋은 말을 골라 하는 것도 민주주의 미덕”이라고 언급한 데 맞받은 것이다.

막말을 둘러싼 청와대와 한국당의 ‘핑퐁 설전’이 끝없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은 한국당 의원들의 발언을 간접적으로 저격하고, 한국당은 독기 어린 비판으로 받아치고 있다. “(한국당이) 쌍욕보다 더한 저질 막말을 퍼붓고 있다”(이해식 민주당 대변인) “대통령 비판은 모조리 막말이냐”(민경욱 한국당 대변인) 등 ‘면박 주기’ 싸움에 경쟁이 붙었다.

하지만 국민 앞에서 ‘막말 설전’을 벌이기에 한국당과 청와대는 둘 다 그리 떳떳하지 못한 상황이다. 한국당은 주요 의원이 ‘문 대통령은 빨갱이’ ‘김정은이 문 대통령보다 낫다’ 등의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청와대 역시 천안함·연평해전 유족을 위로하기 위한 자리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사진이 등장하는 홍보물을 제공하는 등 비판의 빌미를 줬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정치인에게 좋은 말보다 중요한 것은 맞는 말, 옳은 말”이라며 “(문 대통령이) 서해 영웅 가족을 초청해 김정은 사진을 보여준 것은 틀린 말이었다”고 지적했다.

지난 5일만 해도 막말 의원들을 향해 경고를 날렸던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이날 “아무거나 다 ‘막말’이라는 게 ‘막말’이다”며 청와대의 비판에 대립각을 세웠다. 청와대와 여당이 만들어내는 ‘막말 정당’ 프레임에 휩쓸리지 않겠다는 것이다. 한국당 내부에서도 “대체 막말의 기준이 뭐냐”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막말과 이에 대한 비판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갈등만 깊어지는 모양새다.

청와대와 정치권이 ‘막말’을 두고 실익 없는 논쟁만 벌이기엔 우리 경제가 놓인 상황이 그다지 녹록지 않다.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과 탄력근로제 논의 등 현안이 산적해 있지만 국회는 파행의 책임을 서로에게 돌리며 두 달 넘게 ‘개점휴업’ 중이다. 이제 막말 논란 대신 민생 현안을 두고 치열하게 논쟁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