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교훈 새겨야 할 재정 확장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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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경제 오진하고 재정 퍼부어 국가채무비율 233%
파격적 규제 철폐로 활력 회복…韓, 현금 살포 답습
'추경 중독' 아닌 기업의욕 되살릴 발상의 전환 시급
파격적 규제 철폐로 활력 회복…韓, 현금 살포 답습
'추경 중독' 아닌 기업의욕 되살릴 발상의 전환 시급
경기 침체의 그늘이 갈수록 짙어지고 있다. 수출마저 7개월째 감소세이고, 제조업·자영업 부진 속에 일자리도 소득도 개선 기미가 안 보인다. 미·중 무역전쟁이 전방위로 격화돼 당분간 대외여건이 호전될 가능성도 희박하다. 지속되는 내수 불황, 최저임금과 주 52시간 근로제 충격에다 수출비중이 높은 반도체 D램 가격까지 올 들어 거의 반토막 났다. 정부 싱크탱크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석 달 연속 ‘경기 부진’을 경고하고 있다.
정부는 ‘하반기 회복’을 점쳤지만 그렇게 전망할 만한 근거가 보이지 않는다. 한계기업들은 벼랑 끝에 매달려 있고, 잘나가던 대기업들도 비상경영에 돌입했다. 이대로면 올해 2%대 초반 경제성장도 버겁다는 분위기다. 한마디로 경제위기 국면이다. 낙관론을 펴오던 청와대도 이제는 ‘경제 하방위험’을 강조하며 국회에 50일째 계류 중인 추가경정예산안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추경만 집행되면 경제가 곧 살아날 것처럼 독촉한다.
하지만 무기력 상태인 경제가 6조7000억원의 추경으로 얼마나 살아날지 의문이다. 추경안 내역을 보면 경기하강을 막겠다는 것인지 의심스러운 현금살포성 선심 사업이 즐비하다. ‘제로페이’ 홍보, 영화관 할인, 미세먼지 감시원 선발 등까지 있다. 게다가 추경의 절반 이상인 3조6000억원은 빚 내서(국채 발행) 조달해야 한다. 세수 호황이 사실상 끝났다는 방증이자, 정부가 민간부문에 구축효과를 유발할 소지도 있다.
위기대책이 무차별 재정 확장정책뿐이라면, 먼저 일본이 처절하게 경험한 ‘잃어버린 20년’의 교훈부터 되새겨야 한다. 1990년대 거품 붕괴 이후 일본 정부는 경기침체를 벗어나기 위해 국민에게 직접 현금·상품권을 주고 도로 공항 등 SOC를 건설하는 데 1000조원 이상을 퍼부었다. 그러나 오진과 잘못된 처방의 결과는 저성장을 넘어 무(無)성장·역(逆)성장이었고, 남은 것은 일본식 ‘다람쥐 도로’, 세계 최장 현수교와 1990년 47%에서 지난해 233%로 치솟은 국가채무비율이다. ‘사방이 온통 꽉 막힌 느낌’을 뜻하는 신조어 ‘폐색감(閉塞感)’도 이때 등장했다.
그런 일본 경제가 살아난 것은 아베노믹스의 ‘세 개의 화살’ 정책 덕이다. 아베 내각은 먼저 대담한 금융완화와 적극적인 재정정책으로 출발했지만, 핵심은 세 번째 화살인 파격적인 규제 철폐였다. 수도권 입지까지 풀고 신산업은 ‘하고 싶은 것 다 해보라’는 수준의 정책 변화가 민간경제의 활력을 이끌어냈다.
지금 우리 정부는 1990년대 일본을 좇아가는 듯하다. 현금·지역상품권을 쥐여주는 온갖 복지수당, 예비타당성 조사도 면제해주는 지방 SOC 퍼주기 등이 일본의 복사판이나 다름없다. 이런 유의 ‘밑 빠진 독에 물붓기’는 내년 총선에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국가경제와 미래세대에는 독이 될 소지가 농후하다.
재정 확대가 효과를 내려면 무엇보다 기업활동의 족쇄부터 풀어줘야 한다. 수도권 규제든, 대·중소기업 차별 규제든, 신산업 규제든 파격적으로 검토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이미 파탄 난 소득주도 성장과 친(親)노동·친노조 기조를 유지한 상태에서 민간 활력을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추경 중독’이 아니라 기업 의욕을 되살릴 정책 발상의 전환이 절실하다.
정부는 ‘하반기 회복’을 점쳤지만 그렇게 전망할 만한 근거가 보이지 않는다. 한계기업들은 벼랑 끝에 매달려 있고, 잘나가던 대기업들도 비상경영에 돌입했다. 이대로면 올해 2%대 초반 경제성장도 버겁다는 분위기다. 한마디로 경제위기 국면이다. 낙관론을 펴오던 청와대도 이제는 ‘경제 하방위험’을 강조하며 국회에 50일째 계류 중인 추가경정예산안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추경만 집행되면 경제가 곧 살아날 것처럼 독촉한다.
하지만 무기력 상태인 경제가 6조7000억원의 추경으로 얼마나 살아날지 의문이다. 추경안 내역을 보면 경기하강을 막겠다는 것인지 의심스러운 현금살포성 선심 사업이 즐비하다. ‘제로페이’ 홍보, 영화관 할인, 미세먼지 감시원 선발 등까지 있다. 게다가 추경의 절반 이상인 3조6000억원은 빚 내서(국채 발행) 조달해야 한다. 세수 호황이 사실상 끝났다는 방증이자, 정부가 민간부문에 구축효과를 유발할 소지도 있다.
위기대책이 무차별 재정 확장정책뿐이라면, 먼저 일본이 처절하게 경험한 ‘잃어버린 20년’의 교훈부터 되새겨야 한다. 1990년대 거품 붕괴 이후 일본 정부는 경기침체를 벗어나기 위해 국민에게 직접 현금·상품권을 주고 도로 공항 등 SOC를 건설하는 데 1000조원 이상을 퍼부었다. 그러나 오진과 잘못된 처방의 결과는 저성장을 넘어 무(無)성장·역(逆)성장이었고, 남은 것은 일본식 ‘다람쥐 도로’, 세계 최장 현수교와 1990년 47%에서 지난해 233%로 치솟은 국가채무비율이다. ‘사방이 온통 꽉 막힌 느낌’을 뜻하는 신조어 ‘폐색감(閉塞感)’도 이때 등장했다.
그런 일본 경제가 살아난 것은 아베노믹스의 ‘세 개의 화살’ 정책 덕이다. 아베 내각은 먼저 대담한 금융완화와 적극적인 재정정책으로 출발했지만, 핵심은 세 번째 화살인 파격적인 규제 철폐였다. 수도권 입지까지 풀고 신산업은 ‘하고 싶은 것 다 해보라’는 수준의 정책 변화가 민간경제의 활력을 이끌어냈다.
지금 우리 정부는 1990년대 일본을 좇아가는 듯하다. 현금·지역상품권을 쥐여주는 온갖 복지수당, 예비타당성 조사도 면제해주는 지방 SOC 퍼주기 등이 일본의 복사판이나 다름없다. 이런 유의 ‘밑 빠진 독에 물붓기’는 내년 총선에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국가경제와 미래세대에는 독이 될 소지가 농후하다.
재정 확대가 효과를 내려면 무엇보다 기업활동의 족쇄부터 풀어줘야 한다. 수도권 규제든, 대·중소기업 차별 규제든, 신산업 규제든 파격적으로 검토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이미 파탄 난 소득주도 성장과 친(親)노동·친노조 기조를 유지한 상태에서 민간 활력을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추경 중독’이 아니라 기업 의욕을 되살릴 정책 발상의 전환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