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원로 만나 "한반도·동북아 평화 구축에 많은 교훈"
'대화로 이룩한 평화' 키워드로 비핵화 대화 재개 추동 의지 피력한 듯
'헬싱키 프로세스' 띄운 文대통령…신뢰·대화로 이룬 평화 강조
핀란드를 국빈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한·핀란드 정상회담 등 현지에서의 일정을 소화하며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 중 하나는 '헬싱키 프로세스'다.

문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사울리 니니스퇴 핀란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핀란드가 주도한 헬싱키 프로세스는 냉전 종식과 동서진영 간 화합을 끌어낸 성과물"이라며 "이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깊은 영감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11일 타르야 할로넨 전 대통령 등 핀란드 원로 지도자들을 만나서도 "우리 정부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성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헬싱키 프로세스는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 구축에 많은 교훈과 시사점을 준다"고 강조했다.

헬싱키 프로세스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바르샤바 동맹 35개 회원국이 유럽의 안보협력을 위해 1975년에 체결한 '헬싱키 협정'을 이행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이날 면담이 진행된 핀란디아 홀은 헬싱키 최종 의정서에 서명한 장소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의 언급대로 헬싱키 프로세스는 국가 간 갈등을 평화적으로 해결한 대표적 사례라는 점에서 문 대통령이 추진하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와 일맥상통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SNS를 통해 공개한 설명자료를 보면 헬싱키 프로세스는 1963년 쿠바 미사일 위기 후 미국과 소련 사이에 긴장 완화를 위한 노력이 오간 데 발맞춰 유럽 국가 간 평화 분위기가 조성되며 시작된다.

핀란드는 1969년 유럽 각국과 미국, 캐나다에 평화체제 논의를 위한 회담 장소로 헬싱키를 제안했고, 1972년부터 3년간 회의를 통해 '헬싱키 협정'이 체결됨에 따라 유럽안보협력회의가 출범한다.

1979년 마드리드 후속회의에서는 군축협상의 바탕이 되는 군사분야 협의와 이산가족 문제 개선, 종교의 자유와 노동조합에 대한 규정 등 인권 분야 협의가 성사됐다.

1984∼1986년 스톡홀름 군축회의에서는 실질적 군축을 위한 합의가 진행됐고 결국 군사력 사용 위협금지, 군사활동의 사전 통보 및 감시, 군사기동 및 이동 규모 제한 등을 포괄적으로 합의한 '스톡홀름 합의'를 이뤄낸다.

청와대는 자료에서 "헬싱키 프로세스는 정치·군사분야 신뢰구축-실질적인 군비통제-제도화를 통해 냉전시기 유럽 동서진영의 긴장을 완화하고 경제, 인권 등 비정치적 분야 교류·협력으로 소련의 개혁·개방을 이끌었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결국 '신뢰와 교류, 꾸준한 대화로 이룩한 평화'를 상징하는 헬싱키 프로세스의 성공 사례에서 좀처럼 진전이 없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재추진할 동력을 찾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헬싱키 프로세스는 1977∼1978년 베오그라드 후속회의에서 참여국 간 견해차로 합의문조차 채택되지 못해 위기를 맞기도 했다.

그러나 이를 극복하고 마드리드 후속회의와 스톡홀름 군축회의를 통해 '헬싱키 프로세스'가 지속했다는 점에서 문 대통령 역시 '하노이 노딜' 후 이어지는 비핵화 교착 상태를 풀기 위해 북미 대화 의지가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핀란드 원로와의 면담에서 "헬싱키 프로세스는 15년이라는 긴 시간에 꾸준한 신뢰구축의 과정을 거쳐 점진적으로 이루어진 것"이라며 평화를 향한 대화 노력을 지속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 것도 이런 해석을 뒷받침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