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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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화천연가스(LPG) 차 연료인 자동차용 부탄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다. 이 같은 상승세가 지속되면 운전자의 경제적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일반인도 LPG 차를 구입할 수 있도록 한 만큼 정부가 꾸준한 모니터링을 통해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12일 한국석유공사 유가 정보 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이달 첫째주 자동차용 부탄 가격은 전주와 거의 비슷한 리터(L)당 851.8원을 기록했다. 지난 4월 넷째주 L당 796.1원까지 내린 뒤 최근 반등하며 851원 선을 돌파했다.

일반인에 대한 LPG 차 판매가 허용된 지난 3월 셋째주(797.4원)와 비교하면 6.8% 상승했다.

당·정·청은 같은달 13일 누구나 LPG 차를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액화석유가스의 안전관리 및 사업법 개정안’을 시행했다. 그동안 국가유공자 장애인 등 외에는 LPG 차를 사거나 이용할 수 없었다.

그러나 자동차용 부탄 가격이 오르면서 LPG 차의 싼 연료비란 가장 큰 장점이 희석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제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소비자들의 선택에 제약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

최근 가격 상승 압력은 국제 정세 등 외부 요인 탓이 크다. 우선 사우디아라비아 LPG 국제가격(CP)이 계속 오르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가 고시하는 국제 LPG 가격은 연초 t당 425달러에서 지난달 527달러로 24.0% 뛰었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 등이 부정적 영향을 줬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자동차용 부탄 가격은 국제 원유시장 움직임에 연동된다”며 “정부의 관리와 모니터링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LPG 차 규제가 풀렸지만 1년 정도 지나야 그 효과가 생긴다”며 “초기부터 지속적인 관리와 LPG에 부과하는 세금의 동결을 결정하는 등 신뢰를 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LPG 규제가 풀리면서 연간 세수는 약 3000억원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37년 묵은 LPG 차 규제가 폐지되면서 주요 완성차 업체는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르노삼성자동차는 국내 첫 5인승 LPG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QM6의 사전 계약에 들어갔다.

현대자동차는 신형 쏘나타와 준대형 세단 그랜저의 LPG 모델을 선보였다. 이와 함께 1t 트럭을 대체하는 엔진을 개발 중에 있다. 기아자동차는 판매 중인 K5·K7 등 LPG 세단 외에 미니밴 카니발에 LPG 엔진을 넣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내수 판매가 위축되는 분위기 속에 LPG 차 시장은 부진의 탈출구”라며 “2030년에는 시장 규모가 282만 대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기준 LPG 차 등록 대수는 205만2870대다.

LPG 차 보급 확대는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 완화에 기여할 것이란 전망도 많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LPG 차 규제 폐지로 2030년 기준 초미세먼지(PM 2.5)가 최대 71t, 질소산화물(NOx)이 최대 7363t 감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LPG협회는 “LPG는 연료 생산부터 소비까지 전 과정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휘발유, 경유보다 적다”며 “유럽 등은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LPG 차 보급을 장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상재 한경닷컴 기자 sangj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