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활동인구 늘고 고용률 30년만에 최고…4%대 실업률, 40대·제조업 부진 여전

5월에 취업자 증가 폭이 20만명대를 회복했지만, 실업자도 같은 달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하는 등 혼재된 고용성적표가 나왔다.

경제활동 참가율이 역대 최고를 찍고 생산연령인구(15∼64세) 고용률은 30년 만에 가장 높았지만, 실업률은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5개월째 4%대의 고공행진을 했다.

경제의 허리 격인 40대와 제조업 취업자는 감소세가 길어지면서 우려가 여전하다.

전문가들은 경기가 하강하는 가운데 취업자가 상대적으로 많이 늘어나는 것은 재정 일자리 영향이 크다는 분석을 내놨다.
◇ 생산연령인구 고용률 30년 만에 최고…임금근로자 내 상용직 비중 역대급

12일 통계청이 발표한 5월 고용동향을 보면 곳곳에서 회복세가 감지된다.

지난달 경제활동인구(취업자+실업자)는 1년 전보다 28만3천명 늘었다.

이에 경제활동참가율(경제활동인구/15세이상 인구)은 64.0%로 같은 기준으로 통계작성이 시작된 1999년 6월 이후 5월치 중에서 가장 높았다.

전체 취업자는 1년 전보다 25만9천명 늘어났다.

이로써 취업자 증가 폭은 지난 2월(26만3천명)과 3월(25만명)에 이어 3번째로 20만명대를 나타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취업자 증가 폭이 최근 4개월간 평균 23만명대를 기록해 고용 부진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고용 개선 흐름을 공고화하는데 최선의 노력을 하겠다"고 말했다.

도·소매업 취업자는 지난달 1천명 늘어나며 18개월 만에 증가세로 전환했다.

도매업 업황이 개선되며 40·60대를 중심으로 개선세가 나타난 영향이다.

숙박 및 음식점업 취업자 역시 6만명 늘었다.

2017년 6월부터 20개월 연속 감소세를보인 끝에 지난 2월 증가로 전환한 뒤 그 폭을 확대하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 증가로 음식점업을 중심으로 취업자가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일본 골든위크(4월 27일∼5월 6일)와 중국 노동절 연휴(5월 1∼6일) 등 황금연휴 기간 일본인 관광객은 10만8천명, 중국인 관광객은 6만5천명이 각각 한국을 방문했다.

예술·스포츠 및 여가 관련 서비스업 취업자도 4만7천명 증가했다.

도서관·박물관 등 공공부문 일자리에 60대 취업이, 민간부문에서는 복권판매업 등을 중심으로 50대 취업이 각각 늘어난 영향이 반영된 것으로 통계청은 봤다.

서비스업 전체로 보면 취업자가 32만명 늘어나 전체 증가세를 견인했다.

4월 3만명 감소하며 부진하던 건설업 역시 지난달에는 6천명 증가로 반등했다.

지난달 특히 눈에 띄는 지표는 인구대비 취업자의 비율을 의미하는 고용률이었다.
지난달 15세 이상 고용률은 61.5%로, 1년 전보다 0.2%포인트 상승했다.

2017년 5월에도 61.5%를 기록했는데, 그 이전 이 두 시점보다 취업률이 높았던 때는 1997년 5월(61.8%)이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비교기준인 15∼64세 고용률은 67.1%를 기록해 5월 기준으로 1989년 1월 통계작성을 시작한 이후 가장 높았다.

청년층(15∼29세) 지표도 양호했다.

지난달 청년 고용률은 43.6%로 1년 전보다 0.9%포인트 올랐고, 실업률은 9.9%로 0.6%포인트 내렸다.

이 밖에 안정적인 일자리인 상용직이 지난달 33만명 늘어나며 증가세가 지속했다.

전체 임금근로자 내 상용직 비중도 68.6%를 기록, 5월 기준으로는 통계작성을 시작한 1983년 이후 가장 높았다.

◇ 40대·제조업 일자리 타격 지속…전문가 "경기하강 속 고용회복 괴리"

고용상황에 일부 회복세가 감지되고 있지만, 우려도 만만찮다.

특히 우리 경제를 떠받치는 허리인 40대와 제조업 일자리에 타격이 이어지고 있는 게 우려스러운 지점이다.

전문가들은 경기가 하강하는 와중에 일자리가 늘어나는 괴리가 나타나는 것은 재정 일자리 영향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5월 실업자는 114만5천명으로, 같은 기준으로 통계집계를 시작한 1999년 6월 이후 5월 기준으로는 가장 많았다.

5월 실업률은 4.0%로 지난해 같은 달과 같았다.

실업률은 올해 들어 5개월째 4%대가 이어졌다.

4%대 실업률이 이같이 지속된 것은 1999년 6월∼2000년 5월(12개월 연속) 이후 처음이다.
한국경제를 떠받치는 허리인 40대와 제조업 일자리에 타격은 이어지고 있다.

30대 취업자는 1년 전보다 7만3천명 감소해 20개월 연속 줄었다.

다만, 고용률은 76.0%로 보합을 기록했다.

40대 취업자는 1년 전보다 17만7천명 줄어 2015년 11월 감소세로 돌아선 이후 43개월째 뒷걸음질했다.

고용률도 78.5%로 1년 전보다 0.7%포인트나 떨어졌다.

제조업 취업자는 7만3천명 줄어 다시 감소 폭이 확대됐다.

제조업 취업자는 지난해 4월 6만8천명 줄어들기 시작한 이후 14개월 연속 감소세다.

감소 폭은 올해 1월 17만명을 정점으로 4월 5만2천명까지 축소되는 모습이었지만, 다시 소폭 확대됐다.

통계청 정동욱 고용통계과장은 "40대 고용률이 계속 하락하는 것은 제조업 부진 때문"이라며 "반도체 유무선 전자부품, 전기장비 제조 부진이 계속 이어지면서 제조업 취업자가 감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전문가들은 경기가 안 좋아지는데 취업자가 25만명 이상 늘어나는 괴리는 재정일자리 영향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올해 들어 경기가 많이 안 좋아졌는데 취업자가 많이 늘어나는 등 최근 고용 동향과 경기상황이 잘 맞지 않는 경향이 있다"면서 "고령층 일자리 사업과 관련됐다는 이유도 있다"고 분석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재정 일자리 예산 덕에 경기가 침체했는데도 불구하고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이라며 "문제는 역시 경기가 나빠서 기본적인 제조업을 비롯한 민간부문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통계청 정동욱 과장은 "지난해보다 올해 공공일자리가 10만명 더 늘어난 만큼, 이에 따른 효과가 있다고 보면 된다"면서 "공공일자리는 보건 및 사회복지업, 공공행정 쪽에 집중돼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