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일본 총리는 12일 연세대에서 열린 강연에서 "일본은 전쟁으로 상처를 받은 한국과 중국 분들이 더는 사죄를 할 필요 없다고 말할 때까지 항상 사죄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때 일본에서는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해결이라는 표현을 썼다"며 "두 번 다시 얘기를 꺼내지 말라고 하면 다시 꺼내고 싶은게 도리 아니겠는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일본의 이러한 말들은 상처 받은 사람들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한 발언"이라면서 "일본의 모든 것들이 잘못됐다. 일본에는 전쟁의 무한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서대문 형무소 앞에서 진심으로 사과를 드린 적이 있다"면서 "일본에서는 왜 무릎을 꿇냐며 분노했는데, 올바른 행동을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돌아봤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2015년 8월 서대문 형무소를 방문해 추모비 앞에 무릎을 꿇고 일제 식민지배에 대해 사죄한 바 있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또한 한국 대법원의 일제강점기 강제노역 배상 판결과 관련해서도 불가역성을 주장하는 일본의 태도를 비판했다.
그는 "한일기본조약을 통해 해결된 것은 한국과 일본 정부 간의 문제"라며 "개인의 청구권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일본이 한국 대법원의 판결을 부정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최근 강경한 대 한국·중국 외교 정책에 대해서도 비판을 이어나갔다.
그는 "아베 총리는 방위력과 군사력을 강화해 일본이 강력한 힘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런 사고방식으로 일본이 통치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시대착오적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아베 총리는 평화의 시대가 끝났다며 외교적 대화가 의미 없다고까지 말했다"면서 "모든 문제는 대화를 통해 마지막까지 노력해야 한다. 군사력으로는 진정한 평화를 결코 쌓아나갈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본이 평화를 지키려면 자위대를 강화할 것이 아니라 주변국과 어떻게 우호적 관계를 형성해 나갈지 고민해야 한다"며 "위협을 줄이려면 상대에게 위협의 의도를 없애주면 된다. 이것이 외교 능력"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동아시아 공동체를 만들어 경제, 안전보장, 교육, 문화, 스포츠, 에너지, 환경 등 모든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면서 "최종적으로 일본 오키나와와 한국 제주도에 공동 의회를 만들면 좋겠다"고 말했다.
일본의 태도 변화와 함께 한국과 중국이 나아가야 할 길이 무엇인지를 묻는 학생의 질문에는 "일본과 주변국과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서로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일본이 예전에 했던 잘못된 길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면서 "일본이 한반도 평화를 위해 어떠한 역할을 할지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하며 강의를 마쳤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강의를 마치고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이희호 여사 빈소를 조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