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中과 원래 합의조건 아니면 노딜"
미·중 무역전쟁이 이달 말 양국 정상회담에서 해결될 가능성이 점점 옅어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 측이 번복한 원래 합의 조건으로 복귀하지 않으면 협상을 타결짓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미국 고위 관료들은 담판이 이뤄진다 해도 최종 타결과는 거리가 멀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이에 대해 반응을 내놓지 않고 우군 확보를 위해 중앙아시아 방문에 나섰다.

트럼프 “내가 협상 쥐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협상을 못 하도록 지연시키고 있는 것은 나”라며 “우리는 중국과 훌륭한 합의를 하거나 아니면 전혀 합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중국과 합의했었다”며 “중국이 그 합의로 돌아가지 않으면 타결하는 데 관심없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은 간절히 협상 타결을 원하고 있다”며 중국이 4∼5개 쟁점에 다시 합의하지 않으면 협상을 진전시키지 않을 것임을 강조했다.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양국은 작년 12월 전격적으로 휴전에 들어간 뒤 수차례 고위급 협상을 벌였다. 지난달 초 양국은 △중국의 기술이전 강요 △지식재산권 침해 △위안화 환율조작 △사이버 절도 △산업보조금 지급 등을 막는 내용의 합의안 초안을 만들었다. 하지만 중국이 막판에 합의 사항 법제화를 거부하면서 결렬됐다. 미국은 90% 합의가 이뤄진 상황에서 중국의 번복 때문에 판이 깨졌다고 비난하고 있다.

양국은 오는 28∼29일 일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 간 담판을 추진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세계 최대 경제 대국 사이의 갈등을 막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정상회담에서 진전이 이뤄진다 해도 최종 타결은 어려울 전망이다. 윌버 로스 상무부 장관은 이날 CNBC에 나와 “잘해야 앞으로 나아가는 데 대한 합의의 일부일 것”이라며 “최종 합의가 아닐 것이란 점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대행도 “정상회담은 합의를 끝내는 자리가 아니라 다시 협상할 기회”라고 설명했다.

미국에선 타협되지 않아도 괜찮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양국이 무역 합의에 이르지 않아도 미 경제는 올해 3%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항전 의지 다지는 중국

중국도 굽히지 않고 있다. 시 주석은 12~14일 키르기스스탄 수도 비슈케크에서 열리는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14∼16일엔 타지키스탄 수도 두샨베에서 열리는 아시아 상호협력 신뢰 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지난주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밀월관계를 과시한 데 이어 중앙아시아를 방문해 우군을 확보하겠다는 의도로 관측된다.

중국 정부는 12일 지방정부가 철도와 고속도로, 전기, 가스공급 프로젝트에 특수채를 발행해 조달한 돈을 쓸 수 있게 허용했다. 무역전쟁으로 인한 경기 둔화를 돌파하기 위한 부양 조치다. 이 과정에서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채권 발행을 지원키로 했다.

중국 언론들은 중국 정부가 지난 10일부터 장시성과 네이멍구자치구, 푸젠성 등 자국 내 희토류 주요 산지에서 현황 조사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희토류 불법 개발 및 수출을 단속하겠다는 의도다. 중국이 희토류를 미국 압박 무기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의 희토류 수출은 3640t으로 전달보다 16%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중국 정부 입장을 가장 먼저 트위터로 내보내는 중국 글로벌타임스의 후시진 편집인은 이날 “중국은 기본적으로 미국이 가끔 보내는 유화적 신호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베이징=강동균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