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파행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 당정 협의를 이달 들어 주 3회꼴로 대폭 늘리고 있다. ‘일하는 여당’ 모습을 부각하는 동시에 자유한국당의 국회 복귀를 압박하기 위한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12일 민주당에 따르면 이달 들어 정부와의 공식적인 당정 협의는 여섯 차례 열렸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와 정부 부처 장관 오찬 모임까지 합하면 총 아홉 차례 머리를 맞댔다. 지난달 마지막 1주일 동안에도 세 차례 당정 협의가 열렸다.

과거엔 정책 관련 당정 협의가 주를 이뤘지만 최근엔 현안 보고 형식의 회의도 부쩍 늘었다. 국회 공전으로 인한 상임위원회 업무 공백을 막겠다는 취지다. 이날 오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는 김연철 통일부 장관, 조세영 외교부 제1차관 등과 비공개 회의를 열었다. 북한에서 발생한 아프리카돼지열병과 헝가리 유람선 침몰 사고 등의 현안 보고가 주를 이뤘다. 오후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등이 참석한 정무위원회 회의가 열렸다. 회의는 내년도 예산 및 추진 사업 등의 일상 업무보고 중심으로 진행됐다. 민주당 관계자는 “당정 협의를 통해 일하는 여당 모습을 보여줘 한국당과의 차별화를 노리는 측면이 있다”며 “특별한 현안이 없어도 자주 만날 계획”이라고 말했다.

상임위별 전문성을 바탕으로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겠다는 지도부의 의지도 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30일 의원 워크숍에서 “매주 상임위 간사단 회의를 열겠다”고 밝혔다. 이 원내대표는 지난달 8일 원내대표 경선에서 정견 발표를 통해 “주요 정책 결정은 상임위가 해당 부처를 주도하고, 이견이 생기면 청와대와 빈틈 없이 조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도 최근 장관들과의 오찬에서 국회 개회 여부와 상관없이 당정 소통을 강화해 달라고 주문했다. 집권 3년차를 맞아 느슨해질 수 있는 당정 관계의 고삐를 더 세게 죄는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한국당 등 일부 야당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벌이는 ‘공무원 줄 세우기’라고 비판하고 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부정선거의 먹구름이 우리 사회에 드리우고 있다”며 “‘관권·조작선거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여당의 불법선거 획책 시도를 막고, 실체적 진실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