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올해 처음 도입한 4급 승진 역량평가에서 고연령·기술직 승진 대상자들이 대거 탈락해 논란이 일고 있다. 역량평가가 주로 순발력 측정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젊은 5급 고시 출신 사무관들에게 사실상 특혜를 준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12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달 4급 승진 대상자인 5급 사무관 95명을 대상으로 치러진 역량평가에서 전체 합격률이 61.5%로 나타났다. 역량평가는 서울시 공무원 인재개발원에서 개발해 올해 처음 도입한 제도다. 역량평가를 통과하지 못한 5급 사무관은 4급 승진 심사 대상에서 제외된다.

역량평가는 주로 두뇌 순발력과 상황대처능력 측정에 초점을 맞췄다. 첫날엔 50분간 15~16장의 사설 및 보고서 등을 읽고 A4용지 2장 분량으로 보고서를 작성해 제출하는 방식으로 평가가 이뤄졌다. 보고서를 작성하고 다시 15분 동안 주어진 자료를 읽고 난 뒤 15분 동안 보고서 내용을 토대로 인터뷰를 했다. 둘째날에는 30분 동안 15~16장의 자료를 읽고 25분 동안 기자 역할을 맡은 면접관 2명으로부터 질문을 받는 ‘롤플레이 방식’으로 평가가 진행됐다.

결과는 연령별, 직렬별로 뚜렷이 갈렸다. 고시 출신인 30대 5급 사무관 6명은 행정직과 기술직에서 전원 합격했다. 40대 합격률은 84.2%를 나타냈지만, 50대 합격률은 47.9%에 그쳤다. 특히 기술직은 40대와 50대를 합쳐도 합격률이 45.2%였다. 행정직 공무원은 72.5%의 합격률을 나타낸 반면 기술직은 44.7%에 그쳤다.

역량평가 결과가 나오자 합격자와 탈락자를 가리지 않고 불만이 쏟아졌다. 기술직 팀장급 직원도 “한 분야에서 오랜 경험을 쌓아온 기술직에게 갑자기 생판 모르는 분야를 주고 대처하도록 해서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런 순발력 테스트를 일괄 적용하는 데 대한 반발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다른 팀장급 직원은 “불과 한두 시간의 테스트로 역량을 평가한다는 것이 타당한지는 의문”이라며 “순발력 분야는 고연령대일수록 불리할 수밖에 없지 않냐”고 지적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