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오른쪽)이 12일 판문점 통일각에서 이희호 여사 빈소에 보낼 김정은 명의의 조화를 전달한 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가운데),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통일부 제공
김여정(오른쪽)이 12일 판문점 통일각에서 이희호 여사 빈소에 보낼 김정은 명의의 조화를 전달한 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가운데),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통일부 제공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12일 판문점 통일각에서 만났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은 이희호 여사 유족에게 전달할 김정은 명의의 조의문과 조화를 들고 왔다. 두 사람의 만남은 지난 2월 하노이 미·북 2차 정상회담 결렬 이후 처음이다.

김여정과 정 실장의 만남은 오후 5시께부터 약 15분간 이뤄졌다. 북측에선 이현 당 통일전선부 실장이 동행했다. 우리 측에선 정 실장 외에 윤건영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 서호 통일부 차관, 장례위원회를 대표하는 박지원 김대중평화센터 부이사장(민주평화당 의원) 등이 참석했다. 통일부는 지난 11일 이희호 여사 장례위원회 요청을 받아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북한 측에 이 여사 부음을 전달한 바 있다.

정 실장은 “김 부부장이 ‘고 이희호 여사님의 그간 민족 화합과 협력을 위해 애쓰신 뜻을 받들어서 남북 간의 협력을 계속해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다만 “남북 정상이 서로에게 전하는 메시지나 친서는 없었다”며 “오늘은 고인에 대한 남북의 추모와 애도의 말씀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김여정은 “김 위원장께서 이희호 여사님에 대해서는 각별한 감정을 가지고 남측의 책임 있는 인사에게 직접 조의를 전달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고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전했다.

김정은이 김여정을 통해 조의문과 조화를 전달하면서 남북 대화의 불씨가 되살아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김정은은 4월 최고인민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오지랖 넓은 ‘중재자’ ‘촉진자’ 행세를 하지 말라”고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했다. 이번에 김여정과 정 실장이 만나면서 남북 정상회담이 재개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문 대통령의 부재, 이 여사가 대통령이 아닌 영부인이란 점 등을 고려해 격을 낮췄지만 김여정을 보내 최대한 성의를 표시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파주공동취재단/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