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가치를 찾는 '합의 후 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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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격을 바꾸는 재협상과 달리
조건 추가해 더 많은 가치 창출
골격을 바꾸는 재협상과 달리
조건 추가해 더 많은 가치 창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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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 끝에 그는 제약회사에 전화해 선금을 더 받고 싶다고 했다. 제약회사 측은 깜짝 놀라며 거래에 무슨 문제라도 있는지 물었다. 그는 후속 연구개발을 하고 현금 흐름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털어놓았다. 제약회사는 그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대신 향후 2년간 추가 연구개발에 대한 계약 우선권을 제약회사가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대부분 합의 후 합의에 거부감을 가진다. 이미 하기로 한 거래인데 이제 와서 재협상하자는 것 같은 인상을 상대에게 주고 싶지 않아서다. 자칫 잘못하면 계약이 통째로 무산될 소지도 있다. 그런데도 왜 합의 후 합의를 고려해야 하는가. 미국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디팩 맬호트라 교수와 맥스 베이저먼 교수는 이렇게 설명한다.
첫째, 합의 후 합의는 양측의 합의 이행을 더욱 공고하게 해 준다. 이미 계약서에 서명했다는 것은 서로 협력할 의사가 있음을 뜻한다. 여기에 약간의 조건을 추가한다는 것이 골자다. 그것은 향후 이행 과정에서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불이익 가능성을 줄여준다. 이에 따라 계약의 불확실성도 줄어든다.
셋째, 양쪽은 또 하나의 ‘배트나(BATNA: best alternative to negotiated agreement)’를 갖게 된다. 협상이 결렬됐을 때 사용할 수 있는 최고의 대안을 뜻한다. 여기서는 기존의 합의가 대안이 되는 셈이다. 새로운 조건이 제시되더라도 수락하지 않으면 기존 계약대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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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석 < IGM 세계경영연구원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