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힌트 얻으려면 데이터 집착 말고 신호를 찾아라
“관점이 없으면 북극성도 구명정도 없이 망망대해를 표류해야 한다.” 나름의 관점이 없으면 도처에서 관찰할 수 있는 것들은 모두가 웅웅거리는 소문과 같아지고 만다. 세상의 유일한 상수는 변화이며, 그 변화 속에서 신호를 감지하는 사람들만이 승리하는 자리에 설 수 있다. 자기 일을 오랫동안 하면서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100% 동감할 수 있는 것은 신호를 감지해낼 수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피파 맘그렌의 《시그널》은 일상의 작은 신호로 미래를 감지하는 방법을 다룬 책이다. 조지 W 부시 대통령 행정부에서 경제정책 특별보좌관을 지낸 저자는 경력의 대부분을 금융시장에서 치열하게 뛰었던 인물이다.

이 책이 가진 강점은 깔끔하게 다듬어진 이론을 다룬 사람들이라면 알아차리기 쉽지 않은 생생한 현장 이야기를 듬뿍 담았다는 것이다. 지금도 어디선가 경험할 수 있는 실전 사례를 이용해 시그널 포착 방법을 서술하고 있다.

미래의 힌트 얻으려면 데이터 집착 말고 신호를 찾아라
복잡한 현실 속에서 신호에 집중해야 하는 목적은 무엇인가. 정보와 지식에 기초한 세계관을 얻기 위해서다. 관점이 없는 사람은 불확실성으로 가득찬 세상을 표류해야 하고 대중이 선택하는 것을 따라야만 한다. 물론 그런 방식으로 승리하는 쪽에 설 가능성은 대단히 낮다.

관점을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대중에 반대할 줄 알아야 한다. 남들이 모두 가는 곳에는 기회라는 것이 존재하기 힘들다. 불황이건 호황이건 시장에서 무언가를 공급하지 못하고 있거나 적절한 가격에 공급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개인으로 하여금 새 사업을 시작하도록 만드는 동기다. 언제나 기회가 있다는 말이다.

한 개인이 세계 경제에 대해 관점을 기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학위를 받아야 할 필요는 없다. 오로지 기민한 태도와 관찰력, 상식과 인격을 기르면 된다. 독자들 가운데 ‘왜 인격이 필요한가’라는 의구심이 들 수도 있다. 저자가 강조하는 인격은 군중의 사고가 아니라 자신만의 사고에 따라 세계관을 정립하는 능력이다. 그리고 그 세계관을 실행하고 유지할 수 있는 역량이다. 또 한 가지가 더 필요하다. 그것은 고집불통으로부터의 자유로움이다. “평상시와 같은 노력으로는 달성하기 힘든 목표를 이루기 위해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세계관을 바꿀 수 있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

남들과 똑같은 관점을 가진 사람들의 행동은 얼마든지 예상할 수 있다. 남들이 살 때 뒤따라서 사고, 남들이 팔 때 뒤따라서 파는 일을 반복한다. 이렇게 해선 대체로 실패하는 쪽에 설 수밖에 없다. 그런데 확연한 신호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그런 신호를 자주 놓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데이터라는 과거의 것에 지나치게 집착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신호야말로 “데이터에 아직 포함되지 않은 미래에 대한 힌트”라고 역설한다. 모두 9개 장으로 구성된 책은 마치 소설처럼 재미있게 읽힌다. 풍성한 사례와 함께 저자의 유려한 필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줄을 죽죽 그을 수 있는 독서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이런저런 경험을 하고서야 비로소 나올 수 있는 책이다.

공병호 < 공병호연구소 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