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경 대표 "피 한방울로 간편하게 산전 태아검사…세계 최초로 당일 진단 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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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바이오 프런티어
박희경 시선바이오머티리얼스 대표
태아 유전질환 검사키트 출시
3일→4시간으로 진단시간 줄여
박희경 시선바이오머티리얼스 대표
태아 유전질환 검사키트 출시
3일→4시간으로 진단시간 줄여
“분자의학을 기반으로 한 진단과 치료제 개발로 맞춤 의료 시대를 여는 첨병이 되겠다.”
박희경 시선바이오머티리얼스 대표(53)의 포부다. 바이오 벤처기업에서 잔뼈가 굵은 박 대표는 진단과 치료제 개발에 동시에 도전장을 냈다. 다가오는 정밀의료 시대에 각광받을 무기를 장착했다는 자신감에서다. 그는 “증상이 아니라 유전자검사를 통해 근본적인 치료를 하는 시대가 머지않았다”며 “인류 건강에 기여하겠다는 목표를 꼭 실현하겠다”고 했다.
연구원에서 사업가로 변신
인하대 생물공학과를 나온 박 대표는 외환위기 때문에 인생항로가 바뀌었다. 1997년 인하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미국 대학에서 박사후과정을 밟으려고 계획했다가 취업으로 방향을 틀었다.
첫 직장은 진인이라는 바이오벤처였다. 이곳에서 꼬박 7년 동안 DNA칩, 분자진단 분야를 연구했다. DNA칩은 수만 개 DNA를 동시에 분석하는 기술로, 당시에는 바이오업계 화두였다. 지노첵 등 유전체 분석 기업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박 대표는 “DNA를 하나씩 분석하던 당시로는 DNA칩이 획기적인 기술이었다”며 “데이터 분석방법론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다 보니 상업화까지는 난관이 많다”고 했다.
박 대표는 2006년 액체생검 전문 바이오벤처 파나진으로 옮겼다. 연구소장, 사업본부장 등을 지내며 DNA칩, 실시간 분자진단 제품 개발 등을 이끌었다. 그러면서도 유전자진단 분야 연구로 쌓은 경험과 노하우를 활용해 신약을 직접 개발해보고 싶었다. 주변에서 창업을 같이하자는 권유를 받을 때마다 마음이 흔들렸다. 그는 결국 2012년 3월 창업의 첫발을 뗐다. 바이오업계에 몸담은 지 14년째 되던 해였다. 박 대표는 “화학사업이 기반인 파나진과는 추구하는 방향이 달랐다”며 “고민 끝에 독립하기로 결심했다”고 했다.
진단 시간 획기적 단축
의료 분야에서는 치료제만큼이나 진단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예전에는 의사들이 환자의 증세를 보고 질환을 판정했다. 그러다 보니 오진이 잦았다. 똑같은 약을 처방해도 환자에 따라 잘 낫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했다. 발병 원인은 따지지 않은 채 증상만으로 처방하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대장암, 폐암 등도 똑같은 암이 아니고 유전자 차이 등으로 인해 발병 원인이 다양하다”며 “병의 원인을 정확하게 찾아주는 진단산업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했다.
이 회사의 첫 번째 출시 제품은 2016년 선보인 신생아 난청검사 키트다. 이후 꾸준히 제품군을 늘렸다. 지난달에는 혈액만으로 간편하게 산전 태아검사를 할 수 있는 ‘맘스시선’을 출시했다. 다운증후군 등 태아 염색체 이상 여부를 검사하는 진단제품이다. 99% 정확도로 3일이면 진단 결과를 받아볼 수 있다. 병원에서 하는 NGS(차세대 염기서열) 기반 유전자 검사가 2~4주 걸리는 것에 비하면 매우 빠른 속도다. 박 대표는 “35세 이상 산모는 다운증후군 등 염색체 이상 태아를 출산할 확률이 높아 산전 태아검사가 필수”라며 “기존 양수 검사는 산모가 불편해하는 것은 물론 침습 방식이어서 유산 위험까지 있다”고 했다.
이 회사는 검사 당일 산모가 검사 결과를 받아볼 수 있는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 절차를 밟고 있다. 당일 진단은 세계 최초다. 박 대표는 “병원에 비치된 기존 진단방비를 활용하면 피 한 방울로 4시간이면 태아의 유전질환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암 진단 키트 사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면역항암제 키트루다를 쓸 수 있는 환자를 가려내는 MSI(현미부수체 불안정성) 검사키트는 대장암과 위암을 적응증으로 식약처 허가를 받았다. 병원에서는 그동안 암 환자의 MSI 검사를 미국 프로메가에 의뢰했으나 이제는 직접 진단장비를 갖춰놓고 시선바이오의 MSI 키트를 활용해 검사할 수 있어 검사시간을 단축할 수 있게 됐다. 프로메가 진단제품은 허가를 받지 않아 병원이 이 회사의 진단키트로는 직접 검사할 수 없다. 박 대표는 “연내 자궁내막증 난소암 진단키트도 허가받을 예정”이라며 “그리스 이탈리아 등으로 MSI 키트 수출을 시작했고,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기 위한 임상도 계획하고 있다”고 했다.
후성 유전질환 진단 새 길 열다
DNA에는 이상이 없지만 리보핵산(RNA)에 이상이 생겨 발병하기도 한다. 유전자 염기 아데닌(A) 구아닌(G) 사이토신(C) 티민(T) 가운데 사이토신에 메틸기가 달라붙으면 RNA에 이상이 생긴다. 이를 DNA 메틸화라고 한다. 흡연, 음주, 미세먼지, 스트레스 등 환경적 요인에 의한 DNA 메틸화는 암 발생을 촉진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이 때문에 후천적 요인에 의한 유전자변이, 즉 후성유전체에 대한 관심이 높다.
문제는 DNA 메틸화를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기존 기술로는 바이설파이트라는 물질을 넣어 사이토신이 티민으로 바뀌는지 여부로 진단한다. 하지만 메틸화 검사 결과에 일관성이 크게 떨어진다. 박 대표는 “아침에 한 것과 저녁에 한 검사 결과가 다르고, 바이설파이트 주입량에 따라서도 결과값이 달라진다”며 “전문가가 직접 검사를 했더라도 결과값 편차가 너무 커 기존 진단 방식이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시선바이오는 기존 검사의 한계를 넘어선 새로운 방식을 고안해냈다. 이 회사의 에피톱(Epi-TOP) 기술은 바이설파이트 없이 메틸화 검사를 할 수 있는 독자 기술이다. 혈액 검사만으로 메틸기를 잘 검출하는 키트를 개발했다. 뇌종양 진단키트는 개발을 마쳤고, 폐암 대장암 유방암 피부질환 뇌질환 제품은 개발 중이다. 박 대표는 “후성 유전 분야에는 아직 검사 키트가 많지 않다”며 “정확도가 99.9%인 메틸화 검사 기술을 확보해 이 분야를 주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암 뇌질환 신경질환 등 다수의 메틸화 진단 키트를 개발하고 있다”며 “연내에 2종의 암 진단 키트를 허가 신청할 계획”이라고 했다.
“PNA 기반 핵산 치료제 개발”
시선바이오는 PNA라는 진단 소재에 대한 독자적인 합성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PNA는 1991년 덴마크 코펜하겐대 연구진이 처음으로 발명한 인공 DNA다. 유전자 염기서열을 인식해 결합하는 인공물질이다. RNA와 결합이 잘되는 장점이 있다. 이 때문에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PNA 기반의 진단 제품이 적지 않다.
시선바이오는 PNA를 활용한 치료제 개발에도 뛰어들었다. 지난해 7월 시선테라퓨틱스라는 자회사를 물적분할 방식으로 세웠다. 박 대표는 “2015년부터 신약 개발을 시작했으나 진단과 신약 사업부문의 조직 문화가 너무 달라 분사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핵산 치료제는 아직 초기 단계다. 개발 기업도 손꼽을 정도다. DNA 기반 치료제는 미국 아이오니스, RNA는 올릭스와 미국 어나일럼, PNA는 올리패스와 시선바이오 등이다. 기술적 제약 때문이다. 화학적으로 만든 DNA와 RNA는 몸 속에 들어가면 오래가지 못한다. 질환 부위에 달라붙더라도 몸 속의 특정 효소가 금방 잘라내버려 약효를 제대로 낼 수 없다. 반면 PNA는 오래 지속한다. DNA RNA 등과는 구조가 달라 효소가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PNA의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치료제 개발에는 난항을 겪어왔다. 서로 뭉치는 PNA의 특성을 제어하기 어려운 탓이다. 덩어리가 된 PNA는 세포를 뚫고 들어가지 못해 치료 효과를 내기 어렵다. 시선바이오는 PNA를 100㎚(1㎚=10억분의 1m)의 미세한 크기로 제조할 수 있는 폴리고(POLIGO)라는 기술로 문제를 풀었다.
시선바이오는 PNA 기반의 황반변성 치료제와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두 후보물질 모두 내년 상반기에 국내 임상1상 승인 신청을 할 예정이다. 황반변성 치료제는 기존 주사제와 차별화된 점안제로 개발 중이다. 박 대표는 “기존 치료제인 아일리아보다 효과가 뛰어나고 환자 편의성이 높다”고 했다. 아토피 치료제도 주사제가 아니라 바르는 연고로 개발하고 있다. 박 대표는 “진피까지 흡수가 잘 된다”며 “기존 주사제와 달리 어린이 환자에게도 처방할 수 있도록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내년 성장 본궤도 진입”
시선바이오에는 매주 두 차례 정례회의가 열린다. 월요일마다 열리는 직원 세미나에서는 38명 직원 전원이 매주 1~2명씩 돌아가며 자신이 맡고 있는 분야의 과제를 발표한다. 금요일에는 팀장급 기술미팅이 열린다. 기술 트렌드 등을 공유하는 자리다. 박 대표가 창업 초기부터 직원 세미나와 기술미팅에 신경을 많이 썼다. 그는 “작은 바이오벤처다 보니 직원끼리 기술과 정보를 공유하면서 방향을 잡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믿고 있다”며 “남들보다 발빠르게 시장 선점 제품을 내놓는 원동력”이라고 했다.
시선바이오는 내년 매출 성장세가 본격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DNA 메틸화 검사 제품이 기폭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13억원이던 매출은 올해 50억원, 내년 120억원, 2022년 672억원이 목표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
박희경 시선바이오머티리얼스 대표(53)의 포부다. 바이오 벤처기업에서 잔뼈가 굵은 박 대표는 진단과 치료제 개발에 동시에 도전장을 냈다. 다가오는 정밀의료 시대에 각광받을 무기를 장착했다는 자신감에서다. 그는 “증상이 아니라 유전자검사를 통해 근본적인 치료를 하는 시대가 머지않았다”며 “인류 건강에 기여하겠다는 목표를 꼭 실현하겠다”고 했다.
연구원에서 사업가로 변신
인하대 생물공학과를 나온 박 대표는 외환위기 때문에 인생항로가 바뀌었다. 1997년 인하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미국 대학에서 박사후과정을 밟으려고 계획했다가 취업으로 방향을 틀었다.
첫 직장은 진인이라는 바이오벤처였다. 이곳에서 꼬박 7년 동안 DNA칩, 분자진단 분야를 연구했다. DNA칩은 수만 개 DNA를 동시에 분석하는 기술로, 당시에는 바이오업계 화두였다. 지노첵 등 유전체 분석 기업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박 대표는 “DNA를 하나씩 분석하던 당시로는 DNA칩이 획기적인 기술이었다”며 “데이터 분석방법론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다 보니 상업화까지는 난관이 많다”고 했다.
박 대표는 2006년 액체생검 전문 바이오벤처 파나진으로 옮겼다. 연구소장, 사업본부장 등을 지내며 DNA칩, 실시간 분자진단 제품 개발 등을 이끌었다. 그러면서도 유전자진단 분야 연구로 쌓은 경험과 노하우를 활용해 신약을 직접 개발해보고 싶었다. 주변에서 창업을 같이하자는 권유를 받을 때마다 마음이 흔들렸다. 그는 결국 2012년 3월 창업의 첫발을 뗐다. 바이오업계에 몸담은 지 14년째 되던 해였다. 박 대표는 “화학사업이 기반인 파나진과는 추구하는 방향이 달랐다”며 “고민 끝에 독립하기로 결심했다”고 했다.
진단 시간 획기적 단축
의료 분야에서는 치료제만큼이나 진단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예전에는 의사들이 환자의 증세를 보고 질환을 판정했다. 그러다 보니 오진이 잦았다. 똑같은 약을 처방해도 환자에 따라 잘 낫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했다. 발병 원인은 따지지 않은 채 증상만으로 처방하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대장암, 폐암 등도 똑같은 암이 아니고 유전자 차이 등으로 인해 발병 원인이 다양하다”며 “병의 원인을 정확하게 찾아주는 진단산업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했다.
이 회사의 첫 번째 출시 제품은 2016년 선보인 신생아 난청검사 키트다. 이후 꾸준히 제품군을 늘렸다. 지난달에는 혈액만으로 간편하게 산전 태아검사를 할 수 있는 ‘맘스시선’을 출시했다. 다운증후군 등 태아 염색체 이상 여부를 검사하는 진단제품이다. 99% 정확도로 3일이면 진단 결과를 받아볼 수 있다. 병원에서 하는 NGS(차세대 염기서열) 기반 유전자 검사가 2~4주 걸리는 것에 비하면 매우 빠른 속도다. 박 대표는 “35세 이상 산모는 다운증후군 등 염색체 이상 태아를 출산할 확률이 높아 산전 태아검사가 필수”라며 “기존 양수 검사는 산모가 불편해하는 것은 물론 침습 방식이어서 유산 위험까지 있다”고 했다.
이 회사는 검사 당일 산모가 검사 결과를 받아볼 수 있는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 절차를 밟고 있다. 당일 진단은 세계 최초다. 박 대표는 “병원에 비치된 기존 진단방비를 활용하면 피 한 방울로 4시간이면 태아의 유전질환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암 진단 키트 사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면역항암제 키트루다를 쓸 수 있는 환자를 가려내는 MSI(현미부수체 불안정성) 검사키트는 대장암과 위암을 적응증으로 식약처 허가를 받았다. 병원에서는 그동안 암 환자의 MSI 검사를 미국 프로메가에 의뢰했으나 이제는 직접 진단장비를 갖춰놓고 시선바이오의 MSI 키트를 활용해 검사할 수 있어 검사시간을 단축할 수 있게 됐다. 프로메가 진단제품은 허가를 받지 않아 병원이 이 회사의 진단키트로는 직접 검사할 수 없다. 박 대표는 “연내 자궁내막증 난소암 진단키트도 허가받을 예정”이라며 “그리스 이탈리아 등으로 MSI 키트 수출을 시작했고,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기 위한 임상도 계획하고 있다”고 했다.
후성 유전질환 진단 새 길 열다
DNA에는 이상이 없지만 리보핵산(RNA)에 이상이 생겨 발병하기도 한다. 유전자 염기 아데닌(A) 구아닌(G) 사이토신(C) 티민(T) 가운데 사이토신에 메틸기가 달라붙으면 RNA에 이상이 생긴다. 이를 DNA 메틸화라고 한다. 흡연, 음주, 미세먼지, 스트레스 등 환경적 요인에 의한 DNA 메틸화는 암 발생을 촉진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이 때문에 후천적 요인에 의한 유전자변이, 즉 후성유전체에 대한 관심이 높다.
문제는 DNA 메틸화를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기존 기술로는 바이설파이트라는 물질을 넣어 사이토신이 티민으로 바뀌는지 여부로 진단한다. 하지만 메틸화 검사 결과에 일관성이 크게 떨어진다. 박 대표는 “아침에 한 것과 저녁에 한 검사 결과가 다르고, 바이설파이트 주입량에 따라서도 결과값이 달라진다”며 “전문가가 직접 검사를 했더라도 결과값 편차가 너무 커 기존 진단 방식이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시선바이오는 기존 검사의 한계를 넘어선 새로운 방식을 고안해냈다. 이 회사의 에피톱(Epi-TOP) 기술은 바이설파이트 없이 메틸화 검사를 할 수 있는 독자 기술이다. 혈액 검사만으로 메틸기를 잘 검출하는 키트를 개발했다. 뇌종양 진단키트는 개발을 마쳤고, 폐암 대장암 유방암 피부질환 뇌질환 제품은 개발 중이다. 박 대표는 “후성 유전 분야에는 아직 검사 키트가 많지 않다”며 “정확도가 99.9%인 메틸화 검사 기술을 확보해 이 분야를 주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암 뇌질환 신경질환 등 다수의 메틸화 진단 키트를 개발하고 있다”며 “연내에 2종의 암 진단 키트를 허가 신청할 계획”이라고 했다.
“PNA 기반 핵산 치료제 개발”
시선바이오는 PNA라는 진단 소재에 대한 독자적인 합성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PNA는 1991년 덴마크 코펜하겐대 연구진이 처음으로 발명한 인공 DNA다. 유전자 염기서열을 인식해 결합하는 인공물질이다. RNA와 결합이 잘되는 장점이 있다. 이 때문에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PNA 기반의 진단 제품이 적지 않다.
시선바이오는 PNA를 활용한 치료제 개발에도 뛰어들었다. 지난해 7월 시선테라퓨틱스라는 자회사를 물적분할 방식으로 세웠다. 박 대표는 “2015년부터 신약 개발을 시작했으나 진단과 신약 사업부문의 조직 문화가 너무 달라 분사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핵산 치료제는 아직 초기 단계다. 개발 기업도 손꼽을 정도다. DNA 기반 치료제는 미국 아이오니스, RNA는 올릭스와 미국 어나일럼, PNA는 올리패스와 시선바이오 등이다. 기술적 제약 때문이다. 화학적으로 만든 DNA와 RNA는 몸 속에 들어가면 오래가지 못한다. 질환 부위에 달라붙더라도 몸 속의 특정 효소가 금방 잘라내버려 약효를 제대로 낼 수 없다. 반면 PNA는 오래 지속한다. DNA RNA 등과는 구조가 달라 효소가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PNA의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치료제 개발에는 난항을 겪어왔다. 서로 뭉치는 PNA의 특성을 제어하기 어려운 탓이다. 덩어리가 된 PNA는 세포를 뚫고 들어가지 못해 치료 효과를 내기 어렵다. 시선바이오는 PNA를 100㎚(1㎚=10억분의 1m)의 미세한 크기로 제조할 수 있는 폴리고(POLIGO)라는 기술로 문제를 풀었다.
시선바이오는 PNA 기반의 황반변성 치료제와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두 후보물질 모두 내년 상반기에 국내 임상1상 승인 신청을 할 예정이다. 황반변성 치료제는 기존 주사제와 차별화된 점안제로 개발 중이다. 박 대표는 “기존 치료제인 아일리아보다 효과가 뛰어나고 환자 편의성이 높다”고 했다. 아토피 치료제도 주사제가 아니라 바르는 연고로 개발하고 있다. 박 대표는 “진피까지 흡수가 잘 된다”며 “기존 주사제와 달리 어린이 환자에게도 처방할 수 있도록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내년 성장 본궤도 진입”
시선바이오에는 매주 두 차례 정례회의가 열린다. 월요일마다 열리는 직원 세미나에서는 38명 직원 전원이 매주 1~2명씩 돌아가며 자신이 맡고 있는 분야의 과제를 발표한다. 금요일에는 팀장급 기술미팅이 열린다. 기술 트렌드 등을 공유하는 자리다. 박 대표가 창업 초기부터 직원 세미나와 기술미팅에 신경을 많이 썼다. 그는 “작은 바이오벤처다 보니 직원끼리 기술과 정보를 공유하면서 방향을 잡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믿고 있다”며 “남들보다 발빠르게 시장 선점 제품을 내놓는 원동력”이라고 했다.
시선바이오는 내년 매출 성장세가 본격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DNA 메틸화 검사 제품이 기폭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13억원이던 매출은 올해 50억원, 내년 120억원, 2022년 672억원이 목표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