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靑참모 적반하장에 유체이탈"…靑 "청원답변, 특정정당 압박·조롱 아니다"
羅 "靑 제대로 연락 한번 안해"…靑 "적극소통 노력…한국당 측과 오늘 아침도 통화"


국회 정상화를 위한 여야의 막바지 물밑 협상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자유한국당과 청와대가 13일 날 선 신경전을 벌였다.

한국당은 청와대가 최근 '정당 해산'과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국민청원 관련 답변에서 야당을 조롱하고 압박하며 국회 정상화 협상을 방해하고 있다고 비판하자, 청와대는 "정무수석실의 청원답변은 정당한 업무였다"고 적극 반박했다.

또 한국당은 교착 정국을 타개하려는 청와대의 대야(對野) 소통 노력이 미흡하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청와대는 정치권과 소통하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왔다고 밝혔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재해 및 건전재정 추경 긴급토론회'에서 "우리는 여당과 신뢰를 복원하는 과정을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는데 문재인 대통령이 순방하는 틈에 정무수석과 정무비서관이 정치 전면에 서서 연일 국회를 농락하고 있다"며 "청와대가 야당을 조롱하고 압박하면서 재를 뿌리고 있는데 어떻게 국회를 열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나 원내대표는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취임한 이후 노 실장으로부터 전화조차 받아본 적이 없다. 국회가 이렇게 파행이 됐는데 정무수석, 비서실장, 대통령이 저한테 연락 한 번 제대로 했나"라고 묻고는 "어제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가 기다리다 못해 정무수석에게 전화했고 (정무수석이) 답변을 준다고 했는데 오늘 아침에 전화가 왔다. 이런 청와대와 이야기가 되겠나"라고 말했다.

나 원내대표는 "국회 정상화의 최대 걸림돌인 청와대의 자세 전환을 촉구한다"며 "국회를 복원하며 신뢰의 벽돌을 한 장 한 장 쌓아 올리려고 하는데 청와대가 이런 식으로 하면 국회를 어떻게 열 수 있겠나"라고 덧붙였다.

나 원내대표는 토론회를 마친 뒤 기자들을 만나 "청와대가 진작에 야당에 와서 한번이라도 국회를 열자고 이야기한 적 있나"라며 "이렇게 패스트트랙을 강행해 놓고 청와대 정무수석이 나를 만나자고 찾아온 적이 있나"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이런 청와대는 처음봤다"며 "적어도 제1야당 원내대표면 대통령 비서실장이 밥 한 번 먹자고 해야하는 것 아닌가"라며 "이렇게 야당과 소통하려는 노력 안하고 야당을 무조건 압박하는 나쁜 정부다. 이런 나쁜 청와대와 같이 국정 운영을 할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황교안 대표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자신들의 실정을 덮고 국민의 심판을 회피하기 위해 꼼수 정치를 하고 있다"며 "청와대 참모들의 공격이 도를 넘고 있다. 적반하장에 유체이탈이라고 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U-20(20세 이하)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4강을 넘어 결승에 갔다. 기적 같은 승리의 동력으로 원팀 정신을 꼽고 있다"며 "10대 후반의 청년들도 원팀의 중요성을 아는데 이 정권은 피아식별조차 못 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경쟁 상대는 야당이 아니다. 야당은 힘을 합쳐 뛰어야 하는 원팀"이라며 "청와대 참모들의 자중과 책임 있는 국정 운영 자세를 엄중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한국당과의 소통을 소홀히 한 채 국회를 농락하고 있다는 취지의 주장에 청와대는 '사실과 다르다'고 적극 반박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강기정 정무수석이 '청와대 정무수석실이 왜 나서서 국민청원에 답변하느냐'는 일부 지적에 대해 "국민청원 답변은 소관 수석실에서 담당하기 때문에 국회와 정당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정무수석실이 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강 수석은 또한 "답변의 내용은 국회와 야당의 입장을 동시에 고려해서 이야기한 것"이라며 "국회가 열리지 않는 이 상황이 마치 청와대 답변 때문인 것처럼 발언하는 것은 유감"이라고 강조했다.

강 수석은 "국민청원 답변이 야당을 압박하고 조롱하는 것이란 주장을 일부에서 하는데 그렇지 않다"며 "일방적으로 특정 정당을 압박하거나 조롱할 의도로 답변을 했다면 한국당 정당해산 청원에 대해서만 답변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나 원내대표가 '노영민 비서실장, 강기정 정무수석이 연락 한번 안했다'고 발언한 데 대해서도 "전체 맥락과 맞지 않는 이야기"라고 반박했다.

강 수석은 "나 원내대표가 국회 파행 사태 이후 청와대는 빠지라고 언급해 더이상 연락할 수 없었던 것"이라며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와 오늘 오전까지도 통화했고, 황교안 대표의 비서실장인 이헌승 의원과도 계속 연락을 취해왔다"고 말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나 원내대표와 그동안 소통을 해왔고, 한국당 관계자와 어제는 물론 오늘 아침에도 통화했다"면서 야당과의 소통에 노력해 왔다고 전했다.

국민청원 답변이 '국회를 농락한다'는 나 원내대표의 언급에 대해 그는 "당청 관계, 국회와의 관계는 정무수석실의 정당한 업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역대 청원 중 가장 많은 인원이 참여한) 한국당 해산 청원에 따로 답하지 않고 민주당 해산 청원과 같이 답한 것은 오히려 여야 간 균형을 고려한 것"이라며 "정무수석실이 대결을 조장한다는 것은 맞지 않는 말"이라고 덧붙였다.
나경원 "나쁜 청와대…野 조롱·압박"…靑 "정당한 청원답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