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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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에선 지도로 끝내는 회계오류를 한국에선 기준위반이라고 제재하면서 투자자들의 불신을 키웠습니다. 회계감독체계를 사후적발에서 사전예방 중심으로 전환하겠습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13일 기업, 금융당국, 회계법인, 회계학회 등 다양한 분야의 회계전문가들과 회계감독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진행한 회의에서 ‘회계감독 선진화 방안’을 발표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지금처럼 상장사 감리주기가 긴 상태에서 사후적발로는 투자자를 제대로 보호하기 어렵다”며 “이제는 선진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강조했다.

금융위는 지난 4월 시행에 들어간 ‘재무제표 심사제도’를 적극 활용하는 방향으로 회계감독 체계를 바꿀 방침이다. 기업 재무제표에 회계처리기준 위반내용이 있는지 신속하게 점검한 뒤 위반수준이 경미하면 자발적인 정정을 유도하기로 했다.

회계감리는 중대한 회계부정이 있을 때만 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모든 상장사를 감리하는 데 드는 시간을 20년에서 13년으로 단축할 수 있을 것이란 게 금융위의 전망이다. 미국처럼 이 기간을 3년까지 줄이는 것이 최종 목표다.

기업들은 감독당국에 회계처리 방식에 대해서도 활발히 문의할 수 있게 된다. 금융감독원뿐 아니라 회계기준원에도 회계처리 문제로 심사나 감리 중인 내용에 대해 문의를 넣고 의견을 받을 수 있다.

회계기준원은 기업들과의 질의·회신 내용을 사례별로 자료로 만들어 지속적으로 공개할 예정이다. 그동안 기업들은 원칙 중심인 국제회계기준(IFRS) 아래에선 상황별로 적법한 회계처리방식이 무엇인지 판단하기 어렵다고 토로해왔다. 한 대기업 회계담당 임원은 “지금까진 IFRS 취지를 살린다는 명분 때문에 감독당국에 자문조차 구하지 못했다”며 “회계처리기준 해석을 두고 느꼈던 답답함이 다소 해소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재무제표상 오류를 수정하는데 따른 부담도 줄어든다. 자진 정정을 하는 기업은 감리보다 강도가 약한 검증절차인 심사를 받게 된다. 회계처리기준 위반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보기 어려울 경우엔 심사 자체가 면제된다.

새 외부감사인이 과거 재무제표 내용의 정정을 요구할 경우 이전 감사인과 회계처리기준 위반여부에 대해 충분한 시간을 두고 논의할 수 있다. 내년에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가 시행되면 새 외부감사인이 기존과는 다른 잣대로 회계처리기준을 적용할 것이란 기업들의 우려를 반영했다. 감사인 지정제는 기업이 외부감사인을 6년간 자율 선임하면 그 후 3년간은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강제 지정하는 제도다.

다만 상장을 앞둔 기업에 대한 감독체계는 강화된다. 지금까지 상장 주관을 맡은 증권사는 기업이 직접 기술한 재무제표 내용만 확인하면 됐지만 앞으로는 중요사항을 허위로 기재하거나 누락했는지까지 적발해야 한다.

금융위는 상장 주관사가 이같은 책임을 위반했을 때 내야하는 과징금 한도를 20억원에서 대폭 높일 방침이다. 한국거래소의 심사도 깐깐해진다. 이제는 유가증권시장뿐만 아니라 코스닥시장 상장을 추진하는 기업까지 내부통제시스템 심사를 받아야 한다.

금감원이 직접 심사하는 기업도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지금까진 사업보고서를 공시하는 기업만 상장 추진 과정에서 금감원의 감리를 받았지만 앞으로는 자산 규모 1조원 이상인 기업도 모두 심사대상에 포함된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