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직원에 쓴소리 하려면 대안도 함께 제시하라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실리콘밸리의 팀장들
킴 스콧 지음 / 박세연 옮김
청림출판 / 408쪽 / 1만6500원
킴 스콧 지음 / 박세연 옮김
청림출판 / 408쪽 / 1만6500원
화려한 ‘스펙’에 평판도 좋은 인재를 영입했다. 그는 성격이 좋고 배려심이 깊어 어디를 가도 분위기를 띄우는 팀원이었다. 하지만 함께 일을 해보니 업무 처리는 더뎠고 결과물은 엉망이었다. 그의 ‘실체’를 모르는 다른 팀원들은 여전히 그를 좋아한다. 당신이 그의 상사라면 그를 질책하고 잘못을 지적할 수 있겠는가.
《실리콘밸리의 팀장들》을 쓴 킴 스콧은 주스소프트웨어라는 첫 회사를 설립했을 때 그렇게 하지 못했다. 이전 회사에서 ‘직원을 모욕하는 게 동기를 부여하는 데 최고’라고 믿는 상사와의 악몽 같은 경험 때문이었다. 그의 무능을 애써 외면했더니 갈수록 주변의 피곤은 쌓였고 회사의 구멍은 커졌다. 결국 해고를 통보했을 때, 그가 남긴 말이 가슴에 와 박혔다. “왜 진작 말하지 않았죠?” 상사의 거짓 반응은 팀원이 발전할 기회를 빼앗아갔다. 동료들의 솔직한 조언이 없는 조직의 결속력은 쉽게 무너졌다.
스콧은 이후 구글에 입사했다. 광고 프로그램 애드센스와 유튜브 팀을 성공적으로 이끌면서 인간관계와 리더십에 관심을 갖게 됐다. 애플로 옮겨서는 사내 교육기관 애플대학에서 관리자 교육과정을 개발했다. 현재는 리더십 컨설팅 기업 캔더를 창업해 최고경영자(CEO)로 활동 중이다. 그는 실리콘밸리의 리더들이 보여주는 새로운 소통 방식을 책에 담았다. 구성원 간 신뢰를 쌓고 적극적인 관계를 맺기 위해 필요한 것은 이 책의 원제인 ‘완전한 솔직함(Radical Candor)’이다.
저자는 25년간 여러 조직을 이끈 경험을 다양한 사례로 풀어놓는다. 책을 읽다 보면 사례의 생생함과 함께 쟁쟁한 인물들의 등장에 놀란다. 그는 구글에서 공동 설립자인 래리 페이지, 스팸 대응팀을 이끌던 맷 커츠와 회의한 일이 있었다. 페이지가 내놓은 아이디어에 커츠가 반대했다. 그럼에도 페이지가 물러서지 않자 커츠는 “그것이 내게 ‘엄청난 쓰레기’를 안겨다줄 것”이라고 소리를 질렀다. 당황한 저자는 그가 해고될까봐 걱정했다.
하지만 페이지의 반응에 더 당황했다. 그는 불쾌해하기는커녕 미소를 지었다. 저자는 그제야 모든 구성원이 권위에 마음껏 도전하도록 허용하는 구글의 조직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었다. 팀장이 팀원에게 지시하는 게 아니라 팀원들이 팀장에게 먼저 가감없이 얘기했다. 중요한 결정은 회의시간에 내리는 게 아니라 그 상황을 가장 잘 아는 직원에게 맡겼다. 회의는 생산적이고 협력적이었으며 일은 효율적으로 추진됐다.
구글에 입사할 당시 저자를 면접한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와의 일화도 인상적이다. 샌드버그는 저자에게 “당신이 질문을 다루는 방식에서 많은 걸 배웠다”면서도 다만 “말을 할 때 ‘음’을 연발하는 건 멍청하게 들린다”고 말했다. “사소한 습관 때문에 손해볼 필요는 없다”며 “회사 비용으로 발성 전문가를 소개해주겠다”고 덧붙였다. 저자는 샌드버그의 ‘직언’에 다소 충격을 받긴 했지만 그가 자신을 ‘투자할 가치가 있는 인재’로 여기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저자는 “직원의 잘못을 개인적 특성과 연결지어선 안 되고 구체적인 상황과 행동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쓴소리를 할 때는 대안도 함께 제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책은 상사의 유형을 네 가지로 구분해 보여준다. ‘관심’과 ‘대립’을 세로축과 가로축으로 세웠다. 이상적 상사인 ‘완전한 솔직’함이 오른쪽 위에 있다. 관심 없이 대립만 하는 ‘불쾌한 공격’형은 오른쪽 아래다. 상대를 낮춰보고 조언이 아니라 일방적으로 공격만 하는 스타일이다. 왼쪽 위는 ‘관리 실수’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파괴적 공감’형이다. 갈등이나 불편을 피하려 그저 친절하게만 대하다 일을 망친다. 관심도 없고 대립도 없는 왼쪽 아래는 ‘고의적 거짓’형이다. 이기적이고 무책임한 상사로 저자는 이를 ‘관리의 방치’라고 표현한다.
사례와 유형 분석뿐 아니라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전략을 세세하게 알려준다. 상사에게 자연스럽게 지적하고 동료와 팀원에게 매끄럽게 조언하는 방법, 인재를 발굴해 채용하고 관계를 유지하면서 해고하며 공정하게 승진을 결정하는 과정, 회의와 의사결정을 효율적으로 이끄는 기술도 소개한다.
세심하면서도 공감을 이끌어내는 문장들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팀장의 역량, 좋은 상사의 자질은 혼자 판단하는 게 아니라 함께 논의하는 능력, 명령을 내리기보다 설득하는 능력, 아는 척하는 대신 학습하는 능력에 달려 있음을. 책은 묻는다. 당신은 어떤 상사입니까.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
《실리콘밸리의 팀장들》을 쓴 킴 스콧은 주스소프트웨어라는 첫 회사를 설립했을 때 그렇게 하지 못했다. 이전 회사에서 ‘직원을 모욕하는 게 동기를 부여하는 데 최고’라고 믿는 상사와의 악몽 같은 경험 때문이었다. 그의 무능을 애써 외면했더니 갈수록 주변의 피곤은 쌓였고 회사의 구멍은 커졌다. 결국 해고를 통보했을 때, 그가 남긴 말이 가슴에 와 박혔다. “왜 진작 말하지 않았죠?” 상사의 거짓 반응은 팀원이 발전할 기회를 빼앗아갔다. 동료들의 솔직한 조언이 없는 조직의 결속력은 쉽게 무너졌다.
스콧은 이후 구글에 입사했다. 광고 프로그램 애드센스와 유튜브 팀을 성공적으로 이끌면서 인간관계와 리더십에 관심을 갖게 됐다. 애플로 옮겨서는 사내 교육기관 애플대학에서 관리자 교육과정을 개발했다. 현재는 리더십 컨설팅 기업 캔더를 창업해 최고경영자(CEO)로 활동 중이다. 그는 실리콘밸리의 리더들이 보여주는 새로운 소통 방식을 책에 담았다. 구성원 간 신뢰를 쌓고 적극적인 관계를 맺기 위해 필요한 것은 이 책의 원제인 ‘완전한 솔직함(Radical Candor)’이다.
저자는 25년간 여러 조직을 이끈 경험을 다양한 사례로 풀어놓는다. 책을 읽다 보면 사례의 생생함과 함께 쟁쟁한 인물들의 등장에 놀란다. 그는 구글에서 공동 설립자인 래리 페이지, 스팸 대응팀을 이끌던 맷 커츠와 회의한 일이 있었다. 페이지가 내놓은 아이디어에 커츠가 반대했다. 그럼에도 페이지가 물러서지 않자 커츠는 “그것이 내게 ‘엄청난 쓰레기’를 안겨다줄 것”이라고 소리를 질렀다. 당황한 저자는 그가 해고될까봐 걱정했다.
하지만 페이지의 반응에 더 당황했다. 그는 불쾌해하기는커녕 미소를 지었다. 저자는 그제야 모든 구성원이 권위에 마음껏 도전하도록 허용하는 구글의 조직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었다. 팀장이 팀원에게 지시하는 게 아니라 팀원들이 팀장에게 먼저 가감없이 얘기했다. 중요한 결정은 회의시간에 내리는 게 아니라 그 상황을 가장 잘 아는 직원에게 맡겼다. 회의는 생산적이고 협력적이었으며 일은 효율적으로 추진됐다.
구글에 입사할 당시 저자를 면접한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와의 일화도 인상적이다. 샌드버그는 저자에게 “당신이 질문을 다루는 방식에서 많은 걸 배웠다”면서도 다만 “말을 할 때 ‘음’을 연발하는 건 멍청하게 들린다”고 말했다. “사소한 습관 때문에 손해볼 필요는 없다”며 “회사 비용으로 발성 전문가를 소개해주겠다”고 덧붙였다. 저자는 샌드버그의 ‘직언’에 다소 충격을 받긴 했지만 그가 자신을 ‘투자할 가치가 있는 인재’로 여기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저자는 “직원의 잘못을 개인적 특성과 연결지어선 안 되고 구체적인 상황과 행동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쓴소리를 할 때는 대안도 함께 제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책은 상사의 유형을 네 가지로 구분해 보여준다. ‘관심’과 ‘대립’을 세로축과 가로축으로 세웠다. 이상적 상사인 ‘완전한 솔직’함이 오른쪽 위에 있다. 관심 없이 대립만 하는 ‘불쾌한 공격’형은 오른쪽 아래다. 상대를 낮춰보고 조언이 아니라 일방적으로 공격만 하는 스타일이다. 왼쪽 위는 ‘관리 실수’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파괴적 공감’형이다. 갈등이나 불편을 피하려 그저 친절하게만 대하다 일을 망친다. 관심도 없고 대립도 없는 왼쪽 아래는 ‘고의적 거짓’형이다. 이기적이고 무책임한 상사로 저자는 이를 ‘관리의 방치’라고 표현한다.
사례와 유형 분석뿐 아니라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전략을 세세하게 알려준다. 상사에게 자연스럽게 지적하고 동료와 팀원에게 매끄럽게 조언하는 방법, 인재를 발굴해 채용하고 관계를 유지하면서 해고하며 공정하게 승진을 결정하는 과정, 회의와 의사결정을 효율적으로 이끄는 기술도 소개한다.
세심하면서도 공감을 이끌어내는 문장들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팀장의 역량, 좋은 상사의 자질은 혼자 판단하는 게 아니라 함께 논의하는 능력, 명령을 내리기보다 설득하는 능력, 아는 척하는 대신 학습하는 능력에 달려 있음을. 책은 묻는다. 당신은 어떤 상사입니까.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