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사 간 순위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창고형 대형마트 코스트코(사진)가 삼성카드와 제휴관계를 끊은 뒤 현대카드와 독점 계약을 새로 맺고, MBK파트너스·우리은행이 롯데카드를 인수하는 등 업계를 흔드는 굵직한 사건들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치열한 2위 싸움

13일 금융감독원의 금융정보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카드 취급액 기준 시장점유율 1위는 신한카드다. 취급액 116조326억원, 점유율 22.38%를 기록했다.

신용카드 취급액 순위는 공식 통계는 아니다. 하지만 순수 카드 실적만을 놓고 비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의 순위 지표로 사용된다. 신용·체크카드 취급액에서 은행계 카드사가 실적이 많을 수밖에 없는 체크카드 취급액과 회사별로 사정이 다른 카드론 등 금융서비스 실적을 빼고, 법인 구매전용카드 실적도 차감해 구한다.

2~4위권은 수년째 혼전이다. 신용카드 실적만 보면 삼성카드가 한 발 앞서 있고, KB국민카드와 현대카드가 뒤따르는 양상이다. 현대카드는 코스트코와의 계약을 계기로 3위, 내심 2위권까지 치고 올라간다는 목표를 세웠다.

코스트코 매출은 지난 회계연도(2017년 9월~2018년 8월) 기준 3조9227억원이다. 카드결제 비중이 통상 70~80%라는 점을 감안하면 취급액은 2조7459억~3조204억원으로 업계 점유율의 0.53~0.58%포인트를 좌우한다.

현대카드는 코스트코의 영향력이 지표로 드러나는 것보다 훨씬 크다고 여긴다. 전용 신용카드를 발급받은 고객이 포인트를 쌓기 위해 이 카드를 ‘주력카드’로 쓰면서 다른 매장에서 사용하는 취급액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현대카드는 코스트코 계약으로 최대 1.5%포인트의 점유율을 높일 수 있다고 계산했다. 이용금액의 최대 3%를 적립해주고 연간 적립 한도를 50만 포인트로 넉넉히 잡은 전용카드를 출시하고, 초기 12개월 무이자 할부 이벤트를 벌이기도 했다.

1.5%포인트를 지난해 기록에 더해보면 점유율이 17.3%로 삼성카드와 KB국민카드를 앞선 2위로 올라설 수 있다. 반면 18.2%에서 1.5%포인트를 빼앗긴다고 단순하게 가정하면 삼성카드는 순위가 2단계 떨어진다.

다시 불붙은 마케팅 전쟁

삼성카드는 코스트코 계약 해지로 점유율이 1%포인트 안팎 하락하겠지만 순위에 변동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카드가 점유율을 1.5%포인트 올리려면 연간 매출을 7조원 이상 더 내야 한다”며 “단기간에 달성하기엔 불가능한 목표라는 게 업계 시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삼성카드도 적극 대응에 나섰다. 경영환경이 녹록지 않은 만큼 더 이상 밀려선 안 된다는 판단에서다. 삼성카드는 ‘홈플러스 삼성카드’를 출시해 홈플러스에서 이용 시 결제일에 최대 5% 할인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또 이마트트레이더스와의 협력을 강화해 다양한 마케팅을 한다는 방침이다. 정부의 잇단 중소·영세 가맹점 수수료 인하 조치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한 카드사들은 경쟁이 심해질 수 있는 마케팅을 자제해 왔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얘기가 나온다. 새 주인을 찾은 롯데카드와 우리카드가 장기적으로 합병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지난해 5위 롯데카드와 6위 우리카드 점유율을 합치면 18.1%로 삼성카드(18.2%)를 단숨에 위협할 수 있다.

2위권을 위협받는 KB국민카드와 롯데카드 인수전에서 우리금융지주에 사실상 패한 것으로 여겨지는 하나금융그룹 계열 하나카드가 다시 마케팅 드라이브 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