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온라인 동영상 유통(OTT)업체인 넷플릭스가 게임사업에 본격 진출한다. 게임업체와 손잡고 넷플릭스 인기 콘텐츠와 캐릭터 등을 활용한 게임을 내놓는다. 경쟁이 치열해지는 동영상 시장에서 벗어나 사업을 다각화하고, 급격하게 성장하는 게임 시장에서 수익을 확보해 성장세를 이어가려는 전략이란 분석이다.

‘기묘한 이야기’ 게임으로

넷플릭스는 12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게임 박람회 E3에 맞춰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더노보에서 ‘E3 2019 콜로세움’ 행사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게임사업 진출을 발표했다. 첫 게임으로 인기 드라마 시리즈 ‘기묘한 이야기’를 활용한 액션 게임을 출시할 예정이다. 기묘한 이야기 시즌3를 공개하는 다음달 4일 플레이스테이션4(소니), 엑스박스원(마이크로소프트), 스위치(닌텐도) 등 콘솔 게임 플랫폼에서 즐길 수 있는 ‘기묘한 이야기3: 더 게임’을 선보인다.

기묘한 이야기는 모바일 게임으로도 제작 중이다. 올해 말엔 오리지널 드라마 ‘다크 크리스탈: 저항의 시대’를 활용한 콘솔 게임도 내놓을 계획이다.

넷플릭스가 게임을 직접 개발하는 방식은 아니다. 외부 게임전문 개발업체와 손잡고 내놓을 예정이다. 콘솔용 게임은 미국 게임업체인 보너스XP가 만든다. 모바일 게임은 핀란드 게임업체 넥스트게임즈가 개발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총쏘기 게임 ‘포트나이트’로 유명한 에픽게임즈와도 협업한다. 포트나이트는 넷플릭스가 공개적으로 경쟁 콘텐츠로 지목했던 게임이다.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월 주주에게 보낸 글에서 “넷플릭스는 (미국 최대 유료 방송 채널인) HBO보다 미국 게임업체 에픽게임즈의 포트나이트와 경쟁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가 급증해 넷플릭스 시청자가 감소할 것이란 얘기였다.

에픽게임즈와의 구체적인 협업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포트나이트 게임에 기묘한 이야기의 캐릭터 등을 적용하는 방안 등이 유력하다.

커지는 게임 시장 공략

넷플릭스의 도발…인기 드라마, 게임으로 만든다
넷플릭스는 앞서 시청자가 원하는 대로 이야기를 전개하고 결말을 바꿀 수 있는 실험도 했다. 드라마에 게임 요소를 적용한 것이다. 지난해 12월 공개한 영화 ‘블랙미러: 밴더스내치’가 이런 ‘인터랙티브 영화’였다. 시청자는 영화를 보면서 TV 리모컨으로 이야기 전개 방향을 선택할 수 있다. 선택에 따라 영화 내용과 결말이 크게 바뀐다. ‘유 vs 와일드(You vs Wild)’란 인터랙티브 콘텐츠도 내놨다. 시청자가 정글 사막 등을 여행하는 생존 전문가인 주인공의 행동을 직접 선택할 수 있다.

넷플릭스가 게임사업에 뛰어든 것은 세계 게임 시장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게임 시장 조사업체 뉴주는 세계 게임 시장이 지난해 1379억달러(약 155조1788억원)에서 2021년 1801억달러(약 202조6665억원)로 3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가 막강한 세계 유통망을 기반으로 게임 유통사업에 나서는 등 게임사업을 확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