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13일(현지시간) 오만만에서 발생한 두 척의 유조선 피격사건이 이란 소행이라고 즉각 지목했다. 특히 중동을 담당하는 미군 중부사령부는 오만만에서 피격당한 일본 유조선 ‘고쿠카 커레이저스’ 관련 영상을 자세한 설명과 함께 공개하고 이번 공격이 이란혁명수비대(IRGC) 소행임을 뒷받침하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미군이 공개한 영상엔 10명 안팎을 태운 한 경비정이 고쿠카 커레이저스 측면에 접근해 배에서 불상의 물체를 떼어내는 모습이 담겨 있다. 빌 어번 미군 중부사령부 대변인은 “현지시간 오후 4시10분 이란혁명수비대 경비정이 고쿠카 커레이저스에 접근했고 미폭발 기뢰를 제거했다”며 “미국은 중동에서 새로운 갈등을 일으킬 용의가 없으나, 언제든 국가 이익을 방어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바로 증거를 내놓은 것은 이례적이다. 미국은 지난달 12일 아랍에미리트(UAE) 영해에서 발생한 유조선 공격에 대해서도 이란을 배후로 지목했으나 그간 구체적 증거를 제시하지 않았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달 29일 UAE 아부다비에서 “역내 상황을 잘 아는 사람이라면 증거를 봤든 안 봤든간에 이란의 공격이라는 결론에 도달할 것”이라고 얘기했다.

이날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은 워싱턴DC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미국 정부는 이란이 유조선 공격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평가한다”며 “작전 수행에 필요한 전문성과 무기, 정보 수준 등을 고려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란은 이전에도 비슷한 방식으로 선박을 공격했다”며 “이번 공격은 지난 40년간 이란이 미국과 미국 동맹국을 겨냥해 벌인 공격의 가장 최근 사례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이란은 미국의 의혹 제기를 즉각 부인하고 이번 사건이 미국 등의 공작이라며 맞불을 놨다. 호세인 아미르 압돌라히언 이란의회 외교위원회 특별고문은 “원유 수출 불안을 일으킨 주요 용의자는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이스라엘 모사드”라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테러가 일어난 시점을 따져보면 ‘매우 의심스럽다’는 말도 부족할 정도”라며 “이란 최고지도자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협력을 논의하던 중 일본 관련 유조선이 공격당했다”고 주장했다. 알리 라비에이 이란 정부 대변인은 “중동 모든 국가는 역내 불안을 조성해 이득을 취하는 자들이 친 덫에 걸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