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장에 뇌파측정기, 업무 前 스트레스 체크…'멘탈 헬스케어' 시장이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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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송도의 SK뷰 건설 현장에 있는 컨테이너 사무실에는 하얀색 키오스크 한 대가 설치돼 있다. 뇌파와 맥파를 측정해 스트레스 등 두뇌 건강을 분석하는 의료기기다. 현장 근로자들이 차례로 머리띠 모양의 기기를 이마에 착용하면 1분 후 스트레스, 누적 피로도, 두뇌 긴장도 등을 알려준다. SK건설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기기를 시범 운영 중인데 근로자 스스로가 현장 투입 전에 건강을 점검하는 습관이 생기면서 사전에 위험을 예방하려는 의식이 높아졌다”고 했다.
멘탈 헬스케어 시장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직무 스트레스를 관리해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도록 명상, 상담 등의 정신건강 관리 서비스 도입 움직임이 활발하다.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웰빙 등 삶의 질을 중시하는 가치관이 확산되면서 정신건강 관련 모바일 앱(응용프로그램), 유튜브, 책 등도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세계 멘탈 헬스케어 시장 규모는 2017년 1조7000억원에서 2025년 5조2000억원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멘탈 헬스케어 산업이 발달해 있다. 미국의 명상 앱 캄은 기업가치가 1조원에 달한다. 다운로드 수는 4000만 건이다. 유정은 한국내면검색연구소장은 “현대인은 너무 많은 정보에 노출되다 보니 마음의 중심을 잡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며 “국내에서도 밀레니얼 세대가 멘탈 케어를 중시하는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명상실·심리카페 둔 기업들…"치열하게 일한 당신, 멘탈 챙기세요"
멘탈 헬스케어 산업이 꿈틀대고 있다. 기업 현장과 소비자들 사이에서 정신건강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직원들의 스트레스 관리에 관심을 두는 곳은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등 대기업을 중심으로 확산하는 추세다. 정신건강이 임직원 개개인의 삶의 질 향상은 물론 업무 효율을 높인다는 판단에서다. 장석우 한국심리훈련연구소 대표는 “정신건강은 육체건강의 부차적인 문제가 아니라는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며 “웰빙을 중시하는 가치관이 확산하면서 내면의 안정을 추구하는 멘탈 헬스케어 시장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직무스트레스 관리에 관심 두는 기업들
KAIST는 지난 3월 SK가 설립한 재단법인 플라톤아카데미의 지원을 받아 명상과학연구소를 열었다. 명상의 신경과학적 원리를 연구하고 명상문화산업을 선도하는 것이 목표다. KAIST 관계자는 “세계 최고를 지향하며 치열하게 경쟁하는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되는 차별화한 프로그램을 개발할 것”이라고 했다. SK는 프로그램이 개발되면 직원들의 스트레스 해소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2005년부터 사내에 명상실, 심리 카페 등을 운영해온 LG디스플레이는 2년 전 경북 문경의 한 폐교를 ‘힐링센터’로 활용하고 있다. 임직원의 심신 건강관리 전용시설인 이 센터는 명상, 컬러 테라피, 아로마 테라피, 소통 스킬 훈련 등 여러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삼성전자도 1000억원을 투자해 경북 영덕에 명상을 테마로 한 연수원을 열고 다양한 힐링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직무 스트레스 관리 프로그램 개발 전문업체도 등장하고 있다. 멘탈 헬스케어 벤처기업 메딕션은 유럽의 다자간 공동 펀딩 연구개발사업인 유로스타2를 통해 직무 스트레스를 진단하고 치유하는 프로그램을 덴마크 컨설팅 기업, 중앙대병원 등과 공동 개발하고 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산하 2~3개 노조가 프로그램 도입을 검토 중이다. 김석민 메딕션 대표는 “타워크레인, 레미콘 등 위험 직종에서 일하는 근로자의 졸음 사고 등을 사전에 차단하는 등 산업 안전에 유용하게 쓰일 것”이라고 했다. “심리 상태 검진 대중화시대 온다”
체지방 분석기가 대중화하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초부터다. 지금은 모든 사람이 자연스럽게 근육량, 체지방 등을 측정한다. 김용훈 옴니씨앤에스 대표는 “건강검진센터에서 체지방 분석기를 쓰는 게 익숙해졌듯 자신의 심리 상태를 정기적으로 측정하고 관리하는 시대가 곧 올 것”으로 전망했다.
옴니씨앤에스는 뇌파와 맥파를 측정해 스트레스, 정신 부하도, 누적 피로도, 집중도 등 12가지 항목을 확인할 수 있는 의료기기인 옴니핏 마인드케어를 2017년 출시했다. 전국 450여 곳에 이 제품을 납품했다. 이 회사의 목표는 전국 건강검진센터 2000여 곳에 기기를 공급하는 것이다. 김 대표는 “한국건강관리협회 17개 지부 가운데 6곳에 공급했고 연내 모든 지부에 공급할 예정”이라며 “민간 검진센터에서도 멘탈 의료기기 도입이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가정에서도 일상적인 정신건강 관리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옴니씨앤에스, 메딕션, 파탁토스, 소소 등은 이마에 착용하는 개인용 뇌파계(뇌파 측정 기기)와 힐링 프로그램을 결합한 헬스케어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환자가 자기 뇌파를 보면서 스트레스를 관리하게 하는 뉴로피드백 훈련이 지금은 의료기관에서만 이뤄지지만 곧 집에서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했다. 가상현실(VR) 전문 기업 서틴스플로어는 메딕션과 함께 스트레스 완화 효과가 있는 VR 콘텐츠를 개발 중이다.
정신질환 원격 모니터링도 가능
멘탈 헬스케어는 웰니스에 머물지 않고 정신질환자 원격 모니터링까지 적용될 수 있다. 의료계는 정신과를 원격 모니터링이 유용한 진료과 가운데 하나로 보고 있다. 한 정신과 전문의는 “인지행동치료 중에는 병원까지 와서 하지 않아도 되는 것도 있다”며 “거리가 먼 병원까지 와서 한 시간 남짓 하고 돌아가는 게 불편할 수 있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환자가 집에서 멘탈 헬스케어 서비스로 인지행동치료를 하고 그 결과를 의사가 원격으로 확인한 뒤 필요하면 내원을 요청하는 서비스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 대표는 “의사가 정신질환자를 위한 멘탈 헬스케어 프로그램을 약처럼 처방하는 시대가 올 것”으로 내다봤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
멘탈 헬스케어 시장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직무 스트레스를 관리해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도록 명상, 상담 등의 정신건강 관리 서비스 도입 움직임이 활발하다.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웰빙 등 삶의 질을 중시하는 가치관이 확산되면서 정신건강 관련 모바일 앱(응용프로그램), 유튜브, 책 등도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세계 멘탈 헬스케어 시장 규모는 2017년 1조7000억원에서 2025년 5조2000억원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멘탈 헬스케어 산업이 발달해 있다. 미국의 명상 앱 캄은 기업가치가 1조원에 달한다. 다운로드 수는 4000만 건이다. 유정은 한국내면검색연구소장은 “현대인은 너무 많은 정보에 노출되다 보니 마음의 중심을 잡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며 “국내에서도 밀레니얼 세대가 멘탈 케어를 중시하는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명상실·심리카페 둔 기업들…"치열하게 일한 당신, 멘탈 챙기세요"
멘탈 헬스케어 산업이 꿈틀대고 있다. 기업 현장과 소비자들 사이에서 정신건강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직원들의 스트레스 관리에 관심을 두는 곳은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등 대기업을 중심으로 확산하는 추세다. 정신건강이 임직원 개개인의 삶의 질 향상은 물론 업무 효율을 높인다는 판단에서다. 장석우 한국심리훈련연구소 대표는 “정신건강은 육체건강의 부차적인 문제가 아니라는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며 “웰빙을 중시하는 가치관이 확산하면서 내면의 안정을 추구하는 멘탈 헬스케어 시장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직무스트레스 관리에 관심 두는 기업들
KAIST는 지난 3월 SK가 설립한 재단법인 플라톤아카데미의 지원을 받아 명상과학연구소를 열었다. 명상의 신경과학적 원리를 연구하고 명상문화산업을 선도하는 것이 목표다. KAIST 관계자는 “세계 최고를 지향하며 치열하게 경쟁하는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되는 차별화한 프로그램을 개발할 것”이라고 했다. SK는 프로그램이 개발되면 직원들의 스트레스 해소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2005년부터 사내에 명상실, 심리 카페 등을 운영해온 LG디스플레이는 2년 전 경북 문경의 한 폐교를 ‘힐링센터’로 활용하고 있다. 임직원의 심신 건강관리 전용시설인 이 센터는 명상, 컬러 테라피, 아로마 테라피, 소통 스킬 훈련 등 여러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삼성전자도 1000억원을 투자해 경북 영덕에 명상을 테마로 한 연수원을 열고 다양한 힐링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직무 스트레스 관리 프로그램 개발 전문업체도 등장하고 있다. 멘탈 헬스케어 벤처기업 메딕션은 유럽의 다자간 공동 펀딩 연구개발사업인 유로스타2를 통해 직무 스트레스를 진단하고 치유하는 프로그램을 덴마크 컨설팅 기업, 중앙대병원 등과 공동 개발하고 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산하 2~3개 노조가 프로그램 도입을 검토 중이다. 김석민 메딕션 대표는 “타워크레인, 레미콘 등 위험 직종에서 일하는 근로자의 졸음 사고 등을 사전에 차단하는 등 산업 안전에 유용하게 쓰일 것”이라고 했다. “심리 상태 검진 대중화시대 온다”
체지방 분석기가 대중화하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초부터다. 지금은 모든 사람이 자연스럽게 근육량, 체지방 등을 측정한다. 김용훈 옴니씨앤에스 대표는 “건강검진센터에서 체지방 분석기를 쓰는 게 익숙해졌듯 자신의 심리 상태를 정기적으로 측정하고 관리하는 시대가 곧 올 것”으로 전망했다.
옴니씨앤에스는 뇌파와 맥파를 측정해 스트레스, 정신 부하도, 누적 피로도, 집중도 등 12가지 항목을 확인할 수 있는 의료기기인 옴니핏 마인드케어를 2017년 출시했다. 전국 450여 곳에 이 제품을 납품했다. 이 회사의 목표는 전국 건강검진센터 2000여 곳에 기기를 공급하는 것이다. 김 대표는 “한국건강관리협회 17개 지부 가운데 6곳에 공급했고 연내 모든 지부에 공급할 예정”이라며 “민간 검진센터에서도 멘탈 의료기기 도입이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가정에서도 일상적인 정신건강 관리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옴니씨앤에스, 메딕션, 파탁토스, 소소 등은 이마에 착용하는 개인용 뇌파계(뇌파 측정 기기)와 힐링 프로그램을 결합한 헬스케어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환자가 자기 뇌파를 보면서 스트레스를 관리하게 하는 뉴로피드백 훈련이 지금은 의료기관에서만 이뤄지지만 곧 집에서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했다. 가상현실(VR) 전문 기업 서틴스플로어는 메딕션과 함께 스트레스 완화 효과가 있는 VR 콘텐츠를 개발 중이다.
정신질환 원격 모니터링도 가능
멘탈 헬스케어는 웰니스에 머물지 않고 정신질환자 원격 모니터링까지 적용될 수 있다. 의료계는 정신과를 원격 모니터링이 유용한 진료과 가운데 하나로 보고 있다. 한 정신과 전문의는 “인지행동치료 중에는 병원까지 와서 하지 않아도 되는 것도 있다”며 “거리가 먼 병원까지 와서 한 시간 남짓 하고 돌아가는 게 불편할 수 있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환자가 집에서 멘탈 헬스케어 서비스로 인지행동치료를 하고 그 결과를 의사가 원격으로 확인한 뒤 필요하면 내원을 요청하는 서비스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 대표는 “의사가 정신질환자를 위한 멘탈 헬스케어 프로그램을 약처럼 처방하는 시대가 올 것”으로 내다봤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