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년간 시장원리 무시한 노동법, 무소불위 정치노조가 청년실업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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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경제학 권위자 남성일 서강대 교수
고별 강연서도 노동계에 쓴소리
파견법, 정상적인 인력 알선업 규제해 시장왜곡
비정규직법, 다양한 형태의 고용 흐름 죄악시
고별 강연서도 노동계에 쓴소리
파견법, 정상적인 인력 알선업 규제해 시장왜곡
비정규직법, 다양한 형태의 고용 흐름 죄악시
지난 13일 오후 7시 서강대 게페르트남덕우경제관. ‘노동경제학의 대가’로 평가받는 남성일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의 고별 강연이 열렸다. 남 교수의 마지막 강연을 들으려는 제자와 선후배 교수 등 100여 명이 강의실을 가득 메웠다. 이들은 스승의 고별 강의에 토씨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고 귀를 쫑긋 세웠다. 남 교수는 올해 1학기를 끝으로 정년 퇴임한다. 그는 1989년 서강대에서 교편을 잡은 뒤 31년간 한자리에서 노동경제학을 가르쳤다.
보수·진보 정권을 가리지 않고 ‘할 말은 하는 학자’로 잘 알려진 남 교수는 마지막까지 한국 노동과 경제 발전을 위한 고언을 쏟아냈다. 그는 “지난 30년간 노동법이 시장원리에 역행하고 노조가 정치권력화하면서 노동시장이 철저히 왜곡됐다”며 “면허·자격증을 가진 기득권을 지켜주려고 신산업을 억누르고, 정규직 과보호로 기업의 고용 비용을 높여 놓고선 어떻게 일자리가 늘기를 기대하나”고 한탄했다. 그는 “자유와 공정, 성과 보상이라는 경제의 기본으로 돌아가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조 기득권 강화에 노동시장 왜곡”
남 교수는 “지난 30년의 노동정책은 비합리적인 의사 결정의 연속이었다”고 지적했다. 1998년 파견법 제정과 2007년 비정규직법 시행을 결정적인 개악으로 꼽았다. 그는 “인력 파견 사업은 모든 직원을 직접 고용하기 어려운 기업과 취직을 쉽게 하고 싶어 하는 노동자의 필요가 맞아떨어져 나온 자연스러운 시장의 움직임”이라며 “이런 인력 파견이 파견법 때문에 대부분 업종에서 불법화됐다”고 말했다. 주요 선진국은 파견에 대한 규제가 없다. 그는 “노조에는 인력 파견과 비슷한 근로자공급 사업을 허용하는 등 모순된 정책까지 덧씌워졌다”고 했다.
비정규직법은 비정규직을 줄이기 위해 기간제 근로자 사용기간을 2년으로 제한한 법이다. 남 교수는 “사회가 발전할수록 고용 방식은 다양한 형태로 분화하기 마련인데 비정규직법은 이런 흐름을 억지로 막아버린 것”이라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은 비정규직 규제를 완화해 갔는데 우리만 시대에 역행했다”고 꼬집었다.
노조도 노동시장을 왜곡시킨 주범으로 꼽았다. 남 교수는 “대부분 대기업 정규직인 노조가 자신들의 임금과 고용안정성을 높이려고 투쟁을 반복한 바람에 정규직-비정규직 이중구조만 심해졌다”고 말했다. 노조가 강하지 않은 일본에서 대·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가 10%가 안 되는 반면 우리는 약 30%에 이르는 현상은 우연이 아니라는 게 그의 진단이다.
파견법만 개선해도 일자리 30만 개 늘 것
산업구조 개선 실패도 문제로 지적했다. 남 교수는 “선진국은 국민소득 2만달러가 넘어설 때 교육 서비스산업을 키웠고 3만달러를 넘길 때 의료 서비스산업이 발전했다”며 “우리는 규제 울타리에서 보호받는 기득권을 지켜주기에 급급해 고용 창출 효과가 큰 산업을 육성하는 데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노동법 개악과 노조의 권력화, 신산업 육성 실패 등이 겹쳐 노동시장은 경직성만 높고 일자리는 낳지 못하는 구조로 고착화됐다는 것이 남 교수의 결론이다.
그는 “자유와 공정, 성과 보상이라는 경제의 기본 원칙으로 돌아가자”고 제안했다. 기업 활동을 가로막는 각종 규제를 개선하고, 기득권 보호 장치를 낮추는 한편 성과 중심의 보상 체계를 구축하자는 얘기다. 그는 “파견법만 선진국 수준으로 개선해도 일자리가 30만 개는 만들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 교수는 또 “노동의 본질은 시장에서 인정받는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라며 “가치를 많이 창출할수록 많은 임금으로 보상하는 건 너무도 당연한 일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연차가 늘어나면 자동으로 월급이 오르는 낡은 임금체계를 지적한 것이다.
31년간 자유주의 노동경제학 설파
이날 강의엔 구자관 삼구아이앤씨 대표, 홍성열 마리오아울렛 회장도 대학원 시절 스승의 고별 강연을 듣기 위해 참석했다. 구 대표는 “2006~2007년 대학원에서 남 교수의 지도를 받았다”며 “경제 전반을 보는 시각, 정책과 시장의 상호 작용 등에 대해 많은 가르침을 받았다”고 전했다. 그는 “국가 경제 발전을 위해 충언을 마다하지 않아온 스승이 은퇴한다니 너무 아쉽다”며 한숨을 지었다.
남 교수는 지난 31년간 이론과 현실을 아우르는 분석과 정책 제언을 끊임없이 내놓아 노동경제학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08년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실증 분석한 논문은 지금도 회자된다. 이를 두고 “현 정부가 이 논문만 제대로 읽었어도 지금 같은 최저임금 정책은 안 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남성일 교수는…
△1954년 전남 강진 출생
△경복고, 서강대 경제학과 졸업
△미국 로체스터대 박사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원
△국민경제자문회의 자문위원
△국무총리자문기구 정책평가위원회 민간위원
△서강대 경제대학원장
△한국노동경제학회장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
보수·진보 정권을 가리지 않고 ‘할 말은 하는 학자’로 잘 알려진 남 교수는 마지막까지 한국 노동과 경제 발전을 위한 고언을 쏟아냈다. 그는 “지난 30년간 노동법이 시장원리에 역행하고 노조가 정치권력화하면서 노동시장이 철저히 왜곡됐다”며 “면허·자격증을 가진 기득권을 지켜주려고 신산업을 억누르고, 정규직 과보호로 기업의 고용 비용을 높여 놓고선 어떻게 일자리가 늘기를 기대하나”고 한탄했다. 그는 “자유와 공정, 성과 보상이라는 경제의 기본으로 돌아가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조 기득권 강화에 노동시장 왜곡”
남 교수는 “지난 30년의 노동정책은 비합리적인 의사 결정의 연속이었다”고 지적했다. 1998년 파견법 제정과 2007년 비정규직법 시행을 결정적인 개악으로 꼽았다. 그는 “인력 파견 사업은 모든 직원을 직접 고용하기 어려운 기업과 취직을 쉽게 하고 싶어 하는 노동자의 필요가 맞아떨어져 나온 자연스러운 시장의 움직임”이라며 “이런 인력 파견이 파견법 때문에 대부분 업종에서 불법화됐다”고 말했다. 주요 선진국은 파견에 대한 규제가 없다. 그는 “노조에는 인력 파견과 비슷한 근로자공급 사업을 허용하는 등 모순된 정책까지 덧씌워졌다”고 했다.
비정규직법은 비정규직을 줄이기 위해 기간제 근로자 사용기간을 2년으로 제한한 법이다. 남 교수는 “사회가 발전할수록 고용 방식은 다양한 형태로 분화하기 마련인데 비정규직법은 이런 흐름을 억지로 막아버린 것”이라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은 비정규직 규제를 완화해 갔는데 우리만 시대에 역행했다”고 꼬집었다.
노조도 노동시장을 왜곡시킨 주범으로 꼽았다. 남 교수는 “대부분 대기업 정규직인 노조가 자신들의 임금과 고용안정성을 높이려고 투쟁을 반복한 바람에 정규직-비정규직 이중구조만 심해졌다”고 말했다. 노조가 강하지 않은 일본에서 대·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가 10%가 안 되는 반면 우리는 약 30%에 이르는 현상은 우연이 아니라는 게 그의 진단이다.
파견법만 개선해도 일자리 30만 개 늘 것
산업구조 개선 실패도 문제로 지적했다. 남 교수는 “선진국은 국민소득 2만달러가 넘어설 때 교육 서비스산업을 키웠고 3만달러를 넘길 때 의료 서비스산업이 발전했다”며 “우리는 규제 울타리에서 보호받는 기득권을 지켜주기에 급급해 고용 창출 효과가 큰 산업을 육성하는 데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노동법 개악과 노조의 권력화, 신산업 육성 실패 등이 겹쳐 노동시장은 경직성만 높고 일자리는 낳지 못하는 구조로 고착화됐다는 것이 남 교수의 결론이다.
그는 “자유와 공정, 성과 보상이라는 경제의 기본 원칙으로 돌아가자”고 제안했다. 기업 활동을 가로막는 각종 규제를 개선하고, 기득권 보호 장치를 낮추는 한편 성과 중심의 보상 체계를 구축하자는 얘기다. 그는 “파견법만 선진국 수준으로 개선해도 일자리가 30만 개는 만들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 교수는 또 “노동의 본질은 시장에서 인정받는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라며 “가치를 많이 창출할수록 많은 임금으로 보상하는 건 너무도 당연한 일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연차가 늘어나면 자동으로 월급이 오르는 낡은 임금체계를 지적한 것이다.
31년간 자유주의 노동경제학 설파
이날 강의엔 구자관 삼구아이앤씨 대표, 홍성열 마리오아울렛 회장도 대학원 시절 스승의 고별 강연을 듣기 위해 참석했다. 구 대표는 “2006~2007년 대학원에서 남 교수의 지도를 받았다”며 “경제 전반을 보는 시각, 정책과 시장의 상호 작용 등에 대해 많은 가르침을 받았다”고 전했다. 그는 “국가 경제 발전을 위해 충언을 마다하지 않아온 스승이 은퇴한다니 너무 아쉽다”며 한숨을 지었다.
남 교수는 지난 31년간 이론과 현실을 아우르는 분석과 정책 제언을 끊임없이 내놓아 노동경제학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08년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실증 분석한 논문은 지금도 회자된다. 이를 두고 “현 정부가 이 논문만 제대로 읽었어도 지금 같은 최저임금 정책은 안 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남성일 교수는…
△1954년 전남 강진 출생
△경복고, 서강대 경제학과 졸업
△미국 로체스터대 박사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원
△국민경제자문회의 자문위원
△국무총리자문기구 정책평가위원회 민간위원
△서강대 경제대학원장
△한국노동경제학회장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