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담판 교착 배경 '신뢰 문제' 진단…'核 아닌 대화' 신뢰회복 강조
비핵화 실질조치→국제사회 신뢰확보→체제보장·제재완화…北에 청사진
항구적 평화 위한 '남북 국민 신뢰' 강조…평화 56번, 신뢰 26번, 대화 18번 언급
스웨덴을 국빈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를 위한 가장 핵심적인 열쇠로 '신뢰'를 제시, 북한 측에 신뢰 구축을 위한 행동에 나설 것을 제안했다.

문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스웨덴 의회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를 위한 신뢰'라는 주제로 연설을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평화'라는 단어를 56번, '신뢰'라는 단어를 26번, '대화'라는 단어를 18번씩 언급하며 '대화·신뢰를 통한 평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지난 12일 노르웨이 오슬로포럼 연설은 커다란 평화의 흐름을 유지하기 위한 일상적 평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구상'에 가까웠다면, 이번 연설에는 '핵이 아닌 대화'를 통해 남북 간 신뢰 및 국제사회의 신뢰를 쌓고 평화체제를 구축하자는 보다 직접적 제안이 담겼다.

여기에는 지난 하노이 핵 담판 결렬 후 계속된 비핵화 협상 교착상태의 뿌리에 신뢰 부족이 자리하고 있으며, 결국 협상을 제 궤도에 올려놓기 위해서는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근본적 처방이라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 3대 신뢰 언급…北에 '핵 아닌 대화' 신뢰 언급하며 협상동력 살리기

문 대통령은 이번 연설에서 남과 북을 향해 ▲ 남북 국민 간 신뢰 ▲ 대화에 대한 신뢰 ▲ 국제사회의 신뢰 등 3가지 신뢰를 제안했다.

문 대통령은 이 가운데 '대화에 대한 신뢰'를 언급하면서 "평화는 평화로운 방법으로만 실현될 수 있다"며 "북한의 평화를 지켜주는 것은 핵 무기가 아닌 대화"라고 강조했다.

평화구축의 유일한 방법은 대화이며, 이에 대한 남북의 기본적 동의가 전제돼야만 비핵화 논의가 진전될 수 있다는 인식이 읽히는 대목이다.

문 대통령은 특히 "북한이 대화의 길을 걸어간다면 전 세계 어느 누구도 북한의 체제와 안전을 위협하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은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신뢰하고 대화 상대방을 신뢰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하노이 핵 담판 결렬 후 북한이 발사체를 쏘아 올리는 등 한반도 안보정세의 긴장감이 높아졌지만, 결국 문 대통령은 북한이 과거로 돌아가지 않고 한국과 미국 등 상대를 믿으며 대화에 복귀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협상 동력 살리기에 집중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 비핵화 실질조치→국제사회 신뢰→제재해제·체제보장…北에 청사진

문 대통령은 3대 신뢰 가운데 하나로 '국제사회의 신뢰'를 제시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이를 이뤄내기 위한 북한의 노력과 관련, "완전한 핵폐기와 평화체제 구축 의지를 국제사회에 실질적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사회 신뢰 확보를 위해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실질적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국제사회는 북한이 진정으로 노력하면 이에 대해 즉각적으로 응답할 것이다. 제재 해제는 물론이고 북한의 안전도 국제적으로 보장할 것"이라며 "국제사회의 제재에서 벗어나 남북이 경제공동체로 거듭나면 남북은 공동으로 번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실질적 조치가 국제사회의 신뢰로 이어지고, 이를 통해 북한이 바라는 체제보장과 제재 해제는 물론 공동번영을 달성할 수 있다는 청사진을 북한에 제시한 셈이다.

문 대통령은 전날 한·노르웨이 정상회담 뒤 공동기자회견에서도 "남북관계가 제대로 발전해 나가려면 개성공단 재개를 비롯한 여러 가지 경제협력으로 이어져야 하는데, 그러려면 국제적인 경제제재가 해제돼야만 가능하다"며 "이를 위해서는 북한의 비핵화에 실질적 진전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아울러 이는 미국을 향해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실질적인 조치에 나선다면, 이에 상응하는 체제보장·제재 해제 등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한 발언으로도 읽힌다.

일부에서는 한미가 북한의 실질적 조치에 따른 체제보장 등에 대해 한미가 교감하고 있다는 점을 북한 측에 시사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 남북 국민 간 신뢰 강조…"대화 불신하는 사람이 평화 더디게 해"

문 대통령은 '남북 국민 간 신뢰'를 이번에 제안한 3대 신뢰 중 하나로 꼽았다.

국민들 간 소통과 협력을 강화해 평범한 일상에서의 평화를 쌓아가야만, 이를 바탕으로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대화도 가능하다는 인식이 엿보인다.

이는 문 대통령이 이틀 전 발표한 '오슬로 구상'에서 "평화가 삶을 나아지게 한다는 긍정적 생각이 모일 때, 커다란 평화의 물줄기도 더욱 힘차게 흐를 것"이라고 언급한 것과도 맥을 같이 한다.

문 대통령은 특히 한국 국민을 향해서도 북한과의 대화를 신뢰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문 대통령은 "서로의 체제는 존중돼야 하고 보장받아야 한다"며 "신뢰는 상호적이어야 한다. 한국 국민도 북한과의 대화를 신뢰해야 하며, 대화를 불신하는 사람들이 평화를 더디게 만든다"고 강조했다.

이는 대화를 우선하는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국내에서도 정파를 초월한 지지가 필요하다는 당부의 메시지로 해석할 수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