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틀랜드에서 온 50년 경력의 오크통 장인 이안 맥도날드씨
스코틀랜드에서 온 50년 경력의 오크통 장인 이안 맥도날드씨
"오크통 하나의 가격이 얼마 정도 하느냐는 질문을 받으면 저는 가격 대신 가치를 말합니다. 모든 사람이 저마다의 특성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오크통도 재질과 숙성 위치에 따라 가치가 달라지기 때문이죠."

이안 맥도날드(Ian McDonald) 발베니 위스키 오크통 장인(사진·65)은 1969년 그의 나이 15세 때 처음으로 오크통과 인연을 맺었다. 올해로 딱 50년 경력을 채웠으니 자신의 인생 전부를 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안 장인은 "발베니(The Balvenie)를 생산하는 '윌리엄그랜트앤선즈(William Grant & Sons)' 가문은 스코틀랜드 북부 해안가 지방에 처음으로 증류소를 세우고 위스키를 만들었다"며 "가장 중요한 것이 수원지 확보였기 때문에 물이 좋은 인근 일대 150만평의 땅을 사들였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그 땅에 있던 오래된 성의 돌을 모아 첫 번째 증류소를 세우고 위스키를 만들었다"면서 "성 이름이 발베니여서 위스키 이름도 그렇게 탄생했다"고 브랜드 스토리를 들려줬다.

발베니는 보리 재배부터 병입까지 전 과정을 120년간 유지해온 전통 수작업 방식인 '플로어 몰팅(Floor Malting)'으로 생산하는 유일한 위스키다. 플로어 몰팅은 보리를 발아시킨 후 건조할 때 기계가 아닌 수작업으로 하는 방식을 말한다.

바닥에 발아된 보리를 깔아놓고 장인이 4시간마다 일일이 도구를 사용해 뒤집기 때문에 '몽키 숄더(Monkey Shoulder)'라는 직업병까지 생길 정도다. 몽키 숄더는 일하는 과정에서 항상 어깨가 구부정하게 휘어 있다고 해서 생겨난 붙여진 이름이다. 윌리엄그랜트앤선즈는 이러한 장인들의 노고를 기리기 위해 'Monkey Shoulder'라는 블렌디드 몰트 위스키를 만들어 헌정했다.

힘든 과정을 거치면서도 계속 오크통 작업을 고집하는 이유는 위스키에 대한 열정에 있었다. 그는 "어릴 때부터 나무와 쇠 같은 재질을 좋아했는데 오크통을 그 두 가지로 만들더라"며 "처음에는 싱글몰트라는 카테고리 자체가 없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위스키가 다양해지면서 그걸 지켜보는 재미도 있었다"고 회상했다.
50년 경력의 이안 맥도날드 장인은
50년 경력의 이안 맥도날드 장인은 "오크통은 내 인생 그 자체"라며 "내게 주어진 시간과 건강이 허락하는 한 할 수 있을 때까지 오크통을 만들 것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오크통 제작 과정은 결코 쉬워 보이지 않았다. 위험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안 장인은 "결국 연습으로 기술을 연마하는 수밖에 없었다"며 "5년의 견습 기간이 중요한 이유는 기본을 다지는 데 필수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그는 오크통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이안 장인은 "싱글몰트 위스키는 제품 완성도의 60~70%가 오크통이 좌지우지한다 "며 "어떤 오크통에서 숙성시켰느냐에 따라 향과 맛, 색감, 깊이가 달라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전 세계 슈퍼마켓이나, 공항 면세점에서 발베니를 볼 때마다 오크통이 생각난다"며 "좋은 술을 만들어 세계인에게 선사한다는 것에 큰 자부심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그는 발베니와 같은 위스키가 사랑받을 수 있는 또 다른 이유로 윌리엄그랜트앤선즈 회사를 꼽았다. 이안 장인은 "윌리엄그랜트앤선즈는 가족 기업으로 5대째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며 "이 가문이 위스키를 사랑하고 장인 정신을 고수하려는 의지가 있었기 때문에 나 역시 50년 동안 근무할 수 있었고 수준 높은 위스키 생산도 가능했다"고 했다.

오크통 제작 시연 시간이 임박해 마지막으로 그에게 오크통이 자신에게 가지는 의미가 무엇인지 물었다. 이안 장인은 단호하고도 명확하게 "오크통은 내 인생 그 자체"라며 "내게 주어진 시간과 건강이 허락하는 한 할 수 있을 때까지 오크통을 만들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인터뷰 이후 오크통을 분해하기 위해 그는 힘차게 망치질을 했다. 매장 안에 울리는 그의 망치질 소리에서 발베니에 대한 높은 자부심과 완성도에 대한 고집을 엿볼 수 있었다.

◆발베니(Balvenie)는…

발베니는 몰트 위스키 개발과 생산에 평생을 바쳐 온 수석 몰트 마스터 '데이비드 스튜어트(David Stewart)'의 열정이 만들어낸 위스키이다. 세계 유일하게 직접 경작한 보리 밭에서 원재료를 수급하기 때문에 한 해 보리 농사의 수확량이 발베니 생산량을 좌우한다. 따라서 생산연도가 붙은 발베니 빈티지의 경우 특별한 가치를 자랑한다.

한편 영국 스코틀랜드 더프타운에 위치한 발베니 증류소의 축소판 형태로 꾸며진 '더 발베니 디스틸러리 익스피리언스' 팝업 증류소는 오는 22일까지 운영한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