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아도 수익 안 난다' 정제마진 손익분기점 7주 연속 밑돌아
증권업계, 정유사 2분기 실적전망 하향조정…하반기 회복 기대
미중분쟁·유가하락에 유조선 피격까지…악재 겹친 정유업계
정제마진이 7주 연속 손익분기점 밑으로 떨어지고 석유화학제품 수출도 하락세를 지속하면서 정유업계가 울상을 짓고 있다.

여기에 국제 유가 하락과 유조선 피격 사건까지 겹치면서 정유사가 '이중·삼중고'를 안게 됐다.

16일 증권가와 정유업계에 따르면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지난 13일 기준 배럴당 2.9달러로 집계됐다.

정제마진은 휘발유, 경유 등 최종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수송·운영비 등의 비용을 뺀 것이다.

국내 정유사의 경우 정제마진이 배럴당 4∼5달러 수준이어야 수익을 낼 수 있는 것으로 본다.

주간 정제마진은 4월 셋째주 4.5달러 이후 7주째 4달러 밑을 맴돌고 있다.

6월 둘째주도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할 전망이다.

단순하게 본다면 두달가량 제품을 팔아도 수익을 못 내고 있는 셈이다.

정제마진은 지난달 2.8달러까지 떨어졌다가 6월 첫째 주 3달러선을 회복했으나 지난 13일 다시 2달러대로 내려가 좀처럼 반등의 기미를 찾지 못하고 있다.

올해 들어 정제마진이 가장 낮았던 시기는 지난 1월 넷째주 1.7달러다.

이후 미국 정유공장 정기보수 등의 영향으로 석유제품 공급이 일시적으로 줄면서 지난 3월 넷째주 4.9달러까지 오른 뒤 하향세다.

정제마진이 하락한 건 미·중 분쟁으로 수요가 줄어든 상황에서 셰일오일 생산, 미국 정유사의 가동률 상승, 중국의 정유공장 가동 시작 등으로 공급이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달 석유화학 부문 수출은 전년 같은 달 대비 16.2% 감소했다.

최근 유가가 하락세인 것도 정유업계에는 좋은 신호가 아니다.

정유사는 원유를 사들인 후 2∼3개월 뒤 판매하는데 판매 시점의 유가가 구매 시점보다 낮으면 미리 사들인 양 만큼 손해를 보기 때문이다.

지난 14일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60.28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두바이유 가격은 지난 4월 70달러를 돌파했다가 급전직하했다.
미중분쟁·유가하락에 유조선 피격까지…악재 겹친 정유업계
미·중 무역분쟁과 미국의 원유 재고량 증가 등은 유가 하락세를 더욱 부추겼다.

이 와중에 지난 14일 오만해상에서 유조선 피격 사건이 발생하며 정유업계의 근심을 깊게 만들었다.

국내 정유업계가 당장 받는 타격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이지만, 지정학적 위험이 커지면서 선박 운임 등 비용이 상승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유조선 공격이 발생한 곳은 호르무즈해협과 맞닿은 오만해다.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이란 등 걸프 산유국들은 전 세계 수요량의 20%에 달하는 하루 1천800만 배럴의 원유 중 대부분을 이 해협을 통해 보낸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되면 아주 심할 경우에는 해협 자체가 봉쇄돼 수송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른 관계자는 "일단 공급에 차질을 빚진 않을 것으로 보나 유가나 운송비 등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추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러 악재 속에서 정유업계 2분기 실적에 대한 기대감도 떨어지고 있다.

증권업계는 미·중 무역분쟁 등에 따라 정제마진이 저점에 머무는 점 등을 들어 정유사의 실적 전망치를 하향했다.

다만 하반기 들어서는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 효과, 재고 비축, 미국 원유 수출용 파이프라인 완공에 따른 아시아 정유사의 원가 경쟁력 회복 등이 겹치면서 정제마진이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SK에너지 조경목 사장은 지난달 27일 기자간담회에서 "상반기 정제마진이 악화한 데는 글로벌 경기 둔화로 인한 석유화학제품 수요 감소와 초경질원유 공급 증대,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등이 영향을 미쳤다"며 "연간 전체로 보면 상저하고 현상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