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화 재래시장에 가면 추억이 '방울방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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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향기
경북의 숨겨진 보석, 봉화
경북의 숨겨진 보석, 봉화
청정자연만큼이나 인심 좋은 봉화 시골 장터에는 서민적인 맛과 멋이 있다. 최근에는 시장을 깨끗하게 정비하고 편의시설도 마련해 이용하기 편해졌다. 왁자지껄한 불금 축제가 열리고, 5일장이 서는 시장은 활기가 넘친다. 봉화의 귀한 지역특산품을 구경하고 맛볼 수 있는 것은 덤이다. 오랜 전통과 사람 냄새 가득한 봉화의 재래시장과 특산품을 찾아 여행을 떠나보자.
먹거리 가득 봉화재래시장 시장애(愛) 불금축제
맑은 물이 흐르는 봉화읍 내성리 일대의 봉화재래시장은 예전에는 영월, 삼척, 울진 등지에서 장을 보러 왔다. 시장은 ‘들락날락 봉화(내성)장’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활기찼다. 봉화재래시장은 장날이 되면 이른 아침부터 신선한 제철 농산물을 판매한다. 재래시장이지만 깨끗하게 정비된 신시장에서는 장 보기가 훨씬 수월하다.
4월 26일부터 10월 25일까지 매주 금요일마다 열리는 ‘봉화재래시장 시장애(愛) 불금축제’는 봉화는 물론 주변 지역에도 널리 알려진 축제가 됐다. 시장애 불금축제는 내성천을 사이에 두고 있는 구시장과 신시장에서 1주일씩 번갈아가며 열린다. 시장에서 가족이나 친구, 연인과 함께 시끌벅적한 금요일 밤의 맛과 멋을 즐길 수 있다. 노란 파라솔이 길게 늘어선 구시장 골목 상점과 가판대에서 다양한 음식을 골라 먹는 재미도 있다. 노천에 마련된 자리에서 취향에 맞는 음식을 한데 모아 맛보는 것은 또 다른 즐거움이다. 먹거리뿐만 아니라 볼거리도 가득하다. 시장 한복판에서는 색소폰 연주와 가수들의 공연이 펼쳐지고, 상인들의 재능기부 공연과 플리마켓도 열린다. 경쾌한 음악이 흐르는 금요일 밤, 봉화재래시장에 어둠이 내리면 사람들의 끊임없는 이야기와 웃음소리로 시끌벅적하다.
1980년대 가장 큰 시장이던 억지춘양시장
춘양목으로 유명한 청정마을 춘양면 의양리 일대에 있는 억지춘양시장은 80년 전 사과장수가 주동해서 시장을 열었다고 한다. 1960~70년대에는 쌀을 매매하는 미(米)시장과 하루에 200~300마리의 소가 거래되는 우(牛)시장이 번성했다. 1980년대까지 봉화에서 가장 큰 시장이었다. 억지춘양이란 이름에 여러 가지 이야기가 전해지는데, 외진 마을 봉화 춘양면으로 시집온 부녀자들이 한 번 들어오면 다시 친정으로 가기 어려워서, 가기 힘든 발걸음을 ‘억지춘양’이라고 표현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한 번 들어오면 아름다운 풍경과 금강소나무, 춘양목이 있는 마을에 정이 들어 이곳을 떠나려면 되레 섭섭했다고 한다. 이런 유래로 이름 붙인 억지춘양시장은 지붕을 덮고, 깨끗하게 정비했다. 그러나 엿장수 아저씨가 들려주는 각설이 타령과 ‘뻥~’ 하는 큰소리로 사람들을 놀래는 뻥튀기 아저씨가 옛 시장의 정취를 느끼게 한다.
억지춘양시장은 4와 9로 끝나는 날 5일장이 열린다. 장날에는 활기가 넘친다. 시골 아낙들이 물 좋고 공기 맑은 춘양에서 자란 산나물과 농산물을 판매한다. 여기저기에서 흥정 소리가 들리지만 장바구니에 물건을 덤으로 담아주는 상인들의 인심이 넉넉하다. 시장에서는 춘양목 아래서 자생하는 전국 제일이라 소문난 송이버섯을 구입할 수 있고, 품질 좋은 소고기를 맛볼 수 있다. 당도 높은 신선한 과일도 널려 있어 억지춘양시장은 억지로라도 한 번 더 가게 된다.
송이버섯과 한약우 등 품질 좋은 먹거리 가득
자연 조건이 빼어나서인지 봉화는 품질 좋은 특산물이 많이 난다. 자생 조건이 까다로워 재배가 어려운 송이버섯은 금강송 숲이 우거진 봉화의 최고 특산품이다. 봉화송이는 낮과 밤의 기온 차가 큰 태백산과 소백산의 기후와 송이 생장에 최적인 마사토에서 자라 다른 지역의 송이보다 수분 함량이 적고 육질이 단단하다. 향이 좋으며 오래 보관할 수 있어 전국 최고 품질로 인정받는다.
봉화의 또 다른 명물인 봉화한약우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소에게 한약재 사료를 먹인다. 봉화의 깊은 산속에서 자라는 당귀, 백출, 진피, 작약, 도라지 같은 약초를 가공하고 생균제를 혼합해 봉화한약우 전용 보조사료를 만들어 농가에 공급하고 있다. 약초와 산야초를 첨가한 사료로 사육된 봉화한약우는 불포화 지방산 함량이 일반 한우보다 25% 높고 육질이 부드럽다. 소비자가 선정한 최고의 브랜드 지역특산품 부문에서 대상을 차지할 만큼 최고 품질을 자랑한다.
물야면 북지리 해오름영농조합법인에서 희귀채소, 특수채소, 허브, 열대과일 등 500여 종의 채소가 생산된다. 해오름농장의 최종섭 대표는 영화 ‘워낭소리’의 주인공인 고(故) 최원균 할아버지의 셋째 아들로 서울힐튼호텔 셰프였다. 각종 요리대회에서 수상하며 인정받는 요리사였던 그는 20여 년간 지낸 수석조리사를 그만두고 고향인 봉화에 내려와 희귀채소 농장을 열었다. 일조량이 많고, 백두대간의 깊은 산속 골짜기에 있는 봉화는 기능성 희귀채소 재배지로 손색이 없다. 서울 유명 레스토랑과 특급호텔에서 해오름농장에서 생산되는 희귀채소들을 사용한다.
유기, 거베라 등 지역 특산품 인기 높아
봉화읍 삼계리에 있는 유기마을은 세계 최고로 손꼽는 전통 그릇, 유기를 생산한다. 봉화에서는 500년 전부터 유기를 제작했다. 1900년 초, 전국 유기 수요의 70%를 차지했을 만큼 유서가 깊다. 봉화유기마을에는 경북 무형문화재 22호로 지정된 봉화유기와 내성유기 공방이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달궈진 화덕에서 녹은 쇳물로 장인이 하나하나 손으로 만들어 내는 반상기와 제기에 은은한 빛이 감돈다. 명성 높은 봉화유기에 음식을 담아내면 요리가 더 고급스럽다.
국화과 식물로 한 개의 꽃대에 하나의 꽃만 피우는 거베라는 형형색색 아름다운 색을 지녀 화환용 꽃으로 많이 쓰인다. 봉화 거베라는 봉화읍, 물야면, 봉성면, 법전면, 춘양면 등 5개 읍·면 30여 개 농가에서 재배한다. 청정 봉화는 거베라를 재배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 맑은 공기와 물이 흐르고, 일교차가 큰 백두대간 천혜의 자연에서 자란 거베라는 꽃잎이 단단하고 색이 선명하다. 봉화 거베라는 화병에 꽂아둬도 오랫동안 시들지 않는다. 화사하고 진한 색을 내는 봉화거베라는 품질이 뛰어나 서울 양재동 화훼공판장에서도 인기가 높다.
닭실한과는 조선 중기 권벌 선생 일가가 이룬 안동권씨집성촌 닭실마을의 부녀회원들이 1992년 농촌여성소득사업으로 시작했다. 500여 년 전부터 닭실 종가의 전통을 지켜 혼례나 회갑, 제례용에 쓰이는 한과를 만들었다. 찹쌀을 빻아 쪄내 떡살을 빚고 떡살은 온돌에 널어 건조해 기름에 튀긴다. 지초, 검은깨, 치자 같은 자연재료로 색을 낸다. 전통적인 방법을 고집하는 닭실한과의 유별난 제작 과정 때문에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명품 한과를 맛볼 수 있다.
봉화=글·사진 이솔 여행작가 leesoltour@naver.com
먹거리 가득 봉화재래시장 시장애(愛) 불금축제
맑은 물이 흐르는 봉화읍 내성리 일대의 봉화재래시장은 예전에는 영월, 삼척, 울진 등지에서 장을 보러 왔다. 시장은 ‘들락날락 봉화(내성)장’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활기찼다. 봉화재래시장은 장날이 되면 이른 아침부터 신선한 제철 농산물을 판매한다. 재래시장이지만 깨끗하게 정비된 신시장에서는 장 보기가 훨씬 수월하다.
4월 26일부터 10월 25일까지 매주 금요일마다 열리는 ‘봉화재래시장 시장애(愛) 불금축제’는 봉화는 물론 주변 지역에도 널리 알려진 축제가 됐다. 시장애 불금축제는 내성천을 사이에 두고 있는 구시장과 신시장에서 1주일씩 번갈아가며 열린다. 시장에서 가족이나 친구, 연인과 함께 시끌벅적한 금요일 밤의 맛과 멋을 즐길 수 있다. 노란 파라솔이 길게 늘어선 구시장 골목 상점과 가판대에서 다양한 음식을 골라 먹는 재미도 있다. 노천에 마련된 자리에서 취향에 맞는 음식을 한데 모아 맛보는 것은 또 다른 즐거움이다. 먹거리뿐만 아니라 볼거리도 가득하다. 시장 한복판에서는 색소폰 연주와 가수들의 공연이 펼쳐지고, 상인들의 재능기부 공연과 플리마켓도 열린다. 경쾌한 음악이 흐르는 금요일 밤, 봉화재래시장에 어둠이 내리면 사람들의 끊임없는 이야기와 웃음소리로 시끌벅적하다.
1980년대 가장 큰 시장이던 억지춘양시장
춘양목으로 유명한 청정마을 춘양면 의양리 일대에 있는 억지춘양시장은 80년 전 사과장수가 주동해서 시장을 열었다고 한다. 1960~70년대에는 쌀을 매매하는 미(米)시장과 하루에 200~300마리의 소가 거래되는 우(牛)시장이 번성했다. 1980년대까지 봉화에서 가장 큰 시장이었다. 억지춘양이란 이름에 여러 가지 이야기가 전해지는데, 외진 마을 봉화 춘양면으로 시집온 부녀자들이 한 번 들어오면 다시 친정으로 가기 어려워서, 가기 힘든 발걸음을 ‘억지춘양’이라고 표현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한 번 들어오면 아름다운 풍경과 금강소나무, 춘양목이 있는 마을에 정이 들어 이곳을 떠나려면 되레 섭섭했다고 한다. 이런 유래로 이름 붙인 억지춘양시장은 지붕을 덮고, 깨끗하게 정비했다. 그러나 엿장수 아저씨가 들려주는 각설이 타령과 ‘뻥~’ 하는 큰소리로 사람들을 놀래는 뻥튀기 아저씨가 옛 시장의 정취를 느끼게 한다.
억지춘양시장은 4와 9로 끝나는 날 5일장이 열린다. 장날에는 활기가 넘친다. 시골 아낙들이 물 좋고 공기 맑은 춘양에서 자란 산나물과 농산물을 판매한다. 여기저기에서 흥정 소리가 들리지만 장바구니에 물건을 덤으로 담아주는 상인들의 인심이 넉넉하다. 시장에서는 춘양목 아래서 자생하는 전국 제일이라 소문난 송이버섯을 구입할 수 있고, 품질 좋은 소고기를 맛볼 수 있다. 당도 높은 신선한 과일도 널려 있어 억지춘양시장은 억지로라도 한 번 더 가게 된다.
송이버섯과 한약우 등 품질 좋은 먹거리 가득
자연 조건이 빼어나서인지 봉화는 품질 좋은 특산물이 많이 난다. 자생 조건이 까다로워 재배가 어려운 송이버섯은 금강송 숲이 우거진 봉화의 최고 특산품이다. 봉화송이는 낮과 밤의 기온 차가 큰 태백산과 소백산의 기후와 송이 생장에 최적인 마사토에서 자라 다른 지역의 송이보다 수분 함량이 적고 육질이 단단하다. 향이 좋으며 오래 보관할 수 있어 전국 최고 품질로 인정받는다.
봉화의 또 다른 명물인 봉화한약우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소에게 한약재 사료를 먹인다. 봉화의 깊은 산속에서 자라는 당귀, 백출, 진피, 작약, 도라지 같은 약초를 가공하고 생균제를 혼합해 봉화한약우 전용 보조사료를 만들어 농가에 공급하고 있다. 약초와 산야초를 첨가한 사료로 사육된 봉화한약우는 불포화 지방산 함량이 일반 한우보다 25% 높고 육질이 부드럽다. 소비자가 선정한 최고의 브랜드 지역특산품 부문에서 대상을 차지할 만큼 최고 품질을 자랑한다.
물야면 북지리 해오름영농조합법인에서 희귀채소, 특수채소, 허브, 열대과일 등 500여 종의 채소가 생산된다. 해오름농장의 최종섭 대표는 영화 ‘워낭소리’의 주인공인 고(故) 최원균 할아버지의 셋째 아들로 서울힐튼호텔 셰프였다. 각종 요리대회에서 수상하며 인정받는 요리사였던 그는 20여 년간 지낸 수석조리사를 그만두고 고향인 봉화에 내려와 희귀채소 농장을 열었다. 일조량이 많고, 백두대간의 깊은 산속 골짜기에 있는 봉화는 기능성 희귀채소 재배지로 손색이 없다. 서울 유명 레스토랑과 특급호텔에서 해오름농장에서 생산되는 희귀채소들을 사용한다.
유기, 거베라 등 지역 특산품 인기 높아
봉화읍 삼계리에 있는 유기마을은 세계 최고로 손꼽는 전통 그릇, 유기를 생산한다. 봉화에서는 500년 전부터 유기를 제작했다. 1900년 초, 전국 유기 수요의 70%를 차지했을 만큼 유서가 깊다. 봉화유기마을에는 경북 무형문화재 22호로 지정된 봉화유기와 내성유기 공방이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달궈진 화덕에서 녹은 쇳물로 장인이 하나하나 손으로 만들어 내는 반상기와 제기에 은은한 빛이 감돈다. 명성 높은 봉화유기에 음식을 담아내면 요리가 더 고급스럽다.
국화과 식물로 한 개의 꽃대에 하나의 꽃만 피우는 거베라는 형형색색 아름다운 색을 지녀 화환용 꽃으로 많이 쓰인다. 봉화 거베라는 봉화읍, 물야면, 봉성면, 법전면, 춘양면 등 5개 읍·면 30여 개 농가에서 재배한다. 청정 봉화는 거베라를 재배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 맑은 공기와 물이 흐르고, 일교차가 큰 백두대간 천혜의 자연에서 자란 거베라는 꽃잎이 단단하고 색이 선명하다. 봉화 거베라는 화병에 꽂아둬도 오랫동안 시들지 않는다. 화사하고 진한 색을 내는 봉화거베라는 품질이 뛰어나 서울 양재동 화훼공판장에서도 인기가 높다.
닭실한과는 조선 중기 권벌 선생 일가가 이룬 안동권씨집성촌 닭실마을의 부녀회원들이 1992년 농촌여성소득사업으로 시작했다. 500여 년 전부터 닭실 종가의 전통을 지켜 혼례나 회갑, 제례용에 쓰이는 한과를 만들었다. 찹쌀을 빻아 쪄내 떡살을 빚고 떡살은 온돌에 널어 건조해 기름에 튀긴다. 지초, 검은깨, 치자 같은 자연재료로 색을 낸다. 전통적인 방법을 고집하는 닭실한과의 유별난 제작 과정 때문에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명품 한과를 맛볼 수 있다.
봉화=글·사진 이솔 여행작가 leesoltou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