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일측은 김앤장 유력. 로펌들 정부 대리 수임 물밑 경쟁
태평양은 게일 상대 경험, 광장은 어벤저스급 라인업 '강점'
세종 화우 등도 '다크호스'로 떠올라
게일인터내셔널은 지난 11일(현지 시간) “350억달러(약 41조4900억원)의 송도국제도시 개발과 관련해 한국 정부를 상대로 세계은행 산하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 20억 달러(약 2조3700억원)규모의 중재 신청을 냈다”고 밝혔다. 게일 측 변호인은 “한국 정부가 게일 투자의 상당 부분을 불법적인 방법으로 수용해 20억 달러 이상의 피해를 끼쳤다”고 주장했다. 법무부는 중재의향서를 접수하는 즉시 공개할 예정이다. 중재의향서 접수후 90일이 지나면 ISD 절차가 시작된다. 게일이 실제 중재절차에 들어가면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된 9번째 ISD가 된다. 2012년 11월 론스타가 처음으로 ISD를 제기한 데 이어 2015년 하노칼·디야니, 2018년 엘리엇·메이슨·쉰들러·미국 교포, 올들어 지난 5월 캐나다 교포 등이 잇따라 제기했다.
게일 ISD는 국내 기업과 오랜 분쟁 끝에 정부로 ‘불똥’이 튀었다는 점에서 쉰들러 ISD와 비슷한 측면이 있다. 현대엘리베이터의 2대 주주인 스위스 승강기제조업체 쉰들러는 현대측과 2011년부터 소송전을 벌이다 갈등이 커져 작년 ISD를 제기했다. 게일은 포스코건설과 인천 송도개발을 위해 2002년 합작사를 설립했지만 이후 이익 및 비용 배분 문제로 갈등을 겪어왔고, 현재 국제상업회의소(ICC) 중재와 미국 뉴욕 남부지방법원 소송 등이 진행되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게일은 ISD 대응을 위한 한국측 대리인으로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선정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포스코건설과 국내 분쟁에서도 김앤장이 계속 게일측을 대리해왔기 때문이다. 미국측 대리인은 현지 대형 로펌인 와일리 레인이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 관심은 한국 정부 대리를 누가 맡느냐에 쏠려 있다. 법무부는 조만간 로펌 선정을 검토할 것으로 전망된다. 법조계에선 태평양과 광장의 싸움일 것이란 시각이 많다.
태평양은 론스타와 쉰들러 사건, 광장은 엘리엇과 메이슨 사건에서 각각 정부를 대리해 두 로펌 모두 정부 대리 경험은 풍부한 편이다. 태평양은 ICC 국제중재법원 부원장을 맡고 있는 김갑유 대표변호사(사법연수원 17기)가 팀을 이끌고 있다. 태평양은 지난달 하나금융지주를 대리해 론스타를 상대로 1조6000억원 규모 ICC 중재사건을 전부 승소한 경험을 갖고 있다. 게일과 포스코건설간 분쟁에서 오랜기간 포스코측을 대리해온 경험도 “적을 가장 잘 안다”는 점에서 태평양의 강점으로 꼽힌다.
광장은 싱가포르 국제중재센터(SIAC) 중재법원의 초대 상임위원을 지낸 임성우 변호사(연수원 18기)가 팀을 이끌고 있다. 광장은 김앤장, 세종, 법무부 등에서 ISD 전문가들을 잇따라 영입하면서 ‘어벤저스급’ 라인업을 갖췄다는 평가다. 광장은 김앤장에서 하노칼을 담당했던 주현수 변호사, 세종에서 론스타, 하노칼 사건을 담당했던 데이비드 김 변호사와 한상훈 변호사를 영입한데다 법무부 국제법무과에서 실무를 담당했던 임아영 변호사를 스카웃했다.
법무법인 세종과 화우 역시 ‘다크호스’로 꼽힌다. 세종은 국제통상 전문가인 김두식 경영 대표 변호사(12기)가 직접 ISD사건을 변론할 정도로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화우는 여러 국제중재기관에서 대리인으로 활동한 이준상 변호사(23기)가 팀을 이끌고 있으며, 미국 교포의 토지수용 관련 ISD에서 정부를 대리하고 있다. 율촌은 ‘다야니 ISD’에서 패소한 경험을 만회하기위해 국제 중재분야에서 다양한 승소 경험을 쌓고 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