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읽기] "남북 문제요? 지금은 경기부터 살려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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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감경기 악화 호소 늘지만
'갈라파고스 함정'에 빠진 한국
잇단 대내외 악재 대비책 시급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갈라파고스 함정'에 빠진 한국
잇단 대내외 악재 대비책 시급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며칠 전 경남 창원에서 만난 P사의 신 대표가 한 말이 생생하다. “방금 인생 30년을 같이 걸어온 자식과도 같은 공장을 팔았습니다. 처와 자식에게 면목이 없고 피눈물이 납니다. 저는 접습니다만 같은 고민을 하는 동료 기업인이 더 이상 쓰려져선 안 됩니다. 남북한 문제요? 지금은 경기부터 살려야 합니다.”
이제는 말을 꺼내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울 정도로 경기가 어렵다. 지난 1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 국면(전분기 대비 -0.4%)으로 떨어졌다. 국제 공식 통계방식인 전분기비 연율로 환산하면 -1.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가장 낮다. 대외불안 탓으로 돌렸지만 미·중 마찰의 당사국은 오히려 깜짝 성장했다.
국민이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체감경기는 더 어렵다. “안 좋다 못해 쓰러질 지경”이라고 호소하는 국민이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다. 중하위 계층의 체감경기지표인 ‘서민 경제고통지수(OPMI·ordinary people misery index: 생활물가상승률+상시고용자 실업률+전통시장 공실률+전월세 부담률+주택담보대출 이자율+담세율)’는 외환위기 때보다 높다.
한때 ‘동방의 등불’ ‘아시아의 네 마리 용(龍)’이라 불릴 만큼 세계에서 주목받은 한국 경제가 왜 이렇게 깊은 나락으로 추락했을까. 나라 살림을 사상 최대 규모로 풀었고, 금리까지 낮은데 경기가 안 좋다면 그 어느 때보다 세금을 많이 내고 있는 국민으로선 정책 결정자와 집행자에게 이 같은 질문을 당연히 할 수밖에 없다.
세상이 바뀌었다. 종전 이론과 규범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뉴노멀’ 시대다. 미래 예측까지 어렵다 해서 ‘뉴애브노멀’이란 용어까지 나온다. 가장 큰 변화는 경제 영역이 ‘하나의 운동장’처럼 평평해진 점이다. 지구촌 사회에서 세계를 주도하지 못하는 국가가 살아갈 수 있는 길은 세계 흐름에 동참하는 것이다.
한국처럼 수출 지향적이면서 압축성장한 국가일수록 더 그렇게 해야 한다. 이런 국가의 최대 적(敵)은 ‘갈라파고스 함정’에 빠지는 것이다. 갈라파고스 함정이란 중남미 에콰도르령(領)인 갈라파고스제도가 아메리카 대륙으로부터 1000㎞ 이상 떨어져 있는 것에 빗대 세계 흐름과 격리되는 현상을 말한다.
현 정부 들어 세계 흐름과 동떨어진 사례는 의외로 많다. 세계는 ‘작은 정부’를 지향하고 있으나 한국은 정부 역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거시경제 목표는 ‘성장’ 대비 ‘소득주도 성장(대다수 국민은 분배로 인식하고 있다)’, 제조업 정책은 ‘리쇼어링’ 대비 ‘오프쇼어링’, 기업 정책은 ‘우호적’ 대비 ‘비우호적’이다.
규제 정책은 ‘프리 존’ 대비 ‘유니크 존’, 상법 개정은 ‘경영권 보호’ 대비 ‘경영권 노출’, 세제 정책은 ‘세금 감면’ 대비 ‘세금 인상’, 노동정책은 ‘노사 균등’ 대비 ‘노조 우대’로 대조적이다. 명시적인 것뿐만 아니라 일부 정책결정 및 집행권자의 의식과 가치가 여전히 이 함정에 빠져 있는 것은 더 큰 문제다.
1분기 경제 성적표가 최악을 기록했는데도 정부가 경기를 보는 시각은 낙관적이었다. 대통령을 비롯해 경제부총리, 한국은행 총재, 심지어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까지 2분기 이후 경기가 나아질 것이라고 한목소리로 외쳤다. 미·중 간 마찰이 타결될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었다는 뒷얘기가 전해진다.
미·중 간 마찰이 장기화할 태세다. 그러자 정책당국의 경기를 보는 시각도 ‘비관론’으로 급선회하면서 경기 살리기에 부산하다. 뒤늦게 ‘경제정책은 타이밍’이라는 웃지 못할 이유를 들어 국회에 추경을 강요하고 있다. 모든 수단을 동원해 재정을 조기에 집행하겠다는 방침도 발표했다. 엊그제까지 고려하지 않겠다던 금리 인하 가능성도 내비쳤다.
경제 변수는 통제 여부에 따라 가능하면 ‘통제 변수’, 불가능하면 ‘행태 변수’로 나뉜다. 경기침체 요인이 후자에 주로 기인한다면 앞으로 전개될 상황별로 시나리오 예측을 내놔야 한다. 한국처럼 대외환경 의존도가 높은 국가는 최악의 상황을 전제로 해 경기를 보고 국민에게 대비해 놓도록 하는 것이 정책당국의 바람직한 자세다.
나라 밖에서 한국의 경기침체 요인으로 꼽고 있는 갈라파고스 함정은 통제 변수, 내부적으로 보고 있는 미·중 간 마찰은 행태 변수다. 갈라파고스 함정은 지금이라도 세계 흐름에 동참하면 벗어날 수 있는 것인데 변화가 없다. 국민이 답답해하는 것이 바로 이 점이다. 창원 기업인이 흘린 눈물이 가뭄으로 쩍쩍 갈라지고 있는 한국 경제에 단비가 돼야 하지 않겠는가.
이제는 말을 꺼내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울 정도로 경기가 어렵다. 지난 1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 국면(전분기 대비 -0.4%)으로 떨어졌다. 국제 공식 통계방식인 전분기비 연율로 환산하면 -1.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가장 낮다. 대외불안 탓으로 돌렸지만 미·중 마찰의 당사국은 오히려 깜짝 성장했다.
국민이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체감경기는 더 어렵다. “안 좋다 못해 쓰러질 지경”이라고 호소하는 국민이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다. 중하위 계층의 체감경기지표인 ‘서민 경제고통지수(OPMI·ordinary people misery index: 생활물가상승률+상시고용자 실업률+전통시장 공실률+전월세 부담률+주택담보대출 이자율+담세율)’는 외환위기 때보다 높다.
한때 ‘동방의 등불’ ‘아시아의 네 마리 용(龍)’이라 불릴 만큼 세계에서 주목받은 한국 경제가 왜 이렇게 깊은 나락으로 추락했을까. 나라 살림을 사상 최대 규모로 풀었고, 금리까지 낮은데 경기가 안 좋다면 그 어느 때보다 세금을 많이 내고 있는 국민으로선 정책 결정자와 집행자에게 이 같은 질문을 당연히 할 수밖에 없다.
세상이 바뀌었다. 종전 이론과 규범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뉴노멀’ 시대다. 미래 예측까지 어렵다 해서 ‘뉴애브노멀’이란 용어까지 나온다. 가장 큰 변화는 경제 영역이 ‘하나의 운동장’처럼 평평해진 점이다. 지구촌 사회에서 세계를 주도하지 못하는 국가가 살아갈 수 있는 길은 세계 흐름에 동참하는 것이다.
한국처럼 수출 지향적이면서 압축성장한 국가일수록 더 그렇게 해야 한다. 이런 국가의 최대 적(敵)은 ‘갈라파고스 함정’에 빠지는 것이다. 갈라파고스 함정이란 중남미 에콰도르령(領)인 갈라파고스제도가 아메리카 대륙으로부터 1000㎞ 이상 떨어져 있는 것에 빗대 세계 흐름과 격리되는 현상을 말한다.
현 정부 들어 세계 흐름과 동떨어진 사례는 의외로 많다. 세계는 ‘작은 정부’를 지향하고 있으나 한국은 정부 역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거시경제 목표는 ‘성장’ 대비 ‘소득주도 성장(대다수 국민은 분배로 인식하고 있다)’, 제조업 정책은 ‘리쇼어링’ 대비 ‘오프쇼어링’, 기업 정책은 ‘우호적’ 대비 ‘비우호적’이다.
규제 정책은 ‘프리 존’ 대비 ‘유니크 존’, 상법 개정은 ‘경영권 보호’ 대비 ‘경영권 노출’, 세제 정책은 ‘세금 감면’ 대비 ‘세금 인상’, 노동정책은 ‘노사 균등’ 대비 ‘노조 우대’로 대조적이다. 명시적인 것뿐만 아니라 일부 정책결정 및 집행권자의 의식과 가치가 여전히 이 함정에 빠져 있는 것은 더 큰 문제다.
1분기 경제 성적표가 최악을 기록했는데도 정부가 경기를 보는 시각은 낙관적이었다. 대통령을 비롯해 경제부총리, 한국은행 총재, 심지어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까지 2분기 이후 경기가 나아질 것이라고 한목소리로 외쳤다. 미·중 간 마찰이 타결될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었다는 뒷얘기가 전해진다.
미·중 간 마찰이 장기화할 태세다. 그러자 정책당국의 경기를 보는 시각도 ‘비관론’으로 급선회하면서 경기 살리기에 부산하다. 뒤늦게 ‘경제정책은 타이밍’이라는 웃지 못할 이유를 들어 국회에 추경을 강요하고 있다. 모든 수단을 동원해 재정을 조기에 집행하겠다는 방침도 발표했다. 엊그제까지 고려하지 않겠다던 금리 인하 가능성도 내비쳤다.
경제 변수는 통제 여부에 따라 가능하면 ‘통제 변수’, 불가능하면 ‘행태 변수’로 나뉜다. 경기침체 요인이 후자에 주로 기인한다면 앞으로 전개될 상황별로 시나리오 예측을 내놔야 한다. 한국처럼 대외환경 의존도가 높은 국가는 최악의 상황을 전제로 해 경기를 보고 국민에게 대비해 놓도록 하는 것이 정책당국의 바람직한 자세다.
나라 밖에서 한국의 경기침체 요인으로 꼽고 있는 갈라파고스 함정은 통제 변수, 내부적으로 보고 있는 미·중 간 마찰은 행태 변수다. 갈라파고스 함정은 지금이라도 세계 흐름에 동참하면 벗어날 수 있는 것인데 변화가 없다. 국민이 답답해하는 것이 바로 이 점이다. 창원 기업인이 흘린 눈물이 가뭄으로 쩍쩍 갈라지고 있는 한국 경제에 단비가 돼야 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