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 가격이 올 들어 10% 넘게 올랐지만 금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와 상장지수증권(ETN) 수익률은 4%대에 그치고 있다. 환헤지로 환율 상승 효과를 누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금값 된 금값?…ETF 수익률은 4%대 그쳐
한국거래소(KRX) 금시장에서 거래되는 순도 99.99% 금 현물 1g의 가격은 지난 14일 5만1730원으로 2014년 3월 금시장 개설 이후 최고가를 찍었다. 올해 가격 상승률은 11.8%에 이른다. 국제 금 가격이 상승세를 탄 데다 한국 경제가 불안해지자 국내에서도 안전자산인 금을 찾는 투자자가 늘었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3개월간 개인 투자자는 370㎏에 달하는 금을 순매수했다.

금에 투자하는 증시 상품의 수익률은 이에 한참 못 미치고 있다. KODEX 골드선물 ETF의 올해 수익률은 4.3%, 신한 금 선물 ETN은 4.7%다. 기초자산 가격보다 2배 더 움직이는 레버리지 상품도 마찬가지다. 삼성 레버리지 금 선물 ETN은 올해 8.3%, KINDEX 골드선물 레버리지는 7.5% 수익률을 올렸다.

수익률 격차의 원인은 원·달러 환율이다. 김상국 한국거래소 금시장 팀장은 “국내 금 가격은 국제 금 가격을 원화로 환산한 뒤 국내 수급 요인을 더해 산출한다”며 “원·달러 환율이 상승(달러 강세)하면 국내 금값이 국제 금 가격보다 더 많이 오른다”고 설명했다.

KRX 금 현물이 기초로 하는 국제 금 가격은 지난해 말 온스당 1280.50달러에서 지난 14일 1353.82로 5.7% 올랐다. 이를 원화로 환산한 가격은 g당 4만5930원에서 5만1590원으로 12.3% 상승했다. 이 기간 원·달러 환율이 6.2% 오른 영향이다.

금 ETF와 ETN은 대부분 환헤지 상품이어서 이런 환율 상승 효과를 누리지 못했다. 유일하게 환헤지를 하지 않은 신한 레버리지 금 선물 ETN은 올해 15.5% 뛰었다.

KRX 금 현물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증권사를 통해 ‘금거래 전용계좌’를 개설해야 한다. 매수한 금 현물은 되팔아 차익을 남기거나 1㎏ 골드바로 실물을 찾을 수 있다. 100g 골드바로 금을 인출할 수 있는 미니금도 있다. 김 팀장은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금은 수수료가 싸고 양도소득세와 배당소득세(15.4%)가 면제되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