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출신 영화감독이자 오페라 연출가인 프랑코 제피렐리가 15일(현지시간) 별세했다. 향년 96세. 제피렐리재단은 이날 “제피렐리가 지병으로 로마의 자택에서 숨을 거뒀다”고 밝혔다.

제피렐리는 1923년 이탈리아 중부 피렌체에서 태어났다. 지역 극단에서 무대 연출을 담당하던 그는 1967년 엘리자베스 테일러와 리처드 버턴 주연의 ‘말괄량이 길들이기’를 통해 영화감독으로 데뷔했다. 이어 올리비아 핫세가 주연한 ‘로미오와 줄리엣’(1968년)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당시 이 영화는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영화화한 작품 중 가장 큰 성공을 거뒀다. 이 밖에 ‘챔프’(1979년) ‘엔드리스 러브’(1981년) ‘햄릿’(1990년) ‘제인 에어’(1996년) 등 영화 20여 편을 연출했다.

이탈리아 영화 거장이자 오페라 연출가인 루치노 비스콘티에게 가르침을 받은 제피렐리는 ‘카르멘’ ‘라 보엠’ 등도 연출했다. 그는 2004년 공연 예술 발전에 기여한 업적을 인정받아 이탈리아인으로는 처음으로 영국 기사 작위를 받았다.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는 “(제피렐리는) 영화와 예술, 미(美)의 이탈리아 대사였다”고 추모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