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선언문 "제로페이·일자리자금으로 최저임금 인상분 보전 가능"
노동자·소상공인 "최저임금 '을의 갈등' 넘어 경제민주화 상생"
양대 노총과 소상공인 단체가 최저임금 인상을 둘러싼 '을(乙)과 을의 갈등' 구도를 뛰어넘어 경제민주화를 통한 상생 구도를 만들어나가기로 했다.

양대 노총이 참여하는 최저임금연대와 소상공인 단체인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한상총련)는 17일 참여연대에서 비공개로 '노동자-중소상인 역지사지 간담회'를 하고 경제민주화 선언문을 발표했다.

최저임금연대와 한상총련은 선언문에서 초대형 복합쇼핑몰의 골목상권 파괴, 프랜차이즈 본사의 불공정거래, 카드사의 불공정 수수료 등 재벌 대기업 중심 구조의 문제를 거론하고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뛰고 있는 중소상인과 자영업자의 어려운 현실을 보수언론과 정치권에서는 '을들의 갈등'으로 왜곡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재벌 대기업과 불공정한 경쟁을 하는 중소상인과 자영업자의 시장 환경을 그대로 놔두고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처럼 최저임금만 탓하는 보수언론과 정치권을 엄중히 규탄한다"고 덧붙였다.

소상공인의 어려움이 최저임금의 과도한 인상 탓이라는 주장은 저임금 노동자와 소상공인의 갈등 구도를 만들어 재벌 대기업 중심 구조의 문제를 은폐하는 이데올로기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게 이들의 문제의식이다.

이들은 약자의 싸움을 붙여놓고 강자는 뒤에 숨는 현재의 구도를 뛰어넘기 위해 경제민주화를 목표로 을들의 연대를 구축하기로 했다.

경제민주화로 소상공인의 이익을 확보하고 최저임금 인상으로 저임금 노동자의 소득을 증진하는 상생 구도를 만든다는 것이다.

최저임금연대와 한상총련은 "지난 5월 21일 발표된 고용노동부 조사결과에서 저임금 노동자와 고임금 노동자의 임금 격차가 상당 부분 줄어든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를 입증했다"며 최저임금 인상 기조는 유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언문 발표에 앞서 이동주 한상총련 사무총장은 소상공인의 결제 수수료 부담을 줄이는 모바일 간편 결제 시스템인 '제로페이' 사용을 활성화하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을 상당 부분 완화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 사무총장이 공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제로페이 수수료율 0%가 적용되는 연 매출 8억원 이하 편의점에서 제로페이 사용률을 25%로 올리면 수수료 부담이 월 8만2천500원 감소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월급으로 환산한 올해 최저임금은 174만5천150원이고 여기에서 작년 최저임금(157만3천770원)을 뺀 인상분은 17만1천380원이다.

편의점이 제로페이 사용률을 25%로 올리기만 해도 최저임금 인상분의 절반을 보전할 수 있다는 게 이 사무총장의 설명이다.

이 사무총장은 "월 13만∼15만원인 정부의 일자리안정자금 지원을 받는다면 최저임금 인상분의 보전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