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사 나서는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 후보자 (사진=연합뉴스)
청사 나서는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 후보자 (사진=연합뉴스)
"저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습니다."

명언을 남긴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사법연수원 23기·59)이 17일 차기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됐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박상기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검찰총장 임명제청 건을 보고받은 뒤 다음 달 24일 임기가 끝나는 문무일 검찰총장 후임에 윤 지검장을 지명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윤 후보자는 검사 재직동안 부정부패를 척결해왔고 권력의 외압에 흔들리지 않는 강직함을 보였다"고 소개했다. 이어 "서울지검장으로 탁월한 지도력과 개혁의지로 국정농단, 적폐청산 수사를 성공적 이끌어 검찰 내부뿐 아니라 국민들 두터운 신망을 얻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직도 우리 사회에 남은 각종 비리와 부정부패를 뿌리뽑는 동시에, 시대적 사명인 검찰개혁과 조직쇄신 과제도 훌륭하게 완수할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윤 후보자는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 앞에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낍니다. 여러분들 많이 도와주시길 부탁드리고, 여러가지 잘 준비하겠다"라고 소감을 말했다.

서울 충암고와 서울법대를 졸업한 윤 지검장은 대검 중수부 1·2과장,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을 거친 특수통이다.
차량에 탑승하는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 후보자 (사진=연합뉴스)
차량에 탑승하는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 후보자 (사진=연합뉴스)
채동욱 총장 때인 2013년 국정원 댓글 사건 특별수사팀장을 맡아 일하던 중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을 구속해야 한다며 청와대와 맞서다 징계를 받았다.

당시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팀장이던 윤 후보자는 직속 상관이던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의 재가 없이 국정원 직원들의 체포영장을 청구해 발부받고,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공소장 변경 신청서를 법원에 접수했다가 수사팀에서 전격 배제됐다. 그는 며칠 뒤 국정감사장에서 "수사 초기부터 법무·검찰 수뇌부의 외압이 있었고 체포영장 청구 등은 적법 절차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상관의 위법한 지시를 따를 수 없었다"라고도 했다.

좌천 이후 와신상담하던 윤 지검장은 2016년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특별검사팀 팀장을 맡아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을 구속했다.

윤 지검장은 문재인 정부 초대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발탁됐고, 이명박 전 대통령 구속, 사법농단 수사 등 적폐청산 수사를 진두지휘하면서 청와대의 신뢰를 얻었다.

윤 지검장이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총장으로 임명되면 검찰총장 임기제가 도입된 1988년 이후 31년 만에 고검장을 안 거치고 총장으로 직행한 첫 사례가 된다.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윤석열 검찰총장 지명자는 검사로 재직하는 동안 각종 권력형 비리와 부정부패 수사에서 탁월한 성과를 거두었다. 또한 부당한 외압에도 흔들림 없이 원칙을 지킴으로써 검찰 내부는 물론 국민적 신망도 얻었다"면서 "우리 사회에 남은 적폐청산과 국정농단 수사를 마무리하고 미래지향적인 새로운 검찰 개혁을 이끌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반면 민경욱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라며 "윤 지검장은 국정원 댓글 수사와 관련해 외압 의혹 폭로로 스타 검사가 된 인물"이라고 말했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그는 서울지검장에 올랐고 이후 야권 인사들을 향한 강압적 수사와 압수수색 등으로 자신이 ‘문재인 사람’임을 몸소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또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수사 독립성은 날 샌 지 오래"라며 "청와대는 하명했고 검찰은 이에 맞춰 칼춤을 췄다. 이제 얼마나 더 크고 날카로운 칼이 반정부 단체, 반문 인사들에게 휘둘려질 것인가"라고 주장했다.

이종철 바른미래당 대변인도 "결국 기승 전 윤석열이었다"며 "문재인 정부의 가장 전형적인 코드 인사로 검찰의 독립이 아닌 검찰의 종속 선언을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정호진 정의당 대변인은 "윤 후보자는 참여정부부터 박근혜정부에 이르기까지 권력 눈치를 보지 않고 일했다고 알려져 있다"면서 "검찰 신뢰 회복과 개혁을 요구하는 국민의 뜻을 제대로 받들 의지가 있는지 검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