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관계 아무리 나빠도 한류가 좋아요"…日 3차 한류의 현장을 가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지난 5일 도쿄 신주쿠 신오쿠보역 주변을 찾은 한류팬들이 거리를 걷고 있다.](https://img.hankyung.com/photo/201906/AB.19898370.1.jpg)
일본 도쿄에서 20년 가까이 한국어학원을 운영하는 이승민 신오쿠보어학원 원장은 2차선 도로의 반대쪽 보도로 기자 일행을 이끌었다. 반대쪽도 인파를 헤치고 나가야 하긴 마찬가지였다. 평일인 지난 5일 오후 도쿄 신주쿠구 신오쿠보의 풍경이다.
신오쿠보는 한국식당과 식료품 가게가 몰려 있어 ‘코리아타운’으로 불린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 이어 2004년 드라마 ‘겨울연가’가 일본에 두 번째 한류를 일으킨 이후 일본은 물론 한국 미디어로부터도 여러 차례 조명을 받았다. 한류팬들로 붐비던 신오쿠보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에서 방사능 유출사고가 일어나고 2012년 이명박 당시 대통령의 독도 방문으로 한일관계가 급랭하면서 쇠락했다. 한국인 가게 가운데 3분의 1이 신오쿠보를 떠났다. 남은 가게의 매출도 한창 때의 절반으로 뚝 떨어졌다. 1만2000명에 달했던 한국인 숫자는 1만명 이하로 줄었다. 그새 중국인들은 1만3000명으로 늘어 신오쿠보의 최다 계파가 됐다. 신오쿠보역 동쪽 지역은 인도네시아 베트남 식당과 가게가 들어서면서 ‘아시아 타운’이 됐다.
생기를 잃어가던 신오쿠보에 ‘제3의 한류’가 불어닥친 건 2017년께. 2차 한류가 한국 드라마의 힘이었다면 3차 한류의 발원지는 방탄소년단(BTS) 엑소(EXO) 등 케이팝(K-Pop) 스타들이었다. ‘도쿄의 한국’을 체험하려는 한류팬이 몰려들면서 출구가 하나뿐인 작은 역 신오쿠보역(야마노테선)은 전차가 도착할 때마다 기능이 마비될 정도다. 15년째 일본 도쿄에 거주하는 이윤(43세)씨는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한류팬들 덕분에 지난 주말에는 플랫폼에서 신오쿠보역을 빠져 나오는데만 15분이 걸렸다”고 말했다.
![지난 5일 신오쿠보를 찾은 한류팬들이 치즈핫도그를 사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https://img.hankyung.com/photo/201906/AB.19898371.1.jpg)
한류팬 주류가 정치적 영향 안받는 10~20대로 변화
신오쿠보의 좁은 골목들 가운데 한류팬들의 필수 탐방 코스인 ‘이케멘도오리’도 한국 특유의 문화가 일본 현지에서 통한 ‘토착 한류’다. ‘얼짱의 거리’라는 뜻의 이케맨도오리는 한국 식당들이 몰려있는 골목. 호객행위는 일본의 유흥가에서도 흔하지만 이곳 한국 식당들은 케이팝 스타처럼 젊고 잘생긴 한국 직원들을 집중 투입해 신오쿠보의 명소로 자리매김했다. 이윤 씨는 “방송에 데뷔는 못했지만 신주쿠 지역 유흥가에서는 나름 유명세를 타는 ‘신주쿠 케이팝 아이돌 그룹’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 5일 신오쿠보를 찾은 한류팬들이 치즈핫도그를 사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https://img.hankyung.com/photo/201906/AB.19898372.1.jpg)
도쿄=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
※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