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제되셨습니다.”

17일 서울 테헤란로 지하의 한 푸드코트. 스마트폰에 띄워진 QR코드를 카운터에 내밀자마자 1만5000원짜리 평화옥 곰탕이 결제됐다는 메시지가 들어왔다. 곰탕 메뉴를 결제한 건 현금이 아니다. 1만5000원에 해당하는 0.00137576비트코인이다.
덴마크 유니버설로봇의 협동로봇 ‘바리스’가 17일 서울 강남 레귤러식스 내 카페 ‘라운지엑스’에서 핸드드립 커피를 만들고 있다(큰 사진). 작은 사진은 가상화폐로 메뉴를 결제하는 모습. /유니버설로봇·레귤러식스 제공
덴마크 유니버설로봇의 협동로봇 ‘바리스’가 17일 서울 강남 레귤러식스 내 카페 ‘라운지엑스’에서 핸드드립 커피를 만들고 있다(큰 사진). 작은 사진은 가상화폐로 메뉴를 결제하는 모습. /유니버설로봇·레귤러식스 제공
로봇이 직접 커피 핸드드립

지난 13일 서울 강남 한복판에 블록체인·인공지능(AI)·협동로봇 서비스를 한자리에서 제공받을 수 있는 푸드테크(음식+기술) 레스토랑 ‘레귤러식스’가 문을 열었다. 규모는 3300㎡에 달한다.

푸드코트 입구에 들어서자 협동로봇이 근무하는 커피숍 ‘라운지엑스’가 가장 먼저 맞이했다. 협동로봇은 사람과 함께 일하는 로봇을 말한다. 일하다가 사람과 부딪치면 작동을 멈추는 등 안전 기능을 갖췄다.

주문에 따라 커피로봇 ‘바리스’가 커피 핸드드립을 했다. 나선형 등 개성 있는 드립 방식을 선보이기도 하고, 물줄기도 스스로 조정했다. 완성된 빵과 커피는 ‘팡셔틀’이라는 서빙로봇이 매장 내 고객에게 전달했다.

강남 한복판 '푸드테크 레스토랑' 레귤러식스 가보니…가상화폐로 곰탕 계산, 로봇이 만든 커피 마셔
바리스는 프로그래머와 전문 바리스타의 합작품으로 개발됐다. 글로벌 로봇기업 유니버설로봇의 ‘UR3e’를 개조했다. 레귤러식스 기획을 총괄한 황성재 라운지랩 대표는 “웬만한 바리스타 수준의 핸드드립 완성도를 갖췄다”고 설명했다.

푸드코트로 좀 더 들어가니 월향, 평화옥, 조선횟집 등의 입점 레스토랑이 자리했다. 결제하려면 중앙 카운터로 가야 했다. 결제 과정에서는 신용카드나 현금이 쓰이기도 하지만, 가상화폐를 사용할 수도 있었다.

방식은 간단하다. 빗썸 등의 가상화폐거래소나 개인 전용지갑에 보유하고 있던 가상화폐를 레귤러식스 전용 앱(응용프로그램)으로 이동시킨다. 앱은 시세에 맞춰 가상화폐를 전용 포인트로 변환하고, 이렇게 변환한 포인트로 다양한 메뉴를 주문할 수 있다. 결제할 때는 QR코드를 띄웠다. 카카오페이, L페이 등의 간편결제 서비스를 만든 페이민트가 개발한 기술이다.

가상화폐 결제 고객에게는 더 특별한 혜택이 주어졌다. 적립금에 따라 레귤러식스에서 쓸 수 있는 전용 포인트가 5%씩 적립됐다. 황 대표는 “가상화폐로 실물 결제를 활성화한다는 취지에서 이런 결제 방식을 도입했다”고 말했다.

AI가 고기 숙성·상추 재배

푸드코트 가장 안쪽으로 들어갔다. 유리에 둘러싸인 커다란 고기 저장고가 보였다. 일반 저장고가 아니다. AI가 관리하는 ‘AI 드라이에이징 센터’였다.

AI는 여섯 명의 드라이에이징 장인의 방식을 학습했다. 최적의 시간에 걸쳐 최적의 온도·습도로 고기를 숙성한다. 고기는 가장 맛이 좋을 무렵에 레귤러식스 레스토랑 중 하나인 ‘산방돼지’로 간다.

이 기술을 도입한 이종근 육그램 대표는 “지속적인 학습을 통해 실제 장인과 똑같은 수준의 드라이에이징을 구현하려고 한다”며 “1년 안에 원하는 수준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고기 칸 밑에는 상추가 자라고 있었다. 역시 AI가 키우는 상추다. 사람이 하는 것처럼 씨를 뿌리고, 물을 줘서 키운 뒤 적당히 자라면 뽑아서 고객들의 식탁에 올린다.

레귤러식스는 10곳이 넘는 정보기술(IT) 기업과 외식 기업의 합작품이다. 이여영 월향 대표는 “강남 한복판에서 음식과 기술을 한눈에 접할 수 있는 공간을 선보이겠다는 목적으로 조성했다”며 “레귤러식스가 내놓는 신기술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