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찾은 박용만 "기업들 서서히 골병…발목잡는 규제 풀어달라"
“기업과 국민은 오랜 세월에 걸쳐 서서히 골병이 들어가고 있습니다. 정치가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사진)이 17일 국회를 찾아 여야 정치인들에게 ‘쓴소리’를 했다. 박 회장의 국회 방문은 2016년 5월 20대 국회가 임기를 시작한 이후 11번째다. 이날 방문 목적은 새로 취임한 여야 원내대표와의 상견례였다. 하지만 박 회장은 ‘경제 살리기’에 무관심한 정치인들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기업을 옭아매는 규제를 풀어달라고 요청했다.

박 회장은 이날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시작으로 나경원 자유한국당·오신환 바른미래당·유성엽 민주평화당·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를 차례로 만났다. 각 당 원내대표 앞에서 정치권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실적이 안 좋은 기업도 고통스럽고, 심해지는 양극화 속에 가진 것 없는 국민도 고통스럽다”며 “정치가 기업과 국민의 어려운 살림살이를 붙들어야 고통에서 벗어날 것이라는 희망을 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격랑 속에서 흔들리는 기업들은 어디에 하소연해야 할지 몰라 정말 참담하기 짝이 없다”며 “여야가 대화하고 양보해 어려운 경제 현실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경제계에서는 박 회장이 규제개혁 및 경제활성화 법안은 국회의 벽에 막혀 있고, 기업을 옥죄는 법안 발의는 갈수록 늘어나는 현실을 토로하기 위해 국회를 찾았다는 분석을 내놨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올해 국회에서 처리된 126개 법안 중 기업을 지원하는 법안은 9개에 불과하다. 박 회장은 지난해 말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20대 국회에서 기업 관련 법안이 1500여 개 발의됐는데 800개 이상이 규제 법안”이라며 “지금도 ‘규제 때문에 죽겠다’는 목소리가 나오는데 800개씩 더할 규제가 무엇이냐”고 말하기도 했다.

박 회장은 각 당 원내대표에게 입법 건의사항을 담은 ‘상의 리포트’도 전달했다. 이 보고서에는 △개인정보 규제완화 △원격의료 허용범위 확대 △가업승계 활성화 △기업투자 인센티브 강화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탄력적 근로시간제 개선 △서비스산업 활성화 △기업활력법 일몰 연장 △산업기술 유출 방지 등 17건의 현안에 관한 개선안이 담겼다.

박 회장은 5당 원내대표를 만난 뒤 ‘답답함이 풀렸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한숨을 쉬면서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그는 “여야가 갑론을박해도 경제활성화 법안이 처리될까 말까인데 지금은 정적 상태”라고 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