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제2 공정거래법 될 '금융그룹 통합 감독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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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주만 같을 뿐 상호연계성 적은 금융그룹
대표회사 지정해 건전성 관리 등 개입케 하고
금융委 주식매각명령으로 족쇄 채워선 안돼
최준선 <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
대표회사 지정해 건전성 관리 등 개입케 하고
금융委 주식매각명령으로 족쇄 채워선 안돼
최준선 <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
복합금융그룹을 통합감독하기 위한 법률(금융그룹 통합감독법) 제정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다. 복합금융그룹이란 여수신·보험·금융투자 중 두 개 이상 기업을 함께 갖고 있는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의 그룹을 말한다.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인 기업집단은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돼 공정거래위원회 감독을 받는다. 그런데 이 법이 제정되면 금융그룹 전체가 공정위 외에 금융위원회의 감시를 또 받아야 한다. 명백히 이중 감독을 받게 되는 것이다.
금융지주회사그룹이 아니더라도 금융회사를 두 개 이상 갖고 있는 복합금융그룹은 통합감독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명분은 좋다. 그러나 이 법률제정안은 금융산업의 발전적 방향을 모색한다기보다 재벌 규제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게 문제다. 금융위는 작년 7월부터 ‘금융그룹의 감독에 관한 모범규준’을 만들어 7개 복합금융그룹을 대상으로 통합감독을 시범 운영 중이다.
법안에 따르면 복합금융그룹 내 ‘대표(금융)회사’를 선정한다. 예컨대 갑(甲) 그룹에 생명보험·화재보험·증권회사가 있다면 그중 하나를 대표회사로 지정한다. 그룹 내 대표회사라는 개념은 우리 법에서는 완전히 새로운 개념이다. 대표회사로 지정되면 이 회사가 금융그룹 위험관리정책의 수립 등 금융그룹의 건전성 관리와 관련된 제반 업무를 이행해야 한다. 현재 복합금융그룹은 대주주만 동일할 뿐 법적, 경제적 연계성이 적은 편의상 집합에 불과하다. 법인 독립의 원칙하에 각자책임의 원칙이 지배하는 한국 사법체계에서 대표회사(그 이사회)가 어떻게 이해관계가 상충할 수 있는 다른 회사의 정책을 수립하고 관리한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지배주주가 대표회사의 자료 제출 및 조치·계획의 이행 요청에 성실히 협조해야 한다는 협조 조치 의무화 규정도 있다. 현행 상법과 금융회사지배구조법상 대주주라고 해도 기업 경영에 개입하는 것에 한계가 있는데, 무슨 근거로 주주에게 이런 요구를 할 수 있다는 것인가. 자칫 배임죄로 걸릴 수 있는 행위를 강요하는 것은 현실에 비춰 과도한 책무를 부담시킨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이들 금융회사가 그룹 내 비금융회사의 주식을 소유하면 이제 비금융회사도 감시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즉, 그 비금융회사가 자료를 제출할 의무를 부담하고, 비금융회사의 주식 취득 시 금융위의 승인을 받아야 하며, 일정한 경우에는 금융위가 금융회사 또는 그 대주주에게 그 주식의 매각명령을 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주식취득승인도 문제지만 매각명령은 더 심각한 문제다. 수십 년간 적법하게 취득·보유한 주식 매각을 강제하면 법적 안정성을 훼손하고 이해관계자들의 권리를 크게 침해한다. 또 금융회사에 재무적 부담을 안기고 해당 비금융계열사의 경영권마저 위협하는 상황이 된다.
비금융계열사와 거래하거나 출자하는 것은 훨씬 큰 위험이 있다고 봐서 그룹의 자본적정성 평가 시에 자의적인 기준으로 과도한 벌칙을 부여하는 것도 문제다. 금융회사로부터 대출받은 것도 아니고, 자기 돈으로 사업하고 장사하는 비금융회사가 왜 금융당국의 직간접적 통제를 받아야 하고 금융회사는 과도한 벌칙을 받아야 한다는 것인가.
이 문제를 피하려면 금융회사들이 비금융회사의 주식을 소유하지 않아야 한다. 그룹 내 회사라도 수익력이 좋으면 투자하는 것이 당연한데, 그룹 내 회사라는 이유로 투자를 기피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은 그룹 내 금융회사들을 비금융회사와 분리하는 효과가 있고, 동시에 그룹이 해체되는 효과를 갖는다. 금융회사 대주주 적격성 심사 강화에 이어 금융그룹이라는 실체 없는 조직을 상정해 금산분리를 강화하는 모양새다. 현재 금산분리도 글로벌 스탠더드에 과도하게 어긋난다는 비판이 비등하고 있다.
은행·증권·보험 등 금융업의 각 분야에 따라 이미 개별법으로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수준의 강한 규제가 적용되고 있다. 금융회사의 건전성이 위험해지면 그것은 금융회사의 내부통제로 해결할 일이다. 금융그룹에 속하는 금융회사 또는 대주주에게 몇 년 내 지분을 아예 매각하라는 주식매각명령 같은 과격한 규정은 유럽이든 미국이든 선례가 없다. 이 법안은 한국 금융산업에 족쇄를 채워 국제 달리기 대회에 내보내자는 꼴이다. 경쟁에 나서기도 전에 지쳐 떨어지게 만들 판이다.
금융지주회사그룹이 아니더라도 금융회사를 두 개 이상 갖고 있는 복합금융그룹은 통합감독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명분은 좋다. 그러나 이 법률제정안은 금융산업의 발전적 방향을 모색한다기보다 재벌 규제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게 문제다. 금융위는 작년 7월부터 ‘금융그룹의 감독에 관한 모범규준’을 만들어 7개 복합금융그룹을 대상으로 통합감독을 시범 운영 중이다.
법안에 따르면 복합금융그룹 내 ‘대표(금융)회사’를 선정한다. 예컨대 갑(甲) 그룹에 생명보험·화재보험·증권회사가 있다면 그중 하나를 대표회사로 지정한다. 그룹 내 대표회사라는 개념은 우리 법에서는 완전히 새로운 개념이다. 대표회사로 지정되면 이 회사가 금융그룹 위험관리정책의 수립 등 금융그룹의 건전성 관리와 관련된 제반 업무를 이행해야 한다. 현재 복합금융그룹은 대주주만 동일할 뿐 법적, 경제적 연계성이 적은 편의상 집합에 불과하다. 법인 독립의 원칙하에 각자책임의 원칙이 지배하는 한국 사법체계에서 대표회사(그 이사회)가 어떻게 이해관계가 상충할 수 있는 다른 회사의 정책을 수립하고 관리한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지배주주가 대표회사의 자료 제출 및 조치·계획의 이행 요청에 성실히 협조해야 한다는 협조 조치 의무화 규정도 있다. 현행 상법과 금융회사지배구조법상 대주주라고 해도 기업 경영에 개입하는 것에 한계가 있는데, 무슨 근거로 주주에게 이런 요구를 할 수 있다는 것인가. 자칫 배임죄로 걸릴 수 있는 행위를 강요하는 것은 현실에 비춰 과도한 책무를 부담시킨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이들 금융회사가 그룹 내 비금융회사의 주식을 소유하면 이제 비금융회사도 감시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즉, 그 비금융회사가 자료를 제출할 의무를 부담하고, 비금융회사의 주식 취득 시 금융위의 승인을 받아야 하며, 일정한 경우에는 금융위가 금융회사 또는 그 대주주에게 그 주식의 매각명령을 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주식취득승인도 문제지만 매각명령은 더 심각한 문제다. 수십 년간 적법하게 취득·보유한 주식 매각을 강제하면 법적 안정성을 훼손하고 이해관계자들의 권리를 크게 침해한다. 또 금융회사에 재무적 부담을 안기고 해당 비금융계열사의 경영권마저 위협하는 상황이 된다.
비금융계열사와 거래하거나 출자하는 것은 훨씬 큰 위험이 있다고 봐서 그룹의 자본적정성 평가 시에 자의적인 기준으로 과도한 벌칙을 부여하는 것도 문제다. 금융회사로부터 대출받은 것도 아니고, 자기 돈으로 사업하고 장사하는 비금융회사가 왜 금융당국의 직간접적 통제를 받아야 하고 금융회사는 과도한 벌칙을 받아야 한다는 것인가.
이 문제를 피하려면 금융회사들이 비금융회사의 주식을 소유하지 않아야 한다. 그룹 내 회사라도 수익력이 좋으면 투자하는 것이 당연한데, 그룹 내 회사라는 이유로 투자를 기피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은 그룹 내 금융회사들을 비금융회사와 분리하는 효과가 있고, 동시에 그룹이 해체되는 효과를 갖는다. 금융회사 대주주 적격성 심사 강화에 이어 금융그룹이라는 실체 없는 조직을 상정해 금산분리를 강화하는 모양새다. 현재 금산분리도 글로벌 스탠더드에 과도하게 어긋난다는 비판이 비등하고 있다.
은행·증권·보험 등 금융업의 각 분야에 따라 이미 개별법으로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수준의 강한 규제가 적용되고 있다. 금융회사의 건전성이 위험해지면 그것은 금융회사의 내부통제로 해결할 일이다. 금융그룹에 속하는 금융회사 또는 대주주에게 몇 년 내 지분을 아예 매각하라는 주식매각명령 같은 과격한 규정은 유럽이든 미국이든 선례가 없다. 이 법안은 한국 금융산업에 족쇄를 채워 국제 달리기 대회에 내보내자는 꼴이다. 경쟁에 나서기도 전에 지쳐 떨어지게 만들 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