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남 탓으로 일관한 '소주성' 토론회
“낮아진 경제성장률 속에도 누군가는 수십 배 성장하고, 누군가는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합니다.”

지난 17일 대통령 직속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 주최로 열린 정책토론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성호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장은 축사에서 내내 소득격차 문제를 지적했다. 정 위원장은 “바닥 민심이 심상치 않다”며 “체감 경기의 개선을 위해서라도 상대적 박탈감을 가져오는 소득격차를 완화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난데없이 고액 정기예금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경제불황으로 서민은 물론 건물주도, 다주택자도 어렵고 심지어 재벌도 어렵다고 한다”며 “그렇지만 지난해 10억원을 초과하는 고액 정기예금의 잔액이 565조원을 넘어서 66조원 늘어났고, 2010년에 비해 486조원 증가했다”고 밝혔다.

10억원 초과 정기예금 계좌의 총잔액 현황은 지난 4월 한국은행 통계자료를 통해 알려졌다. 당시 전문가들은 이를 소득격차 확대가 아니라 경기 불황의 결과로 해석했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경기 하방 리스크가 커지는 상황인 만큼 기업들이 투자를 늘리지 않고 보수적으로 경영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한은에 따르면 최근 고액 예금 가운데 기업 비중 증가가 두드러졌다. 반면 지난해 기업 설비투자는 전년보다 4.2% 줄어들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9년 만에 최대폭으로 감소했다. ‘누군가는 수십 배 성장하고, 누군가는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기 때문’이 아니라는 방증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최근 “하반기 민간 설비투자에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던 터다.

정 위원장은 소득격차 확대를 강조하면서도 “소득주도성장은 분명한 성과를 내고 있다”며 정책 홍보를 잊지 않았다. 소득주도성장은 성과를 내고 있는데도 경제가 이 지경인 것은 건물주, 다주택자, 재벌 탓이라는 이야기일까. 이날 토론회 주제인 ‘함께 잘사는 포용국가’에서 ‘포용’이란 단어가 무색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