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원 지휘자 "단원 중심 운영·다채로운 음악 선사…민간 오케스트라 새 역사 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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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필하모닉오케스트라
새 음악감독 홍석원 지휘자
유럽 주목하는 젊은 마에스트로
객원지휘로 처음 만난 한경필
말러체임버오케스트라가 모델
새 음악감독 홍석원 지휘자
유럽 주목하는 젊은 마에스트로
객원지휘로 처음 만난 한경필
말러체임버오케스트라가 모델
클래식 음악의 중심지로 콧대 높은 오스트리아의 오페라극장이 2015년 처음으로 한국인을 수석지휘자로 선임했다. 30대 젊은 동양인 지휘자의 등장은 ‘파격’이었다. 그는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에 있는 티롤주립극장에서 4년째 지휘봉을 잡고 있다. 최근 한경필하모닉 오케스트라(한경필)의 2대 음악감독으로 취임한 홍석원 지휘자(37)다.
홍 감독은 오는 25일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호국보훈음악회’에서 한경필을 이끈다. 취임 후 첫 공식 연주 무대를 앞두고 한국을 찾은 그를 18일 만났다. 홍 감독은 “한경필은 창단한 지 오래되지 않았기에 시도해볼 수 있는 게 그만큼 더 많다”며 “폭발적인 집중력으로 젊고 힘 있는 연주를 선보여 국내 민간 오케스트라의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가고 싶다”고 말했다. 낮게 울리는 중저음의 목소리엔 자신감이 가득했다. ▷언제부터 지휘에 관심이 있었습니까.
“첼로 연주자인 어머니 영향으로 어렸을 때부터 음악과 친했습니다. 피아노를 곧잘 쳤는데 지휘를 시작한 건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입니다. ‘앞으로 지휘 쪽에 더 많은 인재가 필요하다’는 외가 쪽 작은 할아버지(이강숙 한국예술종합학교 초대 총장)의 조언과 권유가 계기가 됐죠.”
▷오스트리아 오페라극장의 수석지휘자가 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요.
“다양한 수상경력이 있었지만 취직하려면 오디션을 봐야 했습니다. 통상 유럽 주요 극장 수석지휘자 자리 오디션에는 100~200명이 지원합니다. 다행히 티롤주립극장에서 저를 선택했습니다. 다양한 작품을 새롭게 접하고 지휘하면서 경험을 쌓았습니다.”
▷한경필과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됐나요.
“지난해 11월 객원지휘자로 한경필과 호흡을 맞춘 적이 있어요. 연주력에 놀랐습니다. 창단(2015년 9월)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오케스트라인데도 노련한 앙상블 실력을 갖추고 있었죠. 단원들의 합주에서 나오는 젊은 에너지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조금 더 체계적으로 훈련한다면 발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습니다.”
▷한국에서는 한경필을 통해 음악감독으로 첫발을 내딛게 됐습니다.
“독일에서 유학생으로 7년, 오스트리아에서 지휘자로 5년간 살면서 클래식 음악의 본고장인 유럽에서 많은 걸 배웠습니다. 유럽 문화와 한국 문화의 장점을 잘 섞어서 융합한다면 새로운 발전을 이끌어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항상 해왔습니다. 한경필을 이끄는 기회를 얻음으로써 저의 꿈을 실현하고 이상을 펼칠 수 있게 돼 기쁩니다. ”
▷오스트리아와 한국을 오가며 활동해야 하는데 연주 일정은 어떻게 조정하나요.
“티롤주립극장의 연주만 올해 40회가 넘게 잡혀 있습니다. 한경필과는 연간 15회 정도의 연주회를 소화할 계획을 세워두고 있습니다. 오스트리아에선 오페라극장을 맡고 있어 주로 오페라를 많이 하기 때문에 한국에서의 활동과 한경필과의 공연은 관현악 연주에 대한 저의 갈증을 풀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국내 다양한 도시에서 공연할 수 있고, 무엇보다 단원들과 모국어인 한국말로 소통할 수 있어서 더 좋습니다.(웃음)”
▷한경필을 어떤 오케스트라로 키워가고 싶습니까.
“유럽의 ‘말러체임버오케스트라’나 ‘체임버오케스트라유럽’처럼 단원이 솔로나 실내악으로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한경필로 모였을 때는 또 다른 색깔을 보여주는 오케스트라로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그것을 위한 기반은 소통입니다. 유럽 악단의 단원들은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고 공연도 주체적으로 이끌어갑니다. 반면 한국에선 지휘자의 해석에 의존하고 결정을 일방적으로 따르는 경향이 있죠. 장단점이 있겠지만 저는 지휘자와 단원들이 수직적이 아니라 수평적인 관계로 함께 음악을 만들어가야 더 풍성한 소리가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단원이 주인의식을 갖고 자유롭게 소통하는 분위기로 이끌어가려고 합니다. 단원들이 즐겁게 음악을 할 수 있는 환경이 가장 중요하니까요.”
▷단원을 충원할 계획이 있습니까.
“오디션을 통해 정단원 수를 더 늘릴 생각입니다. 단원을 뽑을 땐 실력 못지않게 인성도 중요한 요소로 평가하려 합니다. 서울대 재학시절 서울대아마추어오케스트라(SNUPO)와 베를린 유학시절 베를린한인성당성가대를 지휘하면서 느낀 게 많았거든요. 아마추어지만 단원들이 연주에 쏟는 정성과 노력이 어떻게 공연을 보는 관객의 마음을 울리는지 확인했습니다. 그 공연들을 통해 저는 관객에게 감동을 주는 것은 훌륭한 실력뿐 아니라 음악에 대한 연주자의 정성과 마음가짐이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능동적이고 창의적이고 열정적인 음악가들이 모인 오케스트라를 만들고 싶습니다.”
▷한경필과 어떤 음악을 할 건가요.
“공연 프로그램은 연주회 성격에 맞게 구성하겠지만 지나치게 가볍지도 너무 무겁지도 않게 균형을 맞춰가고 싶습니다. 공연 전반부에는 조금 짧고 친숙한 음악으로, 후반부에는 조금 더 진중한 교향곡을 연주하는 방식으로 대중성과 예술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프로그램을 짜보려고요. 한경필의 레퍼토리를 넓혀가고 싶습니다. 하고 싶은 곡이 너무 많아요. 국내 클래식 음악계를 더 다채롭게 하는 데 한경필과 제가 기여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서울대서 임헌정·김덕기 사사…카라얀 지휘 콩쿠르 3위
홍석원 감독은 1982년생으로 2007년 서울대 작곡과를 졸업했다. 지휘 전공으로 임헌정과 김덕기 교수를 사사했다. 2012년 한스아이슬러 베를린 국립음대 디플로마 과정, 2014년 최고연주자 과정을 마쳤다. 2015년 9월부터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 티롤주립극장 수석지휘자로 활동 중이다. 서울대 재학시절 한국지휘자협회가 선정한 최우수 신예 지휘자에 선정됐고, 독일에서 공부할 때는 독일음악협회가 선정한 ‘미래의 마에스트로 10인’에 꼽혔다. 2008년 카라얀 탄생 100주년 기념 콩쿠르에서 3위를 차지했고, 2013년 독일 라이프치히 오페레타 콩쿠르에서는 청중상을 받았다. 베를린도이치심포니,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브레멘 필하모닉 등과 성공적인 연주를 마쳤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
홍 감독은 오는 25일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호국보훈음악회’에서 한경필을 이끈다. 취임 후 첫 공식 연주 무대를 앞두고 한국을 찾은 그를 18일 만났다. 홍 감독은 “한경필은 창단한 지 오래되지 않았기에 시도해볼 수 있는 게 그만큼 더 많다”며 “폭발적인 집중력으로 젊고 힘 있는 연주를 선보여 국내 민간 오케스트라의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가고 싶다”고 말했다. 낮게 울리는 중저음의 목소리엔 자신감이 가득했다. ▷언제부터 지휘에 관심이 있었습니까.
“첼로 연주자인 어머니 영향으로 어렸을 때부터 음악과 친했습니다. 피아노를 곧잘 쳤는데 지휘를 시작한 건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입니다. ‘앞으로 지휘 쪽에 더 많은 인재가 필요하다’는 외가 쪽 작은 할아버지(이강숙 한국예술종합학교 초대 총장)의 조언과 권유가 계기가 됐죠.”
▷오스트리아 오페라극장의 수석지휘자가 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요.
“다양한 수상경력이 있었지만 취직하려면 오디션을 봐야 했습니다. 통상 유럽 주요 극장 수석지휘자 자리 오디션에는 100~200명이 지원합니다. 다행히 티롤주립극장에서 저를 선택했습니다. 다양한 작품을 새롭게 접하고 지휘하면서 경험을 쌓았습니다.”
▷한경필과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됐나요.
“지난해 11월 객원지휘자로 한경필과 호흡을 맞춘 적이 있어요. 연주력에 놀랐습니다. 창단(2015년 9월)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오케스트라인데도 노련한 앙상블 실력을 갖추고 있었죠. 단원들의 합주에서 나오는 젊은 에너지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조금 더 체계적으로 훈련한다면 발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습니다.”
▷한국에서는 한경필을 통해 음악감독으로 첫발을 내딛게 됐습니다.
“독일에서 유학생으로 7년, 오스트리아에서 지휘자로 5년간 살면서 클래식 음악의 본고장인 유럽에서 많은 걸 배웠습니다. 유럽 문화와 한국 문화의 장점을 잘 섞어서 융합한다면 새로운 발전을 이끌어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항상 해왔습니다. 한경필을 이끄는 기회를 얻음으로써 저의 꿈을 실현하고 이상을 펼칠 수 있게 돼 기쁩니다. ”
▷오스트리아와 한국을 오가며 활동해야 하는데 연주 일정은 어떻게 조정하나요.
“티롤주립극장의 연주만 올해 40회가 넘게 잡혀 있습니다. 한경필과는 연간 15회 정도의 연주회를 소화할 계획을 세워두고 있습니다. 오스트리아에선 오페라극장을 맡고 있어 주로 오페라를 많이 하기 때문에 한국에서의 활동과 한경필과의 공연은 관현악 연주에 대한 저의 갈증을 풀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국내 다양한 도시에서 공연할 수 있고, 무엇보다 단원들과 모국어인 한국말로 소통할 수 있어서 더 좋습니다.(웃음)”
▷한경필을 어떤 오케스트라로 키워가고 싶습니까.
“유럽의 ‘말러체임버오케스트라’나 ‘체임버오케스트라유럽’처럼 단원이 솔로나 실내악으로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한경필로 모였을 때는 또 다른 색깔을 보여주는 오케스트라로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그것을 위한 기반은 소통입니다. 유럽 악단의 단원들은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고 공연도 주체적으로 이끌어갑니다. 반면 한국에선 지휘자의 해석에 의존하고 결정을 일방적으로 따르는 경향이 있죠. 장단점이 있겠지만 저는 지휘자와 단원들이 수직적이 아니라 수평적인 관계로 함께 음악을 만들어가야 더 풍성한 소리가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단원이 주인의식을 갖고 자유롭게 소통하는 분위기로 이끌어가려고 합니다. 단원들이 즐겁게 음악을 할 수 있는 환경이 가장 중요하니까요.”
▷단원을 충원할 계획이 있습니까.
“오디션을 통해 정단원 수를 더 늘릴 생각입니다. 단원을 뽑을 땐 실력 못지않게 인성도 중요한 요소로 평가하려 합니다. 서울대 재학시절 서울대아마추어오케스트라(SNUPO)와 베를린 유학시절 베를린한인성당성가대를 지휘하면서 느낀 게 많았거든요. 아마추어지만 단원들이 연주에 쏟는 정성과 노력이 어떻게 공연을 보는 관객의 마음을 울리는지 확인했습니다. 그 공연들을 통해 저는 관객에게 감동을 주는 것은 훌륭한 실력뿐 아니라 음악에 대한 연주자의 정성과 마음가짐이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능동적이고 창의적이고 열정적인 음악가들이 모인 오케스트라를 만들고 싶습니다.”
▷한경필과 어떤 음악을 할 건가요.
“공연 프로그램은 연주회 성격에 맞게 구성하겠지만 지나치게 가볍지도 너무 무겁지도 않게 균형을 맞춰가고 싶습니다. 공연 전반부에는 조금 짧고 친숙한 음악으로, 후반부에는 조금 더 진중한 교향곡을 연주하는 방식으로 대중성과 예술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프로그램을 짜보려고요. 한경필의 레퍼토리를 넓혀가고 싶습니다. 하고 싶은 곡이 너무 많아요. 국내 클래식 음악계를 더 다채롭게 하는 데 한경필과 제가 기여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서울대서 임헌정·김덕기 사사…카라얀 지휘 콩쿠르 3위
홍석원 감독은 1982년생으로 2007년 서울대 작곡과를 졸업했다. 지휘 전공으로 임헌정과 김덕기 교수를 사사했다. 2012년 한스아이슬러 베를린 국립음대 디플로마 과정, 2014년 최고연주자 과정을 마쳤다. 2015년 9월부터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 티롤주립극장 수석지휘자로 활동 중이다. 서울대 재학시절 한국지휘자협회가 선정한 최우수 신예 지휘자에 선정됐고, 독일에서 공부할 때는 독일음악협회가 선정한 ‘미래의 마에스트로 10인’에 꼽혔다. 2008년 카라얀 탄생 100주년 기념 콩쿠르에서 3위를 차지했고, 2013년 독일 라이프치히 오페레타 콩쿠르에서는 청중상을 받았다. 베를린도이치심포니,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브레멘 필하모닉 등과 성공적인 연주를 마쳤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