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국 정부가 양국 간 경제 현안을 논의하는 협의체에서 중국 화웨이 통신장비 사용 제한 문제를 다루지 않기로 했다. 미·중 갈등의 핵심이자 한·중 간에도 민감한 화웨이 문제를 ‘로키(low key)’로 접근하겠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외교부 당국자는 18일 기자들과 만나 19일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열리는 제23차 한·중 경제공동위원회와 관련해 “5세대(5G) 이동통신 문제는 의제에 포함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또 “특별히 중국이 문제를 제기하거나 그럴 사항도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 당국자는 “중국 측이 국제 경제 상황을 평가하면서 보호무역주의 동향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며 5G 문제에 대한 자신들 방침을 얘기하겠지만, 본격적인 의제는 아니다”고 재차 강조했다.

당초 이번 회의에서는 화웨이 제품 사용 제한 건이 주요 의제로 다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한국 등 동맹국에 화웨이 제품을 사용하지 말아 달라는 미국 요청이 거세지면서 중국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서다. 중국 측이 회의에서 화웨이 언급을 하면 정부는 ‘특정 장비 선택 문제는 개별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사항으로, 정부 차원에서는 5G 보안 강화 노력을 계속해 나간다’는 기본 시각을 설명할 방침이다.

우리 정부는 화웨이 건과는 별개로 이번 회의에서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갈등 이후 양국 관계를 완전히 복원할 수 있도록 중국인 방한 단체관광의 전면 회복, 게임·문화콘텐츠 장애 관련 사항을 적극적으로 제기할 계획이다. 중국에 있는 한국 유학생들의 취업비자 발급 문제 개선과 미세먼지 공동 대응 등에 대해 협조를 요청할 계획이다.

신남방·신북방정책과 관련된 논의도 오갈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 당국자는 “한국은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에는 참여하지 않지만 신남방·신북방정책을 추진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은 같이하고, 제3국 시장에 공동 진출할 수 있는 것들은 아울러 연구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중 경제공동위는 1992년부터 해마다 열리는 양국 간 포괄적 경제협력 대화체다. 올해 행사에는 이태호 외교부 2차관과 리청강 중국 상무부 차관보가 수석대표로 참석해 경제협력 현황을 점검하고 중장기 경협 발전 방향에 대해 논의한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