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시장의 최대 큰손인 조달청에 의혹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조달청의 주된 임무가 투명하고 효율적인 공공조달·발주를 통해 예산 낭비를 예방하는 것인데, 현실은 그렇지 못해서다. 조달청과 일부 건설사들 간의 커넥션 의혹이 불거지면서 조달행정 전반에 불신마저 초래할 판국이다. 올해 70주년을 맞은 조달청이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나라장터’)을 통해 조달행정의 효율·투명·공정성을 대폭 높였다고 자랑하지만, 오히려 일대 수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그 계기가 된 게 한국은행 별관 리모델링 시공사 선정과정이다. 조달청이 진행한 입찰을 보면 석연치 않은 구석이 한둘이 아니다. 가장 높은 금액을 써낸 계룡건설이 정성적 평가(기술평가)에서 최고점수를 받아 낙찰예정자로 선정된 것이다. 최근 5년간 관급공사 1위인 계룡건설은 2831억원을 써내 공사 예정가격(2829억원)을 넘겼고, 2위 삼성물산보다 589억원이나 높았다. 그만큼 혈세가 더 들어가는데도, 조달청은 국가계약법 소관부처인 기획재정부의 유권해석도 없이 임의로 진행했다. 각종 의혹 제기와 감사원의 감사 끝에 조달청은 입찰 자체를 취소해 가처분소송까지 이어지고 있다(한경 6월 18일자 A1, 3면).

이 문제로 조달청 담당 공무원 6명이 징계 및 주의를 받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복마전이란 인상이 더욱 짙어진다. 감사원이 2011년 이후 조달청과 공기업 대형공사의 기술형 입찰을 전수조사한 결과 조달청에서만 6건을 예정가격을 넘겨 계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예정가격을 초과했다는 것은 그만큼 예산을 허비했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게다가 최근 5년간 조달청 출신 공무원 13명이 건설회사들에 집중 재취업했고, 이들 건설사가 관급공사를 대거 따냈다는 커넥션 의혹도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제기됐다. 현직에 있을 때는 기술평가에 후한 점수를 주고, 퇴직 후에는 해당 업체에 취업하는 식이다. 공직자윤리법도 건설회사의 자회사나 특수목적법인에 들어가는 식으로 피할 수 있다고 한다.

조달청은 클립 연필부터 자동차 마약탐지견까지 연간 60조원의 공공조달시장을 주무르고, 국가공사계약을 전담하는 기관이다. 조달시장에 목을 매는 중소·벤처기업과 건설업계에는 ‘갑 중의 갑’이다. 오죽하면 조달시장 안팎에서는 ‘조달 마피아’라는 말도 공공연하다. 조달행정의 비리나 커넥션은 곧 혈세 낭비로 직결된다. 한 치의 의혹도 없도록 낱낱이 규명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