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글로벌 신용평가회사인 피치가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5%에서 2.0%로 끌어내렸다. 최근 2년간의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기업 투자를 감소시키고 경기를 위축시켰다고 진단했다. 글로벌 신평사가 성장률 전망치를 한 번에 0.5%포인트 하향 조정한 것은 이례적이다.

피치는 18일 이 같은 내용의 ‘2019년 6월 세계 경제전망’ 보고서를 발표했다. 피치는 “한국은 올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 분기 대비 0.4% 줄어드는 등 예상 외로 (경기가) 위축됐다”며 “GDP가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 수출은 중국의 성장 둔화와 무역 갈등으로 작년 말부터 부진했다”며 “주요 수출품인 반도체 가격이 급감해 이익이 크게 줄었다”고 했다.

피치는 정부 정책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피치는 “지난 2년간 최저임금이 크게 오르며 경기가 위축됐다”며 “민간 설비투자는 올 1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20%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피치의 성장률 전망치는 3대 글로벌 신평사 중 가장 낮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무디스는 올해 한국 성장률을 각각 2.4%, 2.1%로 전망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글로벌 신평사는 성장률 전망치를 0.1~0.2%포인트 정도 조정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피치가 한꺼번에 0.5%포인트를 내린 것은 한국의 경기하강 속도가 그만큼 빠르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다만 피치는 “내수 촉진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새로운 재정정책의 도움으로 한국 경제는 올 하반기부터 회복될 수 있다”며 “대외적으로도 무역전쟁이 더는 확대되지 않고 약(弱)달러 환경이 될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또 “약한 인플레이션과 경기 둔화로 한국은행이 조만간 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가능성이 있으나 내년에는 이런 상황이 뒤집힐 수 있다”고 전망했다. 피치는 한국의 내년과 2021년 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2.6%로 제시했다.

골드만삭스는 이날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2.3%에서 2.1%로 하향 조정했다. 또 내년 전망치도 2.5%에서 2.3%로 낮췄다.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 수출 부진 등이 내년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봤다. 한국 기준금리는 내년까지 두 차례 내릴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나라 성장률을 전망하는 국내외 주요 기관 중 현재 가장 낮은 전망치를 내놓은 곳은 일본 투자은행(IB)인 노무라다. 노무라는 지난 4월 성장률 전망치를 2.4%에서 1.8%로 내렸다.

작년 말 정부는 2019년 성장률이 2.6~2.7%가 나올 것으로 예상했었다. 이달 말 발표하는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 성장률 전망치를 2.5% 이하로 낮추는 내용이 담길 것이란 관측이 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