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뇌' 닮은 신경망처리장치…화웨이·애플 등도 개발 경쟁
삼성전자, 차세대 AI칩으로 '반도체비전 2030' 승부수
삼성전자가 18일 시스템반도체 사업 육성 방안의 하나로 내놓은 '신경망처리장치(NPU·Neural Processing Unit)'는 인간의 뇌와 같은 역할을 하는 차세대 반도체다.

몸에서 자극을 받아들여 전달하고, 적절한 판단을 통해 반응 신호를 보내는 사람의 신경계 가운데 '최고사령관'으로 일컬어지는 뇌와 같이 정보를 학습하고 동시에 처리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스스로 학습하고 판단할 수 있는 인공지능(AI)이 접목되기 때문에 이른바 'AI 칩'이라고도 불린다.

기존에는 컴퓨터의 중앙처리장치(CPU)가 이런 기능을 수행했지만 NPU는 동시다발적인 연산에 최적화된 프로세서로 여러 연산을 실시간으로 처리하는 동시에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스스로 학습하는 신개념 기술이다.

구글의 AI 자회사인 '딥마인드'가 개발해 이세돌 9단과 세기의 바둑 대결을 펼쳤던 '알파고'와 같이 스스로 생각하고 학습하는 '딥러닝'에 최적화된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11월 공개한 프리미엄 모바일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인 '엑시노스(Exynos) 9'에도 NPU가 탑재돼 AI 연산 능력이 기존 제품보다 무려 7배나 높아졌다.

또 최근 글로벌 자동차업체인 아우디에 공급한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용 반도체 '엑시노스 오토 V9'에도 NPU가 탑재돼 운전자의 음성과 얼굴, 동작 인식 등의 다양한 데이터를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할 수 있게 했다.

NPU는 지금까지는 주로 모바일 제품용으로 개발됐지만 앞으로 자율주행, 데이터센터 등으로 적용 분야가 빠르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최근 주요 선진국들이 AI 관련 산업 육성에 나서는 가운데 글로벌 기업들의 NPU 기술 경쟁도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중국 화웨이가 지난해 독일에서 열린 유럽 최대 IT·가전 전시회 'IFA'에서 NPU를 탑재한 모바일 AP '기린 980'을 공개했으며, 미국 애플도 5G폰에 탑재할 칩에 차세대 NPU인 'A11 바이오닉'을 적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달 AI 기반의 자율주행차용 반도체 개발 계획을 발표하면서 NPU를 핵심 원천 기술로 소개하기도 했다.

삼성전자가 이날 NPU 사업 육성 방안을 발표한 것은 오는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도 글로벌 1위를 달성하겠다는 이른바 '반도체 비전 2030' 전략을 본격화하겠다는 의도로 여겨진다.

AI가 일상화할 경우 NPU 적용 분야가 급격히 확대될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선제적인 투자와 연구개발(R&D)을 통해 기술 주도권을 잡으면서 메모리 사업의 '초격차'를 시스템반도체로 이어간다는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최근 대내외적인 악재가 이어지고 있지만 IT 업계의 글로벌 리더로서 기술을 선도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차세대 기술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차세대 AI칩으로 '반도체비전 2030' 승부수
/연합뉴스